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밀려 외면당했는데"…'슈퍼컴' 맞먹는 '양자컴' 나왔다

AI에 밀려 외면받던 양자컴퓨터
IBM이 되살리나
사진=연합뉴스
미국 정보기술(IT) 업체 IBM이 차세대 양자컴퓨터 기술을 공개했다. 슈퍼컴퓨터에 맞먹는 연산 속도를 갖춘 양자 컴퓨터를 선보인 것이다. 양자컴퓨터 상용화 속도도 올리면서 인공지능(AI)에 밀려났던 양자컴퓨터 기술이 다시 대두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IBM은 미국 뉴욕주에서 열린 연례행사 'IBM 퀀텀 서밋'에서 새로운 양자 컴퓨터 프로세서 'IBM 퀀텀 헤론'을 선보였다. 설계 기간만 4년이 넘는 IBM의 퀀텀 헤론은 기존 'IBM 이글'과 비교해 오류율이 5분의 1로 줄어드는 등 지금까지 출시된 IBM 양자 프로세서 중 가장 성능이 뛰어나다고 회사 측은 소개했다.IBM은 이날 행사에서 최초의 모듈형 양자 컴퓨터인 'IBM 퀀텀 시스템 투'도 공개했다. 뉴욕주 요크타운에 설치된 IBM 퀀텀 시스템 투는 양자 중심 슈퍼컴퓨팅 아키텍처의 기반으로, 3개의 IBM 헤론 프로세서와 이를 지원하는 전자 제어 장치를 통해 가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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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속도가 1121큐비트에 달하는 '콘도르'도 공개했다. 큐비트는 양자컴퓨터의 연산 단위로 컴퓨터의 데이터 처리 용량인 비트를 지칭한다. 양자 컴퓨터의 연산 단위가 1000을 넘기면서 슈퍼컴퓨터에 필적한 성능을 갖추게 됐다는 분석이다.

양자 컴퓨터는 이진법을 쓰는 기존 컴퓨터 프로세스와 달리 0과 1을 동시에 연산 단위로 사용한다. 원자 수준의 미시세계를 다루는 양자역학을 기반으로 개발됐기 때문이다. 양자 역학 논리를 활용하면 입자가 동시에 두 가지 값을 가질 수 있다. 0과 1이라는 두 가지 신호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어서 연산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진다.IBM의 연구 책임자인 다리오 길은 "이제 처음으로 실제 기술에 응용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규모와 성능을 갖춘 시스템을 보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IBM의 양자 컴퓨터 기술은 미국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 도쿄대학교, 캘리포니아주립 버클리대 등에서 양자 물리학 실험, 화학 공학 실험 등에 쓰일 예정이다.

이전까지 양자 컴퓨터는 이상적인 기술로만 치부됐다. 기술의 복잡성 때문에 상용화하기 어렵다는 비관론이 퍼졌다. IBM이 7년간 연구한 끝에 상용화할 수준까지 성능이 개선되면서 판도가 달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IBM은 지난 6월 과학 전문 저널 네이처에 “양자 유용성이 입증됐다”고 밝힌 바 있다.

오류를 내지 않고 안정적으로 양자컴퓨터가 작동하면서 기존 컴퓨터보다 더 나은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양자컴퓨터는 우주 같은 기초과학 연구뿐 아니라 소재 개발, 반도체, 제약 분야 등에 활용될 수 있다. 금융 산업에서 사기 행위를 감지하거나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도출해내는 식이다.IBM의 양자 부문 부사장인 제이 감베타는 "연구 기술과 상용화할 수 있는 기술의 격차가 점점 좁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