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보신탕집 충격적이었어요"…영국 왕비 '경악' [이슈+]

개 식용 종식 특별법 연내 제정 전망
육견업계 반발 "개 200만마리 풀겠다"
정부 "지원방안 보완안 부처 협의 중"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21일(현지시간) 런던 버킹엄궁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 앞서 커밀라 왕비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제 가족이 과거 한국을 방문했는데, 지인들이 고기를 먹자고 해서 갔던 곳이 보신탕집이었다고 해요. 충격적이었어요."

지난 21일(현지시간) 영국의 커밀라 왕비가 윤석열 대통령 내외를 초청한 국빈 만찬에서 김건희 여사에게 한 말이다. 김 여사는 이처럼 충격을 받았다는 커밀라 왕비에게 "한국에 아직 개 식용 문화가 남아 있다"고 안타까움을 전하면서 개 식용 종식을 위한 한국의 입법 노력을 자신감 있게 소개했다. '김건희법'으로도 불렸던 그 법이다.정치권에 따르면 정부와 국민의힘은 '개 식용 종식을 위한 특별법'을 올해 안에 제정하기로 했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17일 국회에서 개 식용 종식 관련 민당정 협의회를 마친 뒤 "가능한 한 빨리 개 식용 문제 해결을 위해 연내 개 식용 종식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특별법 제정과 함께 축산법상 가축에서 개는 제외되며, 식용견 사육, 도살, 유통, 판매 등의 행위는 금지된다.

단속은 육견업계 상황을 고려해 3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7년부터 실시한다. 당정은 업계 현황에 대해 ▲식용견 사육 농가 1150여개 ▲도축업체 33개 ▲유통업체 219개 ▲식당 1600여개 등으로 파악했다. 지원방안으로는 △식용견 사육 농가의 축산·원예업 업종 전환 시 행정 지원 △업종 전환 시 시설 신축·개보수 자금 저리 융자(금리 1~2%대) △도축·유통업체 및 개고기 식당에 점포철거비 최대 250만원 및 전직 장려 수당 최대 2000만원 지급 등을 검토하고 있다.
대구 칠성시장 골목 안 보신탕 식당. / 사진=뉴스1
'개 식용 금지'는 1978년 개고기를 축산물에서 제외한 이후 무려 45년이나 이어져 온 해묵은 논란이다. 동물권 보호, 위생 등 이유로 개 식용을 중단해야 한다는 여론과 생존권을 앞세운 육견업계가 팽팽히 대립을 이어왔다. 때때로 개 식용 문제는 정치권에서 '뜨거운 감자'로 통했는데, 지난해 6월 김 여사가 "개 식용을 멈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종식 논의에 본격적으로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김 여사는 "동물농장에서 학대 장면을 보면 3박 4일 잠을 못 잔다"고 했을 정도로 동물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여사는 지난 8월 개 식용 종식을 촉구하는 시민단체 기자회견장에 깜짝 등장해 "저는 이분들과 함께 친구가 돼서 개 식용이 금지될 때까지 끝까지 운동하고 노력할 것"이라는 각별한 의지도 드러냈다.

그러자 여당인 국민의힘이 영부인의 보조에 맞추고자 개 식용 종식 선두에 섰다. 개 식용 금지법에 '김건희법'이라는 별칭까지 붙였던 국민의힘이다. 지난 9월 당시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김 여사는 개 식용 금지 및 유기견 이슈와 관련해 누구보다 헌신적으로 활동해오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여야도 개 식용 종식에는 모처럼 공감대를 이뤘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등 여야 의원 44명은 지난 8월 '개 식용 종식을 위한 초당적 의원 모임'을 발족해 정부와 관계부처와 활발히 논의를 이뤄왔다. 여야가 이견이 없는 만큼 이번 정기 국회 내 통과가 유력하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부와 국민의힘이 연내 개 식용 종식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한 가운데 30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대한육견협회 등이 연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개식용금지법 추진 중단 등을 촉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육견업계의 반발은 최고조다. 주영봉 대한육견협회 식주권 생존권 위원장은 지난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개권'을 위해 인권을 짓밟고 국민의 먹을 권리를 빼앗았다"고 비판했다. 주 위원장은 분노한 농민들 사이에서 '특별법 강행 시 개 200만마리를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 등에 방사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주 위원장은 육견업계의 사육과 도축 시설이 열악하다는 것에 대해선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나라 농업, 축산업은 정부의 절대적인 지원 속에서 성장해 왔는데, 개는 단 정부에서 10원짜리 하나 지원해준 게 없다"고 토로했다. 해결책으로는 "축산물 위생관리법상 도살 처리 대상 가축으로 타조, 오소리가 들어가 있는데, 거기에 개를 넣어서 국민의 먹거리 위생을 관리하면 잔혹한 사육이나 도축이 100% 해결된다"고 제시했다.

주 위원장은 정부가 보상을 위해 파악한 업계 현황도 정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회적 논의 기구에서 보상을 미끼로 통계 조사를 했는데 협회 회원들 농가의 30%도 실태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1150개 농가라는 통계는 잘못됐다. 저희가 파악하고 있는 건 3500여개"라며 "향후에 만약에 이게 통과가 된다고 하면 위헌 소송뿐만 아니라 모든 법적인 것까지 다 총동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이런 반발에 대해 "현재 발표한 지원방안에서 좀 더 보완하는 안은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라며 "육견업계와 계속 만나고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