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롱테일 전략 통했다…내년 흑자 전환"

박태훈 왓챠 대표

최다 콘텐츠 평가 테이터 보유
AI 추천 서비스 경쟁력 높아
구조조정 등으로 비용 절감
"내년 신작 서비스 대거 확대"
박태훈 왓챠 대표 / 사진=강은구 기자
“이르면 내년 상반기 흑자를 기록할 겁니다. 왓챠만의 ‘롱테일’ 전략의 성과죠.”

규모가 1조원 넘는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서 티빙, 쿠팡플레이, 웨이브 등 토종 플랫폼은 모두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해외 업체에 맞서 출혈 경쟁을 하고 있어서다. 왓챠는 국내외 OTT 공룡 사이에서 7년 이상 분투한 스타트업이다. 정보기술(IT)을 앞세워 국내 OTT 업체 처음으로 내년에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다.박태훈 왓챠 대표는 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7억 개 넘는 국내 최다 규모의 콘텐츠 평가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도화한 인공지능(AI) 기반 콘텐츠 추천 기술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압도적으로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왓챠의 흑자 전환 예고는 깜짝 놀랄 만한 뉴스다. 지난해 영업손실이 555억원까지 불어난 왓챠는 투자 유치 실패, 인수합병(M&A) 무산 등으로 버티는 것도 힘들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 의견이었다. 하지만 지식재산권(IP) 매각, 인력 감축 등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수익성 개선에 나섰다. 박 대표는 “새로운 먹거리로 삼았던 음악 사업도 정리했고 마케팅 비용은 파격적으로 줄였다”고 설명했다.

비용을 줄이면서도 OTT 매출은 유지했다. 경쟁 업체에 비해 왓챠의 이용자는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쳤다. 그만큼 충성도 높은 고객층이 탄탄하다는 얘기다. 비결은 추천 기능이다. 박 대표는 “이용자가 왓챠 추천으로 콘텐츠를 선택하는 비율이 70%가 넘는다”고 말했다.

왓챠 특유의 롱테일 전략도 OTT 경쟁이 격화한 시기에 효과가 컸다. 롱테일은 잘 팔리는 소수 상품보다는 많은 제품으로 적은 매출을 계속 내 전체 수익을 늘리는 전략이다. 박 대표는 “나온 지 오래된 영화를 찾는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에 OTT에 롱테일 전략은 효과적”이라고 했다.이에 비해 대기업 경쟁사는 주로 거금을 투입해 소수의 신규 오리지널 콘텐츠로 이용자를 확보한다. 박 대표는 “왓챠의 오리지널 콘텐츠 성과가 좋았던 시기에도 롱테일 전략에 따른 매출이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했다”고 말했다. 왓챠는 롱테일 전략을 위해 국내에서 가장 많은 영화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영화만 보면 넷플릭스보다 15배 넘게 많다. 다양한 성향의 시청자에게 영화를 제대로 추천하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콘텐츠가 필수다.

영화 평가 데이터는 인기 콘텐츠 확보와 제작에도 큰 도움이 됐다. 왓챠가 독점 수입한 드라마 ‘체르노빌’ ‘킬링이브’ 등은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박 대표는 “체르노빌은 관람객 평가 데이터 분석을 믿고 해외 드라마 평균 수입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작사에 제안해 따냈다”고 말했다. 체르노빌은 2019년 왓챠 앱 다운로드 500만 건 돌파를 견인했다. 오리지널 드라마인 ‘시맨틱 에러’는 첫 공개 후 주말 기준 7주 연속 왓챠에서 인기 1위를 차지했다.

왓챠는 개별 구매 방식의 신작 영화 유통 사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영화 관련 전문가, 지인 등과 영화를 실시간으로 같이 보며 소통하는 서비스인 ‘왓챠 파티’는 최신작으로 확대한다. 콘텐츠 평가 및 추천 서비스인 왓챠피디아의 커뮤니티 기능도 강화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최근 웨이브와 티빙의 합병 추진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 경쟁이 줄기 때문에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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