카카오 경영진, 비리 의혹 두고 진실 공방…노조도 가세

김정호 "결재·합의 없이 대규모 공사업체 선정" vs 오지훈 "선정 과정 공정"
카카오 노조, 경영진 비리·폭언 조사 요구…"쇄신위에 직원 참여해야"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처한 카카오의 경영진들이 비리 의혹을 두고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경영진 간 '진흙탕 싸움' 양상이 벌어지는 가운데 카카오 노동조합도 경영진 비리와 폭언에 대한 조사와 경영쇄신위원회 참여를 요구하고 나섰다.

30일 IC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의 부동산 개발을 총괄하는 자산개발실 오지훈 부사장과 직원 11명은 전날 카카오 내부 전산망에 올린 공동 입장문에서 안산 데이터센터와 서울아레나 시공사 선정 과정이 공정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또, 오 부사장은 제주도 유휴 부지 개발 과정도 배재현 투자총괄대표 등 경영진 결재를 모두 거쳐 진행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 겸 겸 준법과신뢰위원회 위원이 지난 28일부터 이틀간 SNS를 통해 대형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 관련 비리 의혹를 폭로한 데 대한 반박이다.

김 총괄은 페이스북 게시글에서 카카오 AI 캠퍼스 건축팀의 제주도 프로젝트 투입 제안에 대해 한 임원이 이미 정해진 업체가 있다고 주장했다며 700억~800억원이나 공사의 업체 선정에 대해 담당 임원이 결재·합의도 없이 그렇게 주장했지만 다른 임원들은 아무 말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카카오는 현재 데이터센터와 서울아레나 공사 업체 선정 과정에서의 비리 제보를 접수해 내부 감사 중이다. 카카오 측은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의 경우 총 3곳의 건설사가 참여하는 공개 입찰을 거쳐 시공사를 선정했다"며 "서울아레나의 공사 업체 선정 방식과 관련해서는 확인 중"이라고 28일 밝혔다.

한편 카카오 노조인 카카오 크루유니언은 전날 사내 게시판에 올린 입장문에서 김 총괄이 폭로한 골프 회원권과 연봉 불균형 등에 대해 독립기구인 준법과신뢰위원회에 조사를 요구했다.

김 총괄은 28일 글에서 "담당 직원이 30명도 안 되는 관리부서 실장급이 경력이 더 많은 시스템이나 개발부서장 연봉의 2.5 배나 되는 경우도 있었고 심지어 20억원이 넘는 초고가 골프장 법인회원권을 가지고 있다"며 "직원들 휴양 시설은 1년에 2박도 못 갈 정도로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카카오 노조는 김 총괄이 지난 22일 임원 회의에서 폭언한 데 대해서도 준법과신뢰위원회 조사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 총괄은 당시 회의에서 "이런 '개X신'같은 문화가 어디 있나"고 폭언한 뒤 사과했다.

노조는 김범수 창업자가 주도하는 경영쇄신위원회에 카카오 직원의 참여도 요구했다. 카카오의 내부 분란에 대해 IT업계 관계자는 "최고경영진 일부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주가 조작 의혹 등 범죄 혐의를 받는 상황에서 한가한 싸움을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