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화가] 獨미술 '살아있는 전설' 게르하르트 리히터
입력
수정
지면A2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독일 경제지 캐피탈이 1969년부터 매년 11월마다 발표하는 ‘쿤스트 콤파스 100대 작가 명단’은 미술계에서 권위를 인정받는다. 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전시를 몇 번 열었는지, 작품을 얼마나 소장하고 있는지, 베네치아 비엔날레 등 주요 국제 미술 행사에는 얼마나 참여했는지 등을 따져 순위를 결정한다.
그런 쿤스트 콤파스 명단에서 2003년 이후 20년 연속으로 1등을 차지한 작가가 있다. 독일 예술가 게르하르트 리히터(91)다. 그는 올해도 1위에 올랐다.리히터는 독일 미술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1960년대 후반 사진과 회화·추상, 구상 등 전통적 구분을 무너뜨리며 새로운 회화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리히터가 미술계에 이름을 알린 건 1962년 시작한 ‘사진 회화’(photo painting·포토 페인팅) 시리즈다. 프로젝터로 신문과 잡지에 나오는 사진을 캔버스 위에 비춘 뒤 붓으로 흐릿하게 이를 따라 그리는 것이다. 초점이 나간 사진 같기도, 꿈속 한 장면 같기도 한 작품은 사실성과 추상성을 넘나든다.
리히터의 작업은 다양하다. 극사실주의적 풍경화부터 유명인 초상화, 페인트 색상표에서 영감을 받은 ‘컬러 차트’, 물감을 대형 밀대로 밀어낸 ‘스퀴즈’ 시리즈까지. 그는 하나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여러 양식으로 회화의 가능성을 탐구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