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위성의 100배 성능…탱크 번호판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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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첫 정찰위성 발사 성공우리 군의 첫 독자 군사정찰위성 1호기가 지난 2일 목표 궤도에 안착한 뒤 지상과의 첫 교신에도 성공했다. 북한 역시 지난달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우주궤도에 진입시켜 남북 우주 경쟁이 본격화된 모습이다. 하지만 해상도 측면에서 우리 군의 정찰위성은 북한보다 100배 이상 뛰어나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북한 정찰위성이 초등학생이라면 우리는 대학생”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군은 2025년까지 정찰위성 네 기를 더 쏘아 올려 전력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북핵·미사일 감시 역량 강화
해상도 30㎝…사람 동선 파악
"北이 초등학생이면 우린 대학생"
운용 점검 후 내년 상반기 전력화
'고성능 레이더' 4기 추가로 발사
軍 “궤도 안착 후 지상국과 교신 성공”
우리 군의 정찰위성 1호기를 탑재한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발사체 ‘팰컨9’이 한국시간으로 2일 오전 3시19분(현지시간 1일 오전 10시19분) 미국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발사됐다. 국방부에 따르면 1호기는 발사 약 14분 뒤인 오전 3시33분께 발사체로부터 정상 분리돼 목표 궤도에 진입했다.이후 1호기는 발사 6시간10분이 지난 오전 9시47분 국내 지상국과의 첫 교신에 성공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앞으로 위성의 상태 점검과 자세 보정, 촬영 장비 최적화 등을 거쳐 전력화되기까지 4~6개월 정도 걸린다”고 설명했다.
군이 이번에 쏜 위성 1호기는 전자광학 및 적외선 장비를 장착한 저궤도 위성이다. 주간뿐 아니라 야간에도 사진·영상 촬영이 가능하고, 물체에서 발생하는 열도 감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의 미사일 엔진 지상 연소시험 등을 탐지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북한이 지난달 21일 발사한 정찰위성 만리경 1호와 비교해 해상도에서 현격한 성능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다. 1호기의 해상도는 30㎝급이다. 가로세로 30㎝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다는 뜻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상 30㎝ 물체를 식별한다는 것은 3m 크기 장갑차에 적혀있는 넘버링까지 판독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북한의 군사 동향을 세밀하게 파악하는 게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반면 북한 정찰위성은 크기, 무게 등으로 미뤄봤을 때 3~5m급 해상도로 추정된다. 군 관계자는 “위성 해상도가 1m 이상이면 활용성이 매우 떨어진다”며 “북한의 정찰위성 발표를 성공으로 볼 수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지난달 30일 “만리경 1호가 한반도 일대와 괌·하와이 주요 미군기지, 미국 백악관·펜타곤(국방부) 등 한·미의 핵심 시설을 촬영했다”고 주장했지만, 사진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초소형 위성도…2027년 모델 선정”
이번에 발사한 1호기는 군이 계획 중인 정찰위성 사업(425사업) 가운데 첫 번째 위성이다. ‘425사업’은 북한의 주요 전략 표적에 대한 감시·대응을 위해 다섯 기의 독자 정찰위성을 확보하는 사업으로, 총사업비는 1조2000억원에 달한다. 군 당국은 내년 4월부터 2~5호기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도 순차적으로 발사할 계획이다. SAR 위성은 레이더에서 발신한 전파가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 등을 계산해 영상을 만드는 방식으로, 기상 여건과 관계없이 촬영할 수 있는 게 강점이다.군은 425사업과 별도로 무게 100㎏ 안팎의 ‘초소형 정찰위성’ 사업도 민간 방산업체들과 하고 있다. 다섯 기 위성이 모두 실전 운용돼도 약 2시간에 한 번씩 한반도를 관측할 수 있어 ‘공백’을 채울 위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대북 감시 공백을 30분 이내로 줄이기 위해 초소형 위성을 44기 만들어 활용할 것으로 알고 있다”며 “2027년께 최종 모델이 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