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美공군, 한반도밖 작전 본격화…지난달 싱가포르서 연합훈련

11월 6∼24일 싱가포르 공군기지서 훈련…'전략적 유연성' 관측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을 방어하는 것이 핵심 목표인 주한미군이 최근 한반도 밖에서 제3국군과 연합훈련을 펼쳐 주목된다.추후 중국 견제 등 역외 임무 수행을 위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강화 차원에서 훈련이 이뤄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4일 군에 따르면 주한 미 공군은 지난달 6∼24일 싱가포르의 파야레바르 공군기지에서 싱가포르 공군과 양자연합훈련인 '코만도 슬링(Commando Sling)'을 전개했다.

경기도 오산에 주둔한 미 7공군 제51전투비행단(미 51전비) 산하 F-16 '파이팅 팰컨' 전투기 6대와 조종사, 그리고 제36전투비행대대 소속 정비사 90명이 훈련에 참여했다.공대공 급유를 통해 공중전 시간을 늘리는 등 상호운용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연습이 진행됐다.

코만도 슬링은 1990년부터 미군과 싱가포르 공군이 매년 실시하는 연합훈련으로 양국 공군간 연합작전능력 향상, 미 공군의 싱가포르 기지 전개훈련, 싱가포르 주둔 미 공군의 지원능력 확인 등을 훈련목표로 삼고 있다.

주한미군이 한반도에서 한국군과 연합훈련을 하는 건 일상적이지만 주한미군 병력이 한반도 권역을 벗어나 미국이 아닌 '제3국'에서 실시되는 연합훈련에 미군 전력의 일부로 참여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주한 미 공군은 미국 태평양공군사령부가 주관하는 다국적 연합공군훈련인 '레드 플래그'에는 주기적으로 참여하지만, 훈련 장소는 미 네바다주 넬리스 공군기지나 알래스카주 아일슨 공군기지 등으로 미국 내가 대부분이다.

일각에서는 주한 미 공군의 미-싱가포르 연합훈련 참가가 미국 정부의 '전략적 유연성' 강화 의지에 따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은 2006년 한미 외교 당국 간의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합의 이후 주한미군과 관련한 일관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주한미군을 '붙박이'로 두지 않고 분쟁지역 등에 신속히 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한반도는 유사시 미군의 한반도밖 군사활동을 위한 발진기지 또는 후방지원기지로 활용돼 한국이 자칫 국제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만약 미중 갈등의 화약고인 대만해협에서 충돌이 발생하면 주한미군 전력이 대만 인근으로 이동하고, 북한은 미국의 대한(對韓) 안보 공약이 약화할 것이라 오판해 군사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한 군 소식통은 주한미군의 한반도 역외훈련 참가에 실무적인 이유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달 서울에서 열린 제55차 한미안보협의회(SCM) 직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대한민국을 방어하기 위한 주한미군의 현재 전력 수준을 지속적으로 유지'한다는 문구가 들어간 만큼, 주한미군의 한국 방어 의지는 철통같다는 것이다.이 소식통은 "한반도 공역이 상대적으로 좁다 보니 미 태평양공군사령부(PACAF)에서 원하는 훈련을 모두 소화하기 어렵다"며 "그래서 PACAF는 주기적으로 상호운용성 향상 차원에서 주한미군을 '레드 플래그' 등 원거리 훈련에도 종종 참여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