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잔류도, 축복의 눈도 없었다…현실이 된 '2부 리그 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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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수원 삼성 팬들에게 '눈'은 낭만을 부르는 매개체다.
2008년 12월 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수원은 숙적 FC서울을 2-1로 물리치고 우승을 확정했다. 경기가 끝나갈 때쯤 눈이 펑펑 내렸다.
하늘이 우승을 축하해주는 듯했다.
수원은 그날 이후로 한 번도 리그에서 우승하지 못했고, 팬들은 매년 '첫눈'이 내릴 때면 2008년의 뜨거웠던 겨울을 떠올렸다. 2023시즌 K리그1 최종전이 열린 2일 오전에도 수원 하늘에는 두어 번 눈이 흩날렸다.
그러나 정오쯤이 되자 더는 눈이 내리지 않았다.
그리고 수원은 강원과 0-0 무승부에 그쳐 창단 첫 K리그2(2부) 강등의 굴욕을 당하고 말았다. 이겼다면 자력으로 승강 플레이오프에 올라 1부 잔류에 도전할 수 있었으나 무기력한 플레이를 이어가다가 결국 거꾸러졌다.
경기 전만 해도 분위기는 좋았다.
킥오프 1시간 전부터 서포터스석이 꽉 찼다. 팬들은 붉은 하트 문양의 카드섹션으로 수원 선수단에 힘을 불어넣었다.
수원은 앞선 두 경기에서 연승을 거두며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고등학생 김모 군은 "우리 수원이 막판에야 흐름을 제대로 탔다.
김주찬이 골 넣고 이길 것"이라고 큰소리쳤다.
수원 팬들은 목이 터지라고 선수들을 응원했다.
그라운드에서는 강원이 우위를 보였으나 관중석 응원전은 수원의 압승이었다.
수원종합운동장에서 같은 시각에 열린 경기에서 0-1로 뒤지던 수원FC가 후반 5분 동점골을 넣어 실시간 순위표에서 수원이 다시 최하위로 내려앉자 수원 팬들의 응원은 더 필사적이 됐다. 후반 추가시간까지 쩌렁쩌렁 울리던 수원의 응원소리는 주심이 종료 휘슬을 불자 마치 '음 소거 버튼'을 누른 것처럼 사라졌다.
여기저기서 수원 팬들이 눈물을 훔쳤다.
슬픔은 이내 분노로 바뀌었다.
서포터스는 상대 팀을 향해 부르는 '나가 죽어라' 노래를 수원 선수들을 향해 불렀다.
이준 대표이사, 염기훈 감독대행, 오동석 단장, 김보경이 차례로 마이크를 잡고 팬들에게 사과의 말을 했다.
그래도 분을 삭이지 못한 서포터스들은 불붙인 홍염을 두어개 그라운드로 던졌다.
그라운드와 라커룸, 기자회견장을 잇는 복도까지 홍염의 메케한 냄새가 진동했다. 이날 수원이 강등되면 열성 팬들이 난동이라도 일으킬까 봐 경찰도 예의 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수십 명 팬들이 구단 사무실 입구 쪽에서 경찰과 대치했을 뿐, 심각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한 시즌 내내 '강등의 망령'을 마주하며 지내온 팬들 대다수는 일찍 '현실'을 인정했는지 조용히 귀가하는 모습이었다.
/연합뉴스
2008년 12월 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수원은 숙적 FC서울을 2-1로 물리치고 우승을 확정했다. 경기가 끝나갈 때쯤 눈이 펑펑 내렸다.
하늘이 우승을 축하해주는 듯했다.
수원은 그날 이후로 한 번도 리그에서 우승하지 못했고, 팬들은 매년 '첫눈'이 내릴 때면 2008년의 뜨거웠던 겨울을 떠올렸다. 2023시즌 K리그1 최종전이 열린 2일 오전에도 수원 하늘에는 두어 번 눈이 흩날렸다.
그러나 정오쯤이 되자 더는 눈이 내리지 않았다.
그리고 수원은 강원과 0-0 무승부에 그쳐 창단 첫 K리그2(2부) 강등의 굴욕을 당하고 말았다. 이겼다면 자력으로 승강 플레이오프에 올라 1부 잔류에 도전할 수 있었으나 무기력한 플레이를 이어가다가 결국 거꾸러졌다.
경기 전만 해도 분위기는 좋았다.
킥오프 1시간 전부터 서포터스석이 꽉 찼다. 팬들은 붉은 하트 문양의 카드섹션으로 수원 선수단에 힘을 불어넣었다.
수원은 앞선 두 경기에서 연승을 거두며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고등학생 김모 군은 "우리 수원이 막판에야 흐름을 제대로 탔다.
김주찬이 골 넣고 이길 것"이라고 큰소리쳤다.
수원 팬들은 목이 터지라고 선수들을 응원했다.
그라운드에서는 강원이 우위를 보였으나 관중석 응원전은 수원의 압승이었다.
수원종합운동장에서 같은 시각에 열린 경기에서 0-1로 뒤지던 수원FC가 후반 5분 동점골을 넣어 실시간 순위표에서 수원이 다시 최하위로 내려앉자 수원 팬들의 응원은 더 필사적이 됐다. 후반 추가시간까지 쩌렁쩌렁 울리던 수원의 응원소리는 주심이 종료 휘슬을 불자 마치 '음 소거 버튼'을 누른 것처럼 사라졌다.
여기저기서 수원 팬들이 눈물을 훔쳤다.
슬픔은 이내 분노로 바뀌었다.
서포터스는 상대 팀을 향해 부르는 '나가 죽어라' 노래를 수원 선수들을 향해 불렀다.
이준 대표이사, 염기훈 감독대행, 오동석 단장, 김보경이 차례로 마이크를 잡고 팬들에게 사과의 말을 했다.
그래도 분을 삭이지 못한 서포터스들은 불붙인 홍염을 두어개 그라운드로 던졌다.
그라운드와 라커룸, 기자회견장을 잇는 복도까지 홍염의 메케한 냄새가 진동했다. 이날 수원이 강등되면 열성 팬들이 난동이라도 일으킬까 봐 경찰도 예의 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수십 명 팬들이 구단 사무실 입구 쪽에서 경찰과 대치했을 뿐, 심각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한 시즌 내내 '강등의 망령'을 마주하며 지내온 팬들 대다수는 일찍 '현실'을 인정했는지 조용히 귀가하는 모습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