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조 단위 매출' 키운 이원진 삼성전자 사장 사임

삼성전자 '조직개편 및 보직인사' 단행

TV, 스마트폰 서비스 사업 육성
지난주 임직원에게 퇴임 사실 알려

TV 후임은 구글 출신 김용수 부사장
스마트폰은 한상숙 부사장이 맡아

영업마케팅 책임자 총괄 일부 교체
한국총괄에 임성택, 중동총괄 조성혁
이르면 다음주 글로벌 전략회의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삼성 깃발. 연합뉴스
구글 출신으로 삼성전자의 TV·스마트폰 플랫폼·서비스 사업을 키운 이원진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 서비스비즈팀장(사장·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서비스비즈팀장 겸임)이 퇴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오라클, 구글 등을 거친 김용수 부사장이 TV를 담당하는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의 플랫폼·서비스를, 내부 출신 한상숙 부사장이 스마트폰을 맡고 있는 MX사업부 플랫폼·서비스를 담당하게 된다. 대륙별 영업 마케팅 책임자를 뜻하는 사장·부사장급 '총괄' 중엔 한국과 중동 등 핵심지역의 총괄이 교체됐다.삼성전자는 4일 이런 내용의 '조직 개편 및 보직인사'를 확정하고 부서장들에게 공지했다. 사장급 중에서 눈에 띄는 건 이원진 사장의 퇴임이다. 이 사장은 최근 서비스비즈팀 임직원들에게 퇴임 사실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장은 구글 총괄부사장 출신으로 2014년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서비스비즈팀장으로 영입됐다. 2020년부턴 모바일경험(MX)사업부 서비스비즈팀장도 함께 맡아 완제품 부문 전반의 서비스 사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해 왔다. 서비스 사업은 TV, 스마트폰 등 기기를 '플랫폼' 삼아 고객사의 광고를 내보내거나 앱을 기본 탑재해주고 수수료 매출을 올리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한 해 서비스 매출은 조(兆) 단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장이 동시에 담당했던 MX·VD사업부 서비스비즈팀장은 두 명이 나눠 맡게됐다. 최근 영입된 김용수 부사장은 VD사업부 서비스사업을 맡게 됐다. 김 부사장은 미국 오라클, 구글 등을 거친 서비스·소프트웨어 사업 전문가다. 구글에선 2015년 4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7년 7개월 일하며 디지털마케팅, 광고 사업 등을 맡았다. 빅테크 대비 약하다고 평가되는 삼성전자 서비스·플랫폼 사업을 일으킬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X사업부 서비스비즈팀장은 한상숙 부사장이 낙점됐다. 한 부사장은 이번 인사 전까지 VD사업부 서비스비즈니스팀에서 근무했다.

DX부문 국내외 총괄 중에선 임성택 중동 총괄(부사장)이 한국 총괄로 이동한다. 한국 총괄은 국내 스마트폰·TV 사업의 영업·마케팅 현장을 책임지는 핵심 보직이다. 임 신임 한국총괄은 삼성전자 이태리법인(SEI) 법인장 등을 거친 영업 전문가로 알려졌다. 강봉구 한국 총괄은 퇴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총괄은 올해 갤럭시 Z5 시리즈, 갤럭시S23 시리즈 등을 앞세워 선전했지만 적지 않은 나이 때문에 물러나는 것으로 전해졌다.

후임 중동 총괄은 조성혁 MX사업부 전략마케팅실 부사장이 내정됐다. 조 부사장은 외교관 출신으로 VD사업부 전략마케팅팀을 거쳐 지난해 MX사업부 북미영업 담당으로 옮겨갔다. 최대 시장인 미국 시장을 관장하는 북미총괄은 최경식 사장이 계속 맡게 됐다.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에선 사업부장 김기남 SAIT(옛 종합기술원) 회장이 고문으로 물러난다. 김 회장은 2021년말 정기 사장단인사에서 DS부문장을 경계현 사장에게 물려줬다. 퇴임 후에도 DS부문의 기술 전략에 대해 조언하는 역할은 계속 할 것으로 알려졌다. DS부문에서 메모리·파운드리·시스템LSI 등 주요 사업부 수장과 최고기술책임자(CTO) 반도체연구소장 등의 변화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10년 뒤 신사업을 찾는 신생 조직 '미래사업기획단'으로 디바이스경험(DX)뿐만 아니라 DS부문에서도 일부 부사장급 인사가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조직개편 및 보직인사를 끝으로 삼성전자의 연말 정기 인사는 마무리됐다. 이르면 다음주 삼성전자는 글로벌전략회의를 연다. 글로벌 전략회의는 국내외 임원급이 모여 사업 부문별 업황을 점검하고, 신성장 동력 방안과 사업 계획을 논의하는 자리다. 올해 유임이 결정된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과 경계현 DS부문장(사장)이 각 부문별로 회의를 주관할 예정이다.올해 DX부문은 제품 경쟁력 강화와 함께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 생성형 AI 등을 기기에 접목하는 방안을, DS부문은 차세대 메모리 개발과 공정기술 고도화 등을 주로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