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놀자] 시럽 수분 5% 미만·비결정 상태 유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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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 탕후루의 매끈한 코팅은 과학간식 탕후루 인기가 전국을 휩쓸고 있다. 중국어로 '설탕 박'을 의미하는 탕후루는 작은 과일을 꼬치에 꿴 뒤 설탕물을 입혀 만든다. 한입 베어 물면 설탕 코팅이 바사삭 부서지며 내는 과자 같은 느낌과 과일 과육의 부드러운 식감이 독특해 입맛을 자극한다.과일에 설탕을 코팅한 것이 전부라 아주 단순한 음식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탕후루는 과학적 원리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결과물이다.탕후루의 재료는 꼬치에 꿸 과일과 겉면을 감쌀 설탕, 그리고 약간의 물이 전부다. 재료만큼 만드는 방법도 간단한데, 물과 설탕을 각각 1:2 비율로 섞은 후 열을 가해 녹이고 과일을 코팅하면 된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는 설탕 녹이기, 즉 시럽 만들기다. 정교한 설정이 필요한 단계로, 탕후루 만들기의 성공 여부가 이때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설탕 시럽을 만들 때는 우선 온도를 꼭 맞춰야 한다. 이 시럽의 온도는 130~160℃ 이내가 가장 적당하며, 이 온도는 수분함유량과 관련이 있다. 물의 끓는점은 100℃이므로 설탕 시럽을 100℃까지 가열하면 수분이 증발하기 시작하는데, 130℃는 수분이 전체의 5% 이하로 떨어지는 지점이다. 만약 수분이 5% 이상이면 끈적끈적한 형태가 되어 탕후루의 바삭한 식감을 만들 수 없다. 반면 170℃까지 가열하면 설탕 시럽이 너무 딱딱해져 과일 표면에 매끄럽게 입힐 수 없다.
집에서 탕후루를 만들고 싶은데 온도계가 없다면 시럽이 노랗게 변하기 시작할 때를 포착하면 된다. 설탕 구조가 깨지면서 ‘캐러멜화’가 되는 것인데, 이 반응은 약 150~160℃에서 일어난다. 과일을 코팅하기 전 차가운 물을 시럽에 넣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차가운 물이 닿았을 때 떨어진 대로 굳으면 시럽이 잘 만들어진 것이다.탕후루를 만들 때 또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설탕물을 끓일 때 절대 저어서는 안 된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설탕물을 끓일 때 그 속에서 일어나는 화학변화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탕후루의 코팅이 매끈한 형태를 띨 수 있는 것은 설탕이 ‘비결정 상태’이기 때문이다. 설탕은 온도, 가열 과정에 따라 결정을 형성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다. 이때 ‘설탕물을 젓는 행위’는 도구에 남아 있던 불순물을 중심으로 결정을 만든다. 설탕은 눈에 보일 정도로 큰 결정을 형성하기 때문에 이 시럽으로 탕후루를 만들면 표면이 매끄럽지 않고 오돌토돌한 형태가 될 것이다. 참고로 ‘락캔디’라 불리는 울퉁불퉁한 간식이 결정 상태인 설탕으로 만들어졌다. 탕후루를 성공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과일에 남아 있는 수분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좋다. 설탕 분자는 하이드록실기(-OH)를 여러 개 가지고 있어 물(H2O)과 친하다. 즉 수분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다. 따라서 과일에 물기가 남아 있으면 설탕 시럽을 부었을 때 잘 굳지 않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설탕 시럽에 물엿을 소량 넣으면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물엿의 주요 구성 성분인 덱스트린은 긴 사슬의 당을 짧은 사슬로 분해해 매끄러운 성질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탕후루의 설탕 시럽이 결정화되는 것을 막고 설탕 코팅을 매끄럽게 만들어준다.한편 탕후루가 청소년을 중심으로 유행이 번지면서 최근 ‘소아 비만’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비만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과학자들이 공통으로 지목하는 요인 중 하나가 ‘과당’이다. 과당은 포도당·갈락토스와 함께 3대 천연 단당류인데, 이 중에서도 과당이 가장 단맛이 세다. 참고로 설탕은 과당과 포도당을 결합한 형태다.
최근 미국 콜로라도대 안 슈츠 메디컬캠퍼스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과당은 우리 몸에서 ATP를 낮은 상태로 만든다. ATP는 세포가 활동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유기화합물이다. ATP가 떨어지면 일종의 ‘저전력 모드’에 돌입한다. 몸속에 만들어진 지방이 에너지로 전환되지 않고 체내에 그대로 축적되는 것이다. 연구를 이끈 리처드 존슨 연구원은 “과당이 지방 성분을 에너지원으로 전환하는 역할에 관여한다는 것은 과당이 비만의 기본적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무엇이든 과함은 모자람만 못한 법. 본능적으로 ‘단맛’에 끌리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건강을 위협하지 않을 정도로 섭취하는 절제가 필요하다.
√ 기억해주세요
설탕 시럽을 만들 때 시럽의 온도는 130~160℃ 이내가 가장 적당하다. 수분함유량을 맞추기 위해서다. 물의 끓는점은 100℃이므로 설탕 시럽을 100℃까지 가열하면 수분이 증발하기 시작하는데, 130℃는 수분이 전체의 5% 이하로 떨어지는 지점이다. 만약 수분이 5% 이상이면 끈적끈적한 형태가 돼 탕후루의 바삭한 식감을 만들 수 없다. 반면 170℃까지 가열하면 설탕 시럽이 너무 딱딱해져 과일 표면에 매끄럽게 입힐 수 없다.박영경 과학칼럼니스트 前 동아사이언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