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빈 "'우영우'로 좋지만 소란한 마음, 목하가 청소"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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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주말드라마 '무인도의 디바' 서목하 역 배우 박은빈이번엔 디바였지만 배우 박은빈의 도전은 이번에도 성공적이었다. "운동선수 역을 맡으면 올림픽 금메달이라도 따겠다"는 시청평이 나올 만큼 완벽한 가수, 디바의 무대로 호평과 시청률, 화제성까지 모두 사로잡았다는 반응이다.
디바가 된 박은빈, '무인도의 디바'가 되다
지난 3일 종영한 tvN 주말드라마 '무인도의 디바'는 15년 만에 무인도에서 구조된 가수 지망생 서목의 디바 도전기를 다룬 드라마다. 박은빈은 춘삼도에서 횟집을 하는 홀아버지 밑에서 가정 폭력 피해를 겪으며 윤란주(김효진 분)의 노래를 들으며 섬을 탈출해 뮤지션으로 성공하는 꿈을 꾸는 서목하 역을 연기했다. 목하는 타고난 가창력으로 온라인 오디션에 합격해 윤란주와 만나기 직전, 그를 쫓아온 아버지를 피해 도망치다 무인도에서 15년 동안 낙오된 삶을 살다 구조당하고, 결국 꿈을 이루는 모습을 보여준다. 박은빈은 목하로 분하기 위해 노래와 기타, 사투리까지 완벽하게 준비하며 작품에 임했다.전작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로 시청자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선사하며 올해 제59회 백상예술대상 대상을 받고 제14회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국무총리 표창까지 받았던 박은빈이었다. 기록적인 시청률, 신드롬을 일으킨 캐릭터를 뒤로하고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무인도의 디바'에 임하는 부담감이 남다를 법했지만, 박은빈은 "좋지만, 소란했던 마음을 목하가 청소해줄 거 같았다"면서 "'언젠가 꼭 받고 싶다'는 대상을 받았기 때문에 오히려 부담감 없이 작품에 임했다"고 밝혔다.
부담 없이, 하지만 최선을 다해 목하를 준비한 박은빈의 노력 덕분인지 '무인도의 디바'는 첫 방송 시청률 3.2%(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 가구 기준)로 시작해 마지막 회는 9.0%로 막을 내리며 3배 가까이 오르는 쾌거를 달성했다. 순간 시청률은 10.5%까지 치솟았다."촬영은 8개월 정도 했는데, 6주 만에 끝나 짧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래도 최고 시청률로 끝나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1회 시청률을 보고 '아쉽다'고 해주신 분들도 계신 데, 저는 예측한 대로라 놀라진 않았어요.(웃음) 이야기를 잘 쌓아나간다면 많은 분이 봐주지 않을까 하는 자신감도 있었고요."
"테일러 스위프트 무대 보며 연구"…보이지 않은 노력
극 중 목하가 부른 모든 노래는 박은빈이 직접 노래했다. 박은빈은 "이 작품을 하면서, 녹음실에서 가장 많이 성장한 거 같다"고 웃으며 "원래 노래를 좋아했지만, 듣는 것과 부르는 건 다른 일 아니냐"며 "잘하고 싶지만, 실력을 쌓을 밑바탕이 없었고, 그래서 촬영 전인 올해 1월부터 보컬 트레이닝을 받았다"고 말했다.목하는 전성기에 란주와 흡사하면서도 이를 뛰어넘는 가창력의 소유자라는 설정이다. 단순히 노래만 잘하는 게 아닌, 시청자들이 몰입하고 설득할 수 있는 무대를 보여줘야 한다는 점에서 박은빈은 "녹음 내내, 그리고 촬영 내내 고민했고, 좌절도 많이 했다"고 털어놓았다.팬미팅에서 걸그룹들의 댄스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화제가 됐던 만큼, '무인도의 디바'에서 서목하의 댄스를 기대한 이들도 있지만 박은빈은 "춤을 배울 시간까진 없었다"면서 겸손한 미소를 보였다.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의 모습으로 목하를 설정했고, 기타와 노래를 부르기에도 저에겐 벅찬 시간이었어요. 테일러 스위프트의 무대를 보면서 많이 참고했죠. 그 이외의 것들은 제가 팬 콘서트에서 보여드릴께요.(웃음) 제가 '무인도의 디바'를 한다고 했을 때부터 저만의 큰 목표가 여기서 쌓인 곡들로 팬 콘서트를 하고 싶다는 거였거든요."박은빈의 노래만큼이나 시청자들의 몰입을 이끈 건 극 중 목하의 관계성이었다. 목에게 란주는 구원이자 꿈, 무한한 애정을 줄 수 있는 스타였고, 기호(채종협 분)는 15년을 그리워한 사랑이었다. 박은빈은 "서로에게 1호팬이었다"며 "서로를 구조하고, 구원하고, 그런 관계성이 드라마에 잘 담겼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후반부에 공개된 목하와 기호의 키스신이 그의 주도로 보인 장면에 대해서도 "목하는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하는 '직진녀'라며 "목을 잡고 키스를 하는 건 당연한 수순 같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날씨가 따라줘야 예쁜 장면이 나오는데, 처음으로 햇빛이 도와줘서 예쁜 장면을 남길 수 있어서 기뻤다"면서 웃었다.
그러면서도 "저를 안고 채종협 씨가 돌 때 NG가 많이 났다"며 "고생이 많았을 것"이라고 걱정하며 후일담을 전했다.
인간 박은빈으로 돌아갈 시간
1996년 아동복 모델을 시작으로 27년 동안 꾸준히 자신의 몫을 소화하며 그의 길을 걸어온 박은빈이었다. 그의 연기력과 태도가 빛을 보면서 명성과 인기가 높아지고, 이에 따라 그가 잘못하지 않은 일과 논란에서도 그의 이름이 언급되기도 하지만 박은빈은 흔들리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세상에 다양한 일들이 많다고 생각할 때가 있어요. 삶이 불친절하게 느껴질 때, 저는 제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생각해요. 이 세상에 태어나 어떻게 살고, 어떤 걸 남기고 가고 싶은지를요.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치를 판단하는 건 오롯이 제가 책임져야 하는 몫이고요. 그래서 옳은지 그른지를 스스로 검열할 수 있고, (외부의 논란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편인 거 같아요."
2023년을 '무인도의 디바'로 시작했던 박은빈은 올해의 마무리도 '무인도의 디바'로 끝냈다. "보람찼다"는 말로 올해를 평가한 박은빈은 내년에도 "새 작품을 보여드리는 게 목표"라고 했다. 연기할 땐 누구보다 치열하지만 앞으로 가질 휴식기엔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면서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저에게 휴식은 비워내는 시간이에요. 평소에 많이 채워졌다고 느낄 때도 가만히 있어요. 게을러진다고 해야 하나.(웃음) 할 일을 최대한 미루고,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룹니다. 생각보다 제 MBTI가 P로 끝난다고 하면 안 믿는데 P 그 자체로 살아갑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