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특별법 통한 국가전력망 확충, 더 늦출 수 없는 생존의 문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어제 제30차 에너지위원회를 열고 ‘국가 기간전력망 확충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전력망 구축을 공기업인 한국전력에만 맡겨두지 않고 국가 차원의 지원체계를 가동해 미래 전력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전국 곳곳에서 지체되고 있는 송전선로 건설이 속도를 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정부는 특히 범부처 전력망위원회를 신설해 입지와 갈등 조절, 맞춤형 보상 등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평균 13년 걸리는 송전선로 건설 기간을 30%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주민은 물론 정치권과 환경단체까지 개입해 송전선로 건설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상황에서 막힌 ‘산업 혈관’을 정부가 보다 책임감 있게 뚫어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미래 에너지 수요 대응의 핵심인 국가 전력망 구축은 위기에 직면해 있다. 강원과 충청, 영호남에서의 발전량은 급증하는데 생산한 전기를 적기에 보낼 송배전망 건설이 지연되면서 적자에 빠진 민간 발전회사들이 한국전력거래소를 상대로 법적 소송을 벌이는 일까지 벌어졌다. 국가적 명운이 걸린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등 첨단 산업단지가 전력을 제때 공급받지 못하는 재앙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원자력 발전 확대 정책 역시 전력망 확충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효과를 내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2026년까지 동서를 가로지르는 가로축 전력고속도로인 ‘동해안~수도권 초고압직류송전(HVDC)’을 완공하고, 2036년 완공을 목표로 호남의 원전 재생에너지 발전력을 해저를 통해 수도권에 공급하는 ‘서해안 HVDC’에 착수하기로 한 정부 계획도 차질 없이 이행해야 한다. 전국 어디서든 값싸게 전기를 쓸 수 있으니 당장 위기로 느끼지 못할 뿐이다. 미래 먹거리인 반도체 등 첨단산업이 대부분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란 현실을 감안하면 국가 전력망 확충은 늦출 수 없는 생존의 문제다. 특별법이 조속히 제정될 수 있도록 정치권도 여야를 떠나 적극 협력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