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간 일가족 가스라이팅·수억 갈취…무속인 부부 징역 30년 구형

검찰 "살인 사건보다 죄책 중해"
/사진=뉴스1
19년간 일가족을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해 수억원을 갈취한 무속인 부부에게 검찰이 법정 최고형인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1일 수원지법 여주지원 형사부(이현복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A씨 부부의 특수상해교사, 강제추행, 공갈, 감금,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촬영물 이용 등 강요) 등의 혐의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들에게 징역 30년씩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해다.앞서 A씨 부부는 2004년부터 올해까지 B씨와 그의 20대 자녀 C씨 등 세남매를 정신적, 육체적 지배 상태로 두고 상호 폭행하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B씨는 A씨 부부 지시에 따라 불에 달군 숟가락으로 자녀들의 몸을 4차례 지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부부는 자신들의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B씨 가족 구성원끼리 서로 폭행하게 했다. 남매간 성관계를 강요하고, 이들의 신체 촬영하는 등 성범죄까지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A씨 부부는 금전 갈취 혐의도 받는다. 이들은 세남매 중 막내의 월급통장과 신용카드를 관리하며 2017년 1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2억5000만원을 빼앗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B씨 가족의 집에 CCTV 13대를 설치해 이들을 통제하고 감시했다. 심지어 B씨 일가족은 부엌에서 생활하도록 하고, 5개의 방에는 자신들이 데려온 고양이 5마리를 한 마리씩 두고 키운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씨 부부가 남매들에게 생활비 마련을 명목으로 각각 수천만원씩 대출받도록 해 경제적으로 궁핍한 채로 만들어놔 자신들을 더 의지하게끔 하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가스라이팅을 통해 피해자들의 인간성을 말살시켰다. 살인 사건보다 죄책이 중하다"며 구형 사유를 밝혔다. 피고인은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A씨 부부의 범행은 지난 4월 남매 중 첫째가 피투성이가 된 채 이웃집으로 도망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선고는 이달 21일이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