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대학자치…낮은 투표율에 선거 무산되고 법정 공방까지
입력
수정
서울대 총학 선거, 역대 최저 투표율로 무산…홍익대선 아무도 출마 안해
한양대선 선거 금지 가처분 인용…'총학 문화' 외면에 코로나19까지 겹쳐 서울 주요 대학 곳곳에서 '대학 자치의 꽃'으로 여겨지는 총학생회 선거가 학생들의 무관심과 냉소 속에 파행하고 있다. 3일 대학가에 따르면 학생들의 무관심으로 투표율이 기준에 못 미쳐 선거가 무산돼 버리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9일 개표를 마감한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는 투표율이 24.4%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며 무산됐다.
앞서 2012년에 총학생회 선거 최종 투표율이 약 27%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는데 10여년 만에 최저 기록을 경신한 셈이다. 같은 달 22∼23일 홍익대에서는 총학생회와 일부 단과대 학생회 선거에 아무도 출마하지 않아 선거가 진행되지 않았다.
한 단과대에서는 투표율이 저조해 투표 기간을 하루 연장했지만 결국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개표가 무산됐다.
동국대에서도 투표율 저조로 총학생회 선거가 성사되지 못했다. 후보자를 낸 선거운동본부(선본) 차원에서 무리한 방식을 동원하다가 선관위로부터 징계를 받는 일도 생겼다.
당선이 무산된 서울대 총학생회 선본은 본투표 마지막 날까지 투표율이 성사 기준보다 한참 낮자 '투표율 25%가 넘어야 연장투표가 가능하다'라는 허위 사실을 담은 문구로 투표를 독려한 사실이 추후 드러나 징계를 받았다.
서울대 인문대 학생회장 후보자 역시 선거운동 기간이 아닌 때에 선거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선관위로부터 징계를 받고 사퇴했다. 한양대에서는 총학생회 선거가 법정 공방으로 번져 선거가 무산되는 사례마저 등장했다.
선거에 입후보한 선본 'HYLIGHT'가 회원 추천서 추천인 명부상 선본 이름을 '하이라이트', 'Hylight' 등으로 정식 명칭과 다르게 기재한 것이 발단이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선관위) 해당 명칭들을 하나의 선본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HYLIGHT의 입후보를 무산시켰고 학생회장 후보로 출마하려던 공과대 소속 이모씨는 지난달 서울동부지법에 총학생회 선거를 치르면 안된다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법원은 표기 방법에 다소 차이가 있어도 각 명칭의 발음이 동일하다는 점 등을 토대로 이 씨에 대한 추천인 명부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 가처분을 받아들였다.
한양대 4학년 신모(25)씨는 "학생사회의 일이 외부의 개입으로 중단돼 상당히 안타깝다"라며 "이런 선례가 쌓이면 학생 자치 자체가 위협받을 수도 있겠다"라고 우려했다. 대학가에서는 총학생회가 구심점이 돼 학생들의 정치적 입장을 결집하고 행동에 나서는 과거의 문화에 대한 피로감이 커진 지 오래인 데다 코로나19를 거치며 학생사회가 침체되면서 학생을 대표하는 기구로서의 총학생회가 설 자리를 잃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건국대와 외대에서는 최근 선거 기간 총학생회장 후보자가 진보성향 정당 소속 아니냐는 의혹이 지속해서 제기되는 등 학생들이 이른바 '운동권'에 거리를 두려는 경향도 강해지는 분위기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화, 등록금 투쟁 등 대학 총학생회가 대변할 수 있었던 집단적 이익이 과거와 달리 더 이상 학생들의 주요 관심사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늘고 인터넷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면서 총학생회 출마자 및 당선자에 대한 무분별한 익명 비방이 늘어난 것도 선거에 출마하려는 학생들의 의지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실제로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총학생회 선거 전후로 "아파트 동대표보다 나한테 이득 주는 게 적은데 총학생회 있든지 말든지 뭐가 좋은지 이해가 안 간다", "총학 활동 열심히 하는 애들은 나중에 정치판 가려고 하는 건가?" 같은 게시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서울 지역 한 대학 관계자는 "학생회 입장에선 많은 희생을 하며 학우들을 위해 일하는데 이런 반응을 접하게 되니 선뜻 나서지 않으려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한양대선 선거 금지 가처분 인용…'총학 문화' 외면에 코로나19까지 겹쳐 서울 주요 대학 곳곳에서 '대학 자치의 꽃'으로 여겨지는 총학생회 선거가 학생들의 무관심과 냉소 속에 파행하고 있다. 3일 대학가에 따르면 학생들의 무관심으로 투표율이 기준에 못 미쳐 선거가 무산돼 버리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9일 개표를 마감한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는 투표율이 24.4%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며 무산됐다.
