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는 개그맨이지만, 시집에선 독자들과 함께 울고 싶어요"

별의 길

양세형 지음
이야기장수
180쪽│1만3800원
"항상 남을 웃기는 삶을 살고 있지만, 시집에서만큼은 독자들과 함께 울고 싶어요."

시집 <별의 길>을 출간한 개그맨 양세형(38·사진)은 5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웃찾사' '코미디빅리그' 등 방송 프로그램에서 활약해온 그가 '작가'로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시집에서 그는 동심을 떠올리게 하는 쉬운 문체로 최근 3년간 쓴 88편의 시를 엮었다.
개그맨 양세형이 5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lt;별의 길&gt;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책을 소개하고 있다. /이야기장수 제공
시집은 '당차게 올라온 서울, 이별해야 했던 동두천'이란 문장으로 시작한다. 고등학교 시절 SBS 공채 개그맨 시험에 붙어 혈혈단신 상경한 뒤 20여년이 흘렀다. 연예인으로서 여러 유행어를 남기며 관객한테 웃음을 줬지만, 정작 본인은 '아직도 헐떡이는 서울에서 시커멓게 타버린 가슴을 부여잡고 있다'고 썼다.

그때마다 시는 그한테 위로가 됐다. 그는 시를 쓰는 것이 "어린 시절 혼자만의 행복한 놀이였다"고 했다. "당신을 생각하고 떠올리는 단어를 적으면 아름다운 시 한 편이 완성된다"면서다. "대학수학능력평가에서 400점 만점에 88점을 맞아, 이번에 88편의 시를 싣기로 마음먹었죠. 지식이 부족하더라도, 시는 누구나 가까이 즐길 수 있는 놀이라고 생각해요. 하하."
개그맨 양세형 프로필 사진. /이야기장수 제공
표제시 '별의 길'의 제목처럼, 시집에선 유독 별에 대한 심상이 자주 등장한다. 무대에 선 '스타'로서의 자신, 그런 자신을 바라봐주는 관객의 반짝이는 안광, 세상을 떠나 '하늘의 별'이 된 작가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등을 상징한다. 시집의 출간일인 12월 4일은 작가 선친의 생일이기도 하다. 진지한 시인과 유쾌한 개그맨. 얼핏 보면 양극단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양세형은 둘 사이에 닮은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그 아이디어를 구상할 때처럼 특정 소재를 떠올리고, 여기에 이야기를 풀어내듯이 시를 썼다"고 했다.

방송에서 보이는 깐죽거리는 이미지와 달리, 그의 시집이 전하는 내용은 진지하다. 시집에 수록된 삽화들부터 웃음기를 쏙 뺐다. '괜찮다 괜찮다'(2012)' '상처투성이'(2013) 등 박진성 조각가의 작품 사진 44점이 실렸는데, 대부분 이마에 주름이 가득하고 눈가에 눈물이 맺힌 어른의 형상이다.
박진성 조각가의 '괜찮다 괜찮다'(2012). 양세형 작가의 시 '싸릿마을'의 삽화로 실렸다. /ⓒ박진성. 이야기장수 제공
"많은 어른이 겉으로는 힘든 모습을 내색하지 않지만, 사실 속으로는 어린아이처럼 울고 싶을 때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시가 제게 위로를 줬듯, 저의 글을 읽는 독자분들이 저와 함께 울며 힘을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양세형은 이번 시집을 통해 얻은 인세 수익금 전부를 청소년들을 돕기 위해 등대장학회에 기부할 계획이라고 했다. 등대장학회는 억울하게 범죄 사건의 범인으로 몰린 이들의 재심 재판을 맡은 박준영 변호사 등이 만든 공익재단이다.

작가로서의 포부도 밝혔다. 그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시를 쓰고, 독자들과 소통하며 나눌 계획"이라며 "이번 책의 반응이 괜찮다면 추후 에세이 분야에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lt;별의 길&gt;(양세형 지음, 이야기장수)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