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섭號 KT 대개편…임원 20%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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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취임 후 첫 인사 단행KT가 일부 조직을 통폐합하고 임원을 20% 가까이 줄였다. 경영지원·법무·기술 최고책임자 자리는 외부 전문가에게 맡겼다. 새롭게 KT를 이끌게 된 김영섭 대표가 조직을 효율화하면서 준법 경영을 강화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직 통폐합 등 효율성에 초점
경영지원·법무·기술 외부인사로
기술혁신부문 신설…AI 강화
내주 계열사 대표 10여명 교체
○경영 쇄신·효율화 시동
KT는 30일 상무보 이상 임원을 410명에서 344명으로 16.1% 줄이는 내용의 ‘2024년 조직개편과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상무 이상은 98명에서 80명으로 18.4% 감소했다. 임원에 준하는 상무보는 312명에서 264명으로 줄었다.고참 부사장이 이끄는 조직인 ‘부문’을 아홉 개에서 여섯 개로 통폐합한 것이 눈에 띄는 변화다. 경영기획부문,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 등 역할이 중복되는 조직을 재배치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KT의 주력인 네트워크부문과 영업부문에는 내부 인사를 중용했다. 영업을 총괄하는 커스터머부문장에 그동안 직무대리를 맡아온 이현석 전무(57)를, 네트워크 관리를 총괄하는 엔터프라이즈부문장에는 네트워크 전문가로 꼽히는 안창용 대구·경북광역본부장(57)을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정보기술(IT)부문과 융합기술원을 통합해 신설한 기술혁신부문도 눈여겨봐야 할 조직이다. 인공지능(AI) 등 핵심 기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기술혁신부문을 신설했다는 설명이다. 기술혁신부문장(CTO·최고기술책임자)으론 오승필 현대카드 부사장(53)을 영입했다. 오 CTO는 2010~2014년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2014~2016년 미국 야후를 거쳐 2016년부터 현대카드 디지털 사업을 챙겨온 IT 전문가로 알려졌다. 기술혁신부문 산하 KT컨설팅그룹장에는 삼성SDS,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웹서비스 등을 거친 정우진 전무(48)를 영입했다.최고전략책임자(CSO)·최고재무책임자(CFO)·최고인사책임자(CHO)를 지원하던 조직(전략실·재무실·인재실)은 최고경영자(CEO) 직속 스태프 부서로 편입했다.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의사결정을 신속화하고 중복되는 기능을 효율화해 조직 전문성을 높인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외부 전문가 그룹 등용
경영지원·법무·윤리(감사) 최고책임자는 모두 외부 전문가로 채웠다. 부장검사 출신인 이용복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62)가 법무실장(부사장)을, 임현규 전 알티캐스트 신사업부문장 부사장(59)이 경영지원부문장(부사장)을 맡는다. 윤리실장은 물색 중이다. KT 관계자는 “한동안 발목을 잡은 사법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객관적이면서 공정한 외부 전문가를 데려왔다”고 설명했다.일각에선 정치적 이해관계에 초점을 맞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신임 법무실장인 이 부사장은 사법연수원 18기로 국정농단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특검에서 함께 일한 동료다. 경영지원부문장에 오른 임 부사장은 이명박 대통령 후보 시절 정책특보로 활동했다.다음주부터는 계열사 대표 인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미 계열사 대표 10여 명이 해임을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KT클라우드, 케이뱅크, KT커머스, 스카이TV 등이 주요 교체 대상으로 거론된다. KT는 계열사 주요 보직이 본사 퇴임 임원의 ‘2모작’ 자리로 활용되던 관행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번 조직개편과 임원 인사는 KT가 ‘디지털 혁신 파트너’로 도약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