앞서 2012년에 총학생회 선거 최종 투표율이 약 27%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는데 10여년 만에 최저 기록을 경신한 셈이다. 같은 달 22∼23일 홍익대에서는 총학생회와 일부 단과대 학생회 선거에 아무도 출마하지 않아 선거가 진행되지 않았다.
한 단과대에서는 투표율이 저조해 투표 기간을 하루 연장했지만 결국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개표가 무산됐다.
동국대에서도 투표율 저조로 총학생회 선거가 성사되지 못했다. 후보자를 낸 선거운동본부(선본) 차원에서 무리한 방식을 동원하다가 선관위로부터 징계를 받는 일도 생겼다.
당선이 무산된 서울대 총학생회 선본은 본투표 마지막 날까지 투표율이 성사 기준보다 한참 낮자 '투표율 25%가 넘어야 연장투표가 가능하다'라는 허위 사실을 담은 문구로 투표를 독려한 사실이 추후 드러나 징계를 받았다.
서울대 인문대 학생회장 후보자 역시 선거운동 기간이 아닌 때에 선거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선관위로부터 징계를 받고 사퇴했다. 한양대에서는 총학생회 선거가 법정 공방으로 번져 선거가 무산되는 사례마저 등장했다.
선거에 입후보한 선본 'HYLIGHT'가 회원 추천서 추천인 명부상 선본 이름을 '하이라이트', 'Hylight' 등으로 정식 명칭과 다르게 기재한 것이 발단이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선관위) 해당 명칭들을 하나의 선본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HYLIGHT의 입후보를 무산시켰고 학생회장 후보로 출마하려던 공과대 소속 이모씨는 지난달 서울동부지법에 총학생회 선거를 치르면 안된다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법원은 표기 방법에 다소 차이가 있어도 각 명칭의 발음이 동일하다는 점 등을 토대로 이 씨에 대한 추천인 명부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 가처분을 받아들였다.
한양대 4학년 신모(25)씨는 "학생사회의 일이 외부의 개입으로 중단돼 상당히 안타깝다"라며 "이런 선례가 쌓이면 학생 자치 자체가 위협받을 수도 있겠다"라고 우려했다. 대학가에서는 총학생회가 구심점이 돼 학생들의 정치적 입장을 결집하고 행동에 나서는 과거의 문화에 대한 피로감이 커진 지 오래인 데다 코로나19를 거치며 학생사회가 침체되면서 학생을 대표하는 기구로서의 총학생회가 설 자리를 잃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건국대와 외대에서는 최근 선거 기간 총학생회장 후보자가 진보성향 정당 소속 아니냐는 의혹이 지속해서 제기되는 등 학생들이 이른바 '운동권'에 거리를 두려는 경향도 강해지는 분위기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화, 등록금 투쟁 등 대학 총학생회가 대변할 수 있었던 집단적 이익이 과거와 달리 더 이상 학생들의 주요 관심사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늘고 인터넷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면서 총학생회 출마자 및 당선자에 대한 무분별한 익명 비방이 늘어난 것도 선거에 출마하려는 학생들의 의지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실제로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총학생회 선거 전후로 "아파트 동대표보다 나한테 이득 주는 게 적은데 총학생회 있든지 말든지 뭐가 좋은지 이해가 안 간다", "총학 활동 열심히 하는 애들은 나중에 정치판 가려고 하는 건가?" 같은 게시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서울 지역 한 대학 관계자는 "학생회 입장에선 많은 희생을 하며 학우들을 위해 일하는데 이런 반응을 접하게 되니 선뜻 나서지 않으려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