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동물 175마리 입양해 보조금 4천만원 타낸 동물보호 활동가

지인 46명 명의로 유기견·유기묘 입양…수의사와 결탁해 허위진료비 청구
일부는 해외로 재입양, 나머지는 폐사율 높은 새끼 고양이…경찰 내사 착수

지인들 명의로 유기 동물을 대거 입양해 정부 보조금 수천만 원을 부정 수급한 동물 보호 활동가가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1일 경찰과 동물보호단체 등에 따르면 청주 청원경찰서는 60대 A씨를 사기 혐의로 입건 전 조사(내사)를 하고 있다.

A씨는 2020년부터 올해 초까지 조카 등 지인 46명의 명의로 유기견과 유기묘 175마리를 입양한 뒤 이들에 대한 정부 의료비 보조금 약 4천만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1인당 유기 동물 입양 가능 수 제한을 피하기 위해 지인들의 명의를 빌려 입양 절차를 진행한 뒤 이들에게 지급된 보조금을 돌려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수년간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에 참여하며 일명 '캣맘' 등 동물애호가들을 두루 알게 된 A씨는 유기 동물이 안락사당하지 않게 명의만 빌려주면 자신이 잘 돌보겠다고 지인들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조금을 지급받기 위해 필요한 진료비 영수증은 평소 친분이 있던 수의사 B(50대)씨가 허위로 발급해 준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경찰은 기초생활수급자인 A씨가 자신의 자격이 박탈되지 않도록 지인들에게 보조금을 조카들 통장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는 내용의 첩보를 입수해 이들 통장을 압수수색할 예정이다.
A씨가 지인 등을 이용해 입양한 175마리 가운데 약 30%는 유기견이고, 나머지는 유기묘인 것으로 전해졌다.

개들의 경우 대부분 해외 입양 단체에 재입양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입양된 유기 동물의 행방을 쫓고 있다. 한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개와 달리 성묘(成猫·다 자란 고양이)는 다치지 않는 한 야생동물로 분류돼 구조되지 않기 때문에 A씨가 보호소에서 입양한 유기묘들은 대부분 새끼고양이일 것"이라며 "이들의 생존율은 일반적으로 50% 남짓이라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했다면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현재 A씨에게 명의를 빌려준 이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있는 경찰은 조만간 수의사 B씨를 불러 조사한 뒤 A씨를 입건할 예정이다.

정부는 현재 1인당 유기 동물 입양 가능 수를 3마리로 제한하고 있으며, 1마리당 최대 15만원의 중성화 수술 및 예방접종 보조금을 지자체와 함께 지원하고 있다.

마릿수 제한은 A씨가 범행을 시작한 2020년 당시부터 이듬해까지 10마리였고, 보조금은 2020년 20만원에서 2021년 25만원으로 올랐다가 올해 삭감됐다. chase_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