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시장 잠룡으로 부상한 아프리카…"2050년 연1000억달러 탄소배출권 수출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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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배출권 4분의 1이 민간 참여로 발행아프리카 국가들이 차세대 먹거리로 탄소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탄소 시장이 국가 간 탄소배출권 거래를 허용하는 파리협정 제6조 중심으로 개편돼 1인당 탄소 배출량이 가장 적은 아프리카가 탄소 시장에서 가장 큰 잠재력을 가진 대륙으로 부상해서다. 이들은 '아프리카 탄소시장 이니셔티브(ACMI)'를 꾸려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2050년까지 年1000억 달러 수출 목표
ACMI에 따르면 아프리카는 연간 탄소 배출권 잠재량의 2%만 사용하고 있다. ACMI는 아프리카의 탄소배출권 생산을 지원하기 위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27차 당사국 총회 (COP27)에서 출범한 비영리 회의체다. ACMI는 아프리카가 2050년까지 연간 1000억 달러(약 130조2865억원) 상당의 탄소배출권을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연간 외국인 직접 투자금 800억달러를 넘긴 적 없는 아프리카가 탄소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다
아프리카, 2050년엔 年1000억 달러 탄소배출권 수출하나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탄소 시장이 정부 주도의 '규제 시장' 위주로 발전했으나 2015년 파리협정 체결 이후 자발적 탄소 시장으로 지형이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은 지난 9월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제1회 아프리카기후정상회의에서 "(탄소배출권은) 비할 데없는 경제적 금광"이라며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교토의정서 기반의 탄소 시장은 감축한 탄소에 비례해 탄소 배출권을 획득하는 선진국 중심의 규제 체제였다. 이 시장에서 아프리카는 불리했다. 세계에서 1인당 탄소배출량이 제일 적은 대륙인 아프리카는 감축할 수 있는 탄소량이 적어 감축을 통한 탄소배출권을 획득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교토의정서 체결 후 설립된 최초의 국제 탄소 시장인 청정개발체제(CDM)에서 아프리카가 발행한 배출권은 전체의 3%를 차지했다.
파리협정 체결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파리협정 제6조 2항에 따르면 당사국 간 자발적 협력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 사업을 시행하고, 감축 실적을 상호 이전해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달성에 활용할 수 있다. 민간 주도의 자발적 탄소 시장(VCM)도 제6조 이행 규칙 중 하나로 채택됐다. VCM이란 탄소 감축 의무가 없는 주체들이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수행해 얻은 탄소 크레딧을 거래하는 시장이다.최근 아프리카는 탄소 시장에서 일부 성과를 거뒀다. 지난 9월 아프리카기후정상회의에서 아랍에미리트는 4억5000만 달러(약 5871억원) 상당의 아프리카 탄소배출권을 구매하기로 했다. 영국 HSBC 금융 그룹도 2억 달러(약 2667억원) 상당의 탄소배출권 구매를 약속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 증권거래소는 지난달 자체적으로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을 개설했다. 올해 가나와 세네갈은 주방용 스토브에서 확보한 탄소배출권을 2030년까지 스위스에 판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민간 중심의 탄소 시장
아프리카 탄소 시장은 자발적 탄소 시장 흐름에 맞춰 민간 자본이 주도하는 모양새다. 아프리카 탄소배출권 4분의 1이 스타트업 등 민간의 자발적인 시장 참여를 통해 발행되고 있다. 화석 연료보다 탄소 배출이 적은 저탄소 에너지원 사용을 늘려 탄소배출권을 확보하고, 민간 시장에 판매해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자금을 조달한다는 구상이다.케냐의 스타트업 코코도 탄소배출권에 주목하는 기업 중 하나다. 코코가 생산하는 스토브는 많이 팔릴수록 탄소배출권을 창출한다. 휘발유 연료보다 탄소를 절반 가까이 적게 배출하는 바이오에탄올을 사용한다. 코코가 확보한 탄소배출권은 전 세계 탄소시장에 판매할 수 있다. 또 탄소배출권으로 투자금을 마련해 제품 가격과 연료비를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다. 코코의 스토브 연료통을 가득 채우는 데 드는 비용은 한 달 4달러. 기존 석탄 연료의 절반 수준이다. 이같은 가격 경쟁력 덕분에 출시 4년 만에 나이로비 3가구 중 1가구가 사용하는 제품으로 자리매김했다.아프리카 스타트업들은 탄소배출권으로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코코를 포함해 '쿠킹 얼라이언스'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고 있는 30개 회사 중 절반 이상은 자금 조달을 위해 탄소 시장을 사용할 계획이다. '쿠킹 얼라이언스'는 저소득 국가의 가정에서 사용하는 주방용 연료를 청정 연료로 전환하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 단체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