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성 잃기 전' 속도 높이는 이스라엘…가자 전쟁 중대단계에

이코노미스트 "민간피해 최소화·구호 노력에 동맹국 지지 달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전시내각을 만난 자리에서 하마스와 전쟁을 벌일 시간이 몇 달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블링컨 장관은 휴전 이전과 같은 강도로 장기간 전쟁할 수 있는 국제사회의 지지를 확신할 수 없다고도 했다.

그가 이스라엘에 현재 속도로 전투할 수 있는 시간을 '몇 개월'이 아닌 '몇 주'로 제시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이스라엘이 7일간의 휴전을 연장하지 않고 가자지구 남부로 공세를 확대하면서 10월7일 하마스의 기습 이후 두 달 가까이 이어지는 이번 전쟁이 중대한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영국 시사지 이코노미스트가 3일 분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 안보 당국자들은 사석에서 이스라엘군(IDF)이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시간 내에 작전을 서두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동맹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지지에 무기한 의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이같은 지지는 가자지구에서 민간인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급속도로 약해졌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지난 1일 전투를 재개한 이스라엘은 이전보다는 외부의 시선에 더 신경 쓰는 눈치다.
IDF는 지난 2일 가자지구를 수천 개의 작은 지역으로 쪼개 숫자로 표시한 지도를 제시하며 주민들에게 대피하라고 안내했다.

휴전 이전 국제사회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은 민간인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한 시도다. 지난 1일 교전이 재개되면서 가자지구로 구호품을 들여보내던 라파 국경도 막혔다.

그러나 이스라엘 관리들은 가자지구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대폭 확대하는 계획이 진행 중이라고 말하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이스라엘이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고 가자지구 남부의 200만명 넘는 민간인 구호를 위해 무엇을 하는지 미 행정부가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후에도 미 행정부의 다른 고위 관리들도 이를 거듭 강조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스라엘이 이같은 요구조건을 충족하는지에 따라 미국이 이스라엘의 전쟁을 얼마나 오래, 전폭적으로 지원할지 결정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은 이스라엘 국내에서도 제약을 받고 있다.

인질 136명이 여전히 하마스에 억류된 상황에서 하마스 소탕과 인질 구출이라는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게 과연 가능한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군대가 진격하면 하마스에 대한 압박이 커져 인질을 더 많이 구출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인질들 가족 모두를 설득하지는 못했다.

사법부 무력화 시도로 전쟁 이전부터 민심을 크게 잃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지지도가 바닥을 치는 상황에서 전시내각에 참여한 인사들과 정치적으로 경쟁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하마스 파괴를 원하는 정치인과 국민, 사랑하는 이들이 집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인질 가족, 팔레스타인인 사상자를 줄이고 전쟁을 종식하길 원하는 동맹국 등 모두 충족하기 어려운 기대가 복합돼 있다"며 "미국이 조속한 전쟁 종결을 밀어붙이면 압박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