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글로벌 배터리시장 석권 이끈 '현장 리더십'

다산경영상
전문경영인 부문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배터리 세계 1위 '일등공신'
사업 초기, 아우디 등 수주 따내고
2년전 대규모 리콜 사태때 복귀
IPO 성사 이후 매분기 최대 실적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해결사
적자 내던 LG디스플레이 맡아
LCD패널 세계 1위 기업 탈바꿈
유플러스 땐 1300만 가입 달성
2년 전 LG에너지솔루션은 유난히 긴 여명의 시간을 보냈다. 회사가 배터리를 공급한 현대자동차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차가 잇달아 리콜 사태를 겪으면서 출범 1년도 안 돼 예상 밖의 대규모 재무 부담을 떠안았다. 후발 주자인 중국 업체들이 저가 공세로 치고 올라오면서 세계 1위 자리도 위태로워졌다. 시장의 뜨거운 관심 속에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던 LG에너지솔루션은 수장을 교체했다. ‘해결사’ 권영수 ㈜LG 부회장을 구원투수로 등판시킨 것이다.

글로벌 배터리 1위 길 닦아

6년 만에 배터리산업에 복귀한 권 부회장은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켰다.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두운 법”이라는 말과 함께 임기를 시작한 그는 2021년 11월 취임 두 달 만에 사상 최대 규모 IPO를 성사시켰다. 이후 매 분기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며 발군의 경영 실력을 입증했다. 재임 기간에 글로벌 판매 상위 완성차업체 10곳 중 9곳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스마트팩토리 구현에 힘쓰며 미래 성장 기반을 닦았다.권 부회장은 명실상부한 LG그룹의 ‘간판 CEO’다. 2007년 적자이던 LG디스플레이를 4년 연속 영업이익 1조원을 내는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점유율 세계 1위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LG유플러스 최고경영자(CEO) 시절엔 성장 정체에 시달리던 국내 이동통신시장에서도 1300만 가입자 달성 기록을 이끌었다. 그가 LG에너지솔루션 CEO로 깜짝 임명됐을 때 업계에선 “LG그룹이 꺼내 들 수 있는 최고의 카드”라고 평가했다. 품질 문제 해결, 자금 조달 등 굵직한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권 부회장이란 간판 CEO를 전면에 내세우면 투자자와 고객사, 이해관계자를 우군으로 끌어들이기 용이해진다는 판단에서다.

LG에너지솔루션이 세계적인 전기차 배터리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일등 공신 역할을 한 것도 권 부회장이다. LG화학 시절 2012년부터 약 4년간 배터리사업본부장을 지내며 아우디, 다임러 등 글로벌 유수 완성차업체로부터 전기차 배터리 수주를 이끌어냈다. 그가 재임하는 동안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고객사를 20여 곳으로 두 배 늘리며 차량용 배터리 세계 1위에 올라섰다.

수주 잔액 500조원 돌파

LG에너지솔루션은 ‘권영수호(號)’ 출범 이후 사실상 분기마다 최대 매출·영업이익을 갈아치웠다. 올해 3분기 역시 매출 8조2235억원, 영업이익 7312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7.5%, 40.1% 급증했다. 올 들어선 3분기까지 이미 매출 25조7441억원, 영업이익 1조8250억원으로 작년 연간 실적을 훌쩍 뛰어넘었다.수주 잔액은 올해 10월 기준 500조원을 넘어섰다. 6월 말 440조원에서 4개월 만에 60조원 더 늘었다. 세계 완성차 판매 1위 도요타와 연 20GWh 규모 장기 공급계약을 한 결과다. 회사 관계자는 “연말에는 추가 수주로 시장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청득심’의 리더십 빛났다

LG에너지솔루션 CEO 취임 직후 권 부회장이 가장 먼저 한 것은 엔톡 개설이었다. 엔톡은 세계 모든 임직원이 CEO와 직통할 수 있는 핫라인이다. 누구든 CEO에게 궁금한 점, 건의사항, 업무 관련 아이디어를 올리면 권 부회장이 직접 답변을 달았다. “임직원의 행복이 나의 꿈”이라며 “매일 아침 출근길이 즐거울 수 있도록 소통하는 리더가 되겠다”던 취임사 속 약속을 지킨 것이다. 엔톡을 통해 LG에너지솔루션은 육아휴직 확대, 임신·난임휴직 도입, 전용 사내 어린이집 확대, 입양휴가제 도입 등 선진적인 직장 문화를 구축했다.

현장 경영도 권 부회장의 트레이드 마크다. 그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신념 아래 매주 한 번 이상 기술연구원이 있는 대전과 에너지플랜트가 있는 충북 청주시 오창에서 근무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전국에 88개 거점 오피스를 운영하는 것도 권 부회장이 현장을 다니며 유연한 업무 환경 조성의 필요성을 절감한 결과다. 그는 미국 중국 폴란드 등 글로벌 생산거점 현장도 직접 찾아 직원들의 애로점을 경청했다.권 부회장은 지난달 용퇴를 결정하고 ‘44년 LG맨’의 여정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그는 “LG에너지솔루션에서 마지막 2년은 더없이 보람되고 행복했던 시간으로 기억될 것”이라며 “LG에너지솔루션이 30년을 거쳐 쌓아온 도전과 혁신 역량, 지금까지의 성과를 밑거름 삼아 더 큰 도약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영수 부회장은 44년 정통 LG맨…직원들과 직접 소통하는 '세계 1등 전도사'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44년간 LG그룹에 근무한 ‘정통 LG맨’이다. 1979년 금성사(현 LG전자)에 입사해 32세 최연소 부장을 거쳐 45세에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에 선임됐다. 2006년 LG전자 사장을 시작으로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유플러스 ㈜LG LG에너지솔루션까지 17년간 LG그룹의 주력 사업을 모두 이끌었다.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과 도전정신이 돋보이는 경영자라는 게 재계의 공통된 평가다. 1999년 LG전자 재경팀장 시절 필립스의 투자를 유치하며 LG디스플레이의 모태인 LG필립스LCD 설립에 기여했다. LG디스플레이 최고경영자(CEO)를 맡아선 애플로부터 아이폰용 LCD(액정표시장치) 패널을 수주하고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사업을 키우며 네 분기 연속 적자이던 회사를 세계 1위 회사로 키웠다.LG유플러스의 CJ헬로비전 인수 작업을 진두지휘하며 회사의 ‘만년 3위’ 이미지를 벗어던졌다. LG에너지솔루션 전신인 LG화학 전지사업본부 본부장(사장)을 맡아서도 회사를 차량용 배터리 분야 글로벌 점유율 1위에 올려놨다. 그에게 ‘1등 전도사’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다. 권 부회장은 “LG그룹에서 일하는 동안 단 하나의 목표는 ‘세계 최고가 되는 것’이었다”며 “‘1등 정신’으로 무장한 강한 실행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임직원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하는 리더십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어린 자녀를 둔 직원과 임신부를 위한 시차 출퇴근제, 탄력근무제, 난임휴가 등 선진 복지 제도를 앞장서 도입했다. 2017년 일찌감치 직급체계를 단순화하고 조직문화 혁신에도 힘썼다. 회사에서 ‘부회장님’ 대신 ‘권영수님’으로 부르도록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 권영수 부회장 약력 △1957년 서울 출생
△1979년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1979년 LG전자 입사
△1981년 KAIST 산업공학 석사
△1988년 LG전자 해외투자실 부장
△2003년 LG전자 재경부문장(부사장)
△2007년 LG디스플레이 사장
△2012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사장)
△2015년 LG유플러스 부회장
△2018년 ㈜LG 부회장
△2021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