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물 폭로전' 벌어진 카카오…직원들 반응 봤더니 [조아라의 IT's f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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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했다" vs "이걸 왜 공개?"…고인물 폭로전 직원 반응

수면 위로 올라온 내부 병폐 등 각종 의혹에 대해 일부 경영진들은 "사실 무근"이라며 반박에 나서는 반면, 적잖은 내부 직원들은 지적 사항에 대해 공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썩은 거 싹 다 개혁"…카카오 직원 10명 중 9명 '폭로 공감'
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카카오 직원들 대상으로 김정호 총괄의 내부 실정 폭로전을 두고 찬반 투표가 이뤄졌다. 해당 투표는 지난달 29일 김 총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고위 경영진의 골프 회원권 남용 의혹에 대한 공개 폭로 이후 진행됐다. 이날 오후 투표 참여자 412명 중 382명(92.7%)은 '김 총괄이 잘했다. 썩은 거 싹 다 개혁하라'고 투표했다. '그러면 안 된다. 회사 기밀 유출이다'라는 의견은 30명(7.3%)에 불과했다. 사실상 직원 대부분이 '내부 병폐'로 지목된 부분에 공감하고 있는 셈이다.실제로 블라인드에 카카오 재직 중이라는 한 직원은 "경영진들에게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가 존재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다른 직원 역시 "대기업 규모임에도 (일처리가)주먹구구식"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외에도 잦은 경영진 리스크에 대한 피로감과 '상후하박(윗사람에게 후하고 아랫사람에게 박함)' 구조의 연봉 체계 등에 대한 불만을 언급하기도 했다.

내부 비리 의혹이 커지자 카카오의 부동산 개발을 총괄하는 자산개발실 오지훈 부사장과 직원 11명은 지난달 29일 카카오 내부 전산망에 올린 공동 입장문에서 안산 데이터센터와 서울아레나 시공사 선정 과정이 공정하게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오 부사장은 특히 제주도 유휴 부지 개발 과정도 배재현 투자총괄대표 등 경영진 결재를 모두 거쳐 진행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사실과 다른 내용이 공개돼 동료들이 심각한 정신적 충격에 빠졌다"며 '직장 내 괴롭힘'은 아닌지 회사 차원에서 검토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위기의 카카오…홍은택 대표 "각종 의혹 감사 착수"
노조는 "경영진의 특혜와 비위행위는 독립기구인 준법신뢰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해 팩트체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크루(직원)들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의 위기를 초래한 공동체 경영진은 최근 카카오 재무그룹장의 법인카드 남용사건에서 보듯이 이미 자체적인 자정 능력을 잃었기에 외부의 객관적 시각과 다수에 의한 민주적인 통제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폭로 당사자인 김 총괄의 폭언·욕설 논란에 대한 대응도 주문했다.
사태가 커지자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지난달 30일 사내 게시판에 회사의 공식 입장을 공유했다. 홍 대표는 "안산 데이터센터와 서울 아레나, 제주 ESG 센터 등의 건설과정 그리고 브랜든(김정호 경영지원총괄)이 제기한 다른 의혹에 대해서도 공동체 준법경영실과 법무법인을 중심으로 조사단을 꾸려서 감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영진의 법인 골프장 회원권 문제에 대해선 "이미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 환수한 자금은 휴양시설 확충 등 크루들의 복지를 늘리는 데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아울러 "윤리위 규정상 공개적으로 밝히기는 어렵지만 사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외부 법무법인에 조사 의뢰할 것을 윤리위원회에서 건의해 와서 수용하기로 했다"며 "외부기관들의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최종판단은 윤리위에서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김 총괄의 '욕설 논란'을 겨냥한 조치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이른바 '김범수 사단'을 앞세워 덩치를 키웠지만, 대기업으로 성장한 현시점에서는 업무 프로세스 제도화 및 경쟁적인 인사 시스템을 갖춰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잦은 경영진 교체 등으로 직원들이 상대적으로 박탈감과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갈수록 나빠지는 기업 이미지 역시 우려 요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