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독학 화가에게서 솟구치는 질투… '고경애는 누굴 흠모했을까'
입력
수정
[arte] 한국신사 유람일기
고경애 '곁에서 보내는 안부' 전시 리뷰

미술에 큰 관심이 없는 이들도 적어도 한 두 번 들어 본 유명한 이 화가들의 공통점은 영어 표현으로 'Self-taught artist', 스스로를 가르친 작가다. 즉 제도권 미술 교육을 받지 않고 스스로 화법을 깨우쳐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이룩한 작가들이다. 물론 그 예술성으로 관심과 갈채를 받은 예술가이기에 우리 모두가 들어 아는 유명세도 얻게 되었다. 제도권 교육을 통하지 않았다는 것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당시의 화풍이나, 예술 운동, 또는 사조에 영향을 받지 않았고, 스스로 찾고 스스로 공부해서 얻은 미감으로 사랑 받고 널리 알려졌다는 의미가 되겠다. 고경애 작가를 언급하면서 이 점을 강조하는 것은 아마 작가 스스로에게는 식상한 얘기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스스로를 다그치고, 독려하며 가르쳐 이렇게 매력적인 화풍을 이루고 자신만의 표현법을 갈고 닦으며 계속 변화해온 작가를 바라보는 감상자의 입장에서는 그가 자신을 가르치고, 스스로 배웠다는 점이 아무리 여러 번 강조해도 늘 신선하게 다가온다.
▶이 칼럼 관련된 인물 소개(고경애, 대통령 비서실 직원에서 유화 작가가 되다)
유화를 재료로 택하고 물감에 유동성을 부여하는 기름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재료 자체가 가진 물성 자체를 살려 따뜻하고 포근한 그림을 그려 내는 작가가 독학으로 모든 것을 이뤘다는 그 점에 묘한 질투심이 발동한다. 전시 리뷰에 이런 사심을 표현해도 되나 싶지만 이번 리뷰의 원동력이 바로 이런 질투라고 해도 좋겠다.
그래서일까? 하늘 아래 그 어떤 것도 인간이 스스로 창조한 것은 없으며, 어디에선가, 누군가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을 테니 고경애 작가의 보들보들 보드라운 그림들을 바라보면서 어떤 작가의, 어떤 화풍을 보면서 영향 받았는지가 강열하게 궁금해진다.
물론 작가는 아주 쿨하게 그런 영향 따위는 없었노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아니면 정말 긴 시간을 들여 필자가 원하는 답을 해줄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그림들 이 곳 저 곳에서 교과서에 만났던 해외 작가들은 물론 내가 나고 자란 이 나라의 대가들의 작품들이 중첩되는 것도 또한 솔직한 속내다. 아마도 고경애 작가는 그 강력한 대가들의 에너지를 모조리 흡수하여 체화한 후 스스로 화법으로 이뤄낸 것이겠지? 고경애 작가만의 화풍에 마음이 끌리고 눈이 머무는 이유는 어쩌면 그 익숙함에 기인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