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보험금 너 줄게"…암으로 죽은 줄 알았던 여친 알고보니

남친에 "유방암 걸렸다"며 돈 뜯어
사망한 척 자작극…부의금도 받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나 유방암 걸렸어."

암 치료비 명목으로 남자친구에게 수천만 원을 갈취하고 자신이 사망한 것처럼 위장해 부의금까지 뜯어낸 40대 여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14단독 정우철 판사는 지난달 17일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모 씨(47)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남 씨는 남자친구인 하모 씨에게 총 9개월간 치료비와 부의금 명목으로 5700만원가량의 돈을 갈취한 혐의를 받는다.

두 사람은 2020년 6월 서울 강북구 미아동 한 찻집에서 처음 만났다. 남 씨는 하 씨를 만난 지 약 1년 만에 자신이 유방암에 걸렸다며 "내가 죽으면 보험금을 대신 받아라"라면서 돈을 요구했다. 하 씨는 35회에 걸쳐 2900만원이 넘는 돈을 남 씨에게 보냈다. 이후 남 씨는 2022년 2월 투병 중 사망한 것처럼 자작극을 펼쳐 부의금 명목의 돈도 갈취했다. 하 씨에게 자신이 사망했다는 메시지를 보낸 뒤 본인을 지인인 김모 씨로 위장해 "사망보험금을 받기 위한 법률 자문 비용이 필요하다"며 돈을 요구한 것이다.

하 씨는 5개월에 걸쳐 총 2820만 원을 김 씨로 위장한 남 씨에게 보냈다.

조사에 따르면 남 씨는 유방암 진단을 받은 적이 없었다.남 씨는 과거에도 유사한 수법의 범행을 저질러 사기죄로 복역한 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소 후 누범기간 중 유사한 수법으로 범행을 되풀이한 것이다.

재판부는 "사기죄로 기소유예 처분을 거쳐 징역형까지 선고받아 1년간 복역했음에도 유사한 수법의 범행을 되풀이했다"며 "피해자에게 자신이 위중한 질병에 걸렸다거나 심지어 사망했다는 황당한 거짓말을 전해 돈을 편취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현재까지 피해자는 아무런 배상을 받지 못했으며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