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로스쿨 합격했대" 파다한 소문…공무원들 '술렁' [관가 포커스]

로스쿨 발표에 긴장하는 공직사회
사진=연합뉴스
고려대와 연세대 등 국내 21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2024학년도 최종 합격자를 발표한 지난 1일 오후.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세종청사 주요 부처에서 근무하는 젊은 사무관들은 크게 술렁였다. ‘특정 부처 사무관이 어느 대학에 합격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곳곳에서 전해졌기 때문이다.

국내 25개 로스쿨은 지난달 말부터 2단계 면접 전형을 통과한 최종 합격자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대가 지난달 27일 최종 합격자 명단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 1일엔 고려대와 연세대 등 21개 로스쿨이 최종 합격자를 발표했다. 내년 1월 초 합격자 등록 후 미등록 인원이 발생하면 추가 합격자 발표가 진행된다.기재부를 비롯한 주요 경제 부처는 이탈자 발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통상 공직사회에서 로스쿨에 진학하는 연령대가 대부분 한창 일할 연차인 입직 5년차 안팎의 20~30대 행시 출신 사무관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기재부에선 특정 부서에서 근무하는 입직 5년차가량의 사무관이 이번 서울대 로스쿨 최종 합격자에 이름을 올렸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공직사회에선 명문대를 졸업한 후 5급 일반공채(행정고시)를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한 젊은 사무관들의 잇따른 로스쿨 진학이 더 이상 놀라운 뉴스가 아니라는 반응이다. 기재부의 경우 매년 1~2명가량의 사무관이 로스쿨 진학을 선택하고 있다. 예컨대 세제실 사무관으로 근무하다가 조세 전문 변호사로 활약하기도 한다. 한 사무관은 “상사들은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이지만 동기들이나 후배들은 축하해 주는 분위기가 대세”라고 전했다.

통상 로스쿨에 합격한 사무관들은 합격자 등록을 마친 후 1월에 퇴사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당사자가 직접 얘기하기 전까지는 해당 부서에서도 합격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통상 로스쿨 중복 합격자가 연쇄 이동한다는 점에 비춰볼 때 대학별로 추가 합격자 발표가 나오는 내년 1월 중순 이후 공직사회에서 이탈하는 사무관들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기재부는 통상 서울대 경제학과 학생들이 행시 재경직에 합격한 후 입직하는 대표적인 ‘정통 코스’였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행시 재경직은 서울대 경제학과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 중 하나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른바 ‘SKY대’ 로스쿨이 행시 재경직보다 인기가 높아졌다는 것이 같은 학교 출신 사무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실제로 최근엔 우수한 학생들이 처음부터 행시 재경직에 도전하는 대신 로스쿨에 진학하는 사례가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엘리트 공무원의 길을 포기하고 로스쿨로 진로를 바꾼 배경엔 대기업 대비 낮은 보수와 바늘구멍 같은 승진 기회, 쌓여가는 인사 적체 및 과도한 업무 부담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중앙부처에서 경험을 쌓은 사무관들이 변호사 등 다른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밝혔다.

강경민/허세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