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승승장구하는 의료 AI 기업, 인력은 나란히 감축...왜?

게티이미지뱅크
루닛 뷰노 제이엘케이 등 의료영상 인공지능(AI) 분석 기업들이 최근 1년 새 일제히 인력을 줄였다. 매출 성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인력 감축에 나선 것이어서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체들은 일시적 현상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흑자전환을 위한 고정비용 줄이기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전체 인력 13% 감축...제이엘케이는 34%↓

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 의료영상 분석 AI 기업인 루닛, 뷰노, 제이엘케이가 전년 대비 인력을 모두 감축했다. 지난해 3개사의 임직원 수는 총 525명이었으나, 올해 452명으로 약 13% 감소했다.인원이 가장 많이 준 곳은 루닛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루닛은 지난해 6월 기준 임직원은 284명이었다. 하지만 1년 만에 30명이 나가 254명이 됐다.

연구개발(R&D) 인력도 감소했다. 루닛은 지난해 166명의 R&D 인력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올해는 151명으로 감소했다. 루닛 관계자는 "의도적인 감원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인력 증감"이라고 설명했다.

뷰노 직원수는 지난해 9월 155명에서 올해 9월 142명으로 줄었다. 개발 인력도 지난해 90명에서 올해 83명으로 감소했다.AI 업계 관계자는 "개발자 위주의 스타트업의 경우 10% 내외의 인력 변동은 흔한 일"이라며 "개발자들의 이직이 잦다보니 생기는 현상"이라고 했다.

반면 제이엘케이는 인원 구조조정을 통해 임직원 수를 줄였다. 제이엘케이의 지난 9월 기준 임직원 수는 56명이다. 지난해 9월 말 82명에서 34% 줄어든 것이다. 눈에 띄는 것은 감축된 인원의 대부분이 연구개발(R&D) 인력이라는 점이다. 제이엘케이는 R&D 인력을 48명에서 30명으로 대폭 정리했다.

제이엘케이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뇌질환 솔루션을 주력상품을 내세우며 사업을 재편해왔다"며 "이 과정에서 일부 구조조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의료AI '운명의 5년' 만료 코 앞...
흑자전환 위한 비용 축소?

의료 AI 기업들이 기술특례상장 평가 유예 만료를 앞두고 비용 축소에 나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제이엘케이는 2019년, 뷰노와 루닛은 각각 2021년과 지난해에 기술특례상장제도를 통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기술특례상장이란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에 대해 수익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상장 기회를 주는 제도다.

코스닥상장 기업들은 연간 매출 30억원을 달성하지 못하거나, 5년간 영업손실을 기록하면 상장폐지 심사 대상이 된다. 다만 기술특례상장 기업은 상장 5년까지 상장폐지 기준을 적용받지 않는다.하지만 루닛 뷰노 제이엘케이는 흑자 경영을 공언한 상태다. 제이엘케이와 뷰노는 2024년, 루닛은 2025~2026년을 흑자 전환 시점으로 잡아두고 있다. 흑자를 기반으로 R&D 투자를 지속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전략에서다.

의료 AI 기업들은 연간 3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나, 적자의 늪에 빠져있다. 루닛은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 기준 약 196억원을 달성했으나, 같은 기간 약 244억원의 누적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뷰노도 3분기까지 약 84억원의 누적 매출을 올렸지만, 누적 영업손실도 약 122억원에 달한다.

제이엘케이는 3분기까지 약 15억원의 누적 매출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누적 영업손실액은 약 78억원이다. 제이엘케이 관계자는 "2021년과 작년에도 매출 30억원을 넘겼다"며"4분기에는 비급여 시장에 진출한 뇌경색 솔루션의 매출이 현실화 되면서 작년 대비 성장한 연 매출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인력 감축이 흑자전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 김동민 제이엘케이 대표는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고정비용 관리에 힘쓰고 있다"며 "사람이 많다고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은 아니기에 핵심 인력만을 남겼다"고 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이 기사는 2023년 12월 04일 11시56분 <한경 바이오인사이트> 온라인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