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세계 예술 수도는 파리도, 뉴욕도 아닌 마이애미다 [마이애미 아트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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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격전지 된 디자인 디스트릭트마이애미. 미국 플로리다주 동남쪽 끝자락에 있는 이 도시를 말할 때, 사람들은 대개 이런 이미지를 떠올린다. 끝없이 펼쳐진 해변과 내리쬐는 태양, 부자들의 초호화 별장, 미국드라마(미드)의 세계화를 이끈 ‘CSI 범죄수사대’의 도시….
소외 지역에 디자인과 패션, 미술관 결합
아트바젤과 시너지 내며 10년 만에 '상전벽해'

마이애미를 대표하는 루벨미술관, 드라크루즈 컬렉션, 페레즈, ICA(마이애미 현대미술관·Institute of Contemporary Art), 바스미술관 등은 수십 년 쌓은 내공으로 지금 이 시대에 가장 주목해야 할 작가들을 소개한다. ‘미국과 중남미를 잇는 관문’이란 지리적 특성이 낳은 다양성도 마이애미 예술의 자랑거리다.
‘친절’도 이 도시의 매력 포인트다. 날씨도, 사람도 그렇다. 마이애미-데이드 주정부는 12월 내내 도심 어디든 갈 수 있는 무료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매주 목요일엔 무료 아트투어도 제공한다. 마이애비 해변가 호텔 12개를 연계한 아트페어도 12월 내내 열린다.

장소도 그렇다. 어떤 페어는 강 위에서, 다른 축제는 모래 사장에서, 또 다른 행사는 한적한 동네의 임시 텐트에서 열린다. 혹여 답답한 부스 안에 욱여넣은 그림들을 한참 지켜보다 지친다면? 페어장 문만 열면 끝없이 펼쳐진 마이애미 해변과 따뜻한 햇살이 기다린다. 마이애미 해변에서 차로 20분 거리인 디자인 디스트릭트로 넘어가면 파리와 밀라노 뺨치는 마이애미의 ‘럭셔리 바이브’도 느껴볼 수 있다. ‘12월의 예술 수도’로 떠나보자.
마이애미의 중심이 된 '디자인 디스트릭트'
마이애미는 오랜 세월 부자들의 휴양지였다. 1년 내내 따뜻한 날씨와 멋진 풍광 덕분이다. 엘비스 프레슬리, 실버스타 스탤론, 샤킬 오닐, 엘리자베스 테일러, 레오나르도 디캐프리오, 저스틴 비버는 그래서 마이애미에 둥지를 틀었다.이런 마이애미가 예술에 처음 눈을 뜬 건 10여년전이었다. 오랜기간 예술인들의 ‘뒷배’가 되어준 ‘큰손’ 컬렉터들이 연대해 작품을 마이애미시에 기증하고, 이걸로 미술관을 만든 게 시초였다. 부동산 개발사 등 기업가와 디자이너, 예술가와 자선 사업가들이 힘을 모았다. 매년 6월 스위스 바젤에서 열리는 ‘아트바젤’을 2002년 마이애미로 들여온 뒤 이들과 함께 지역 아트페어를 만든 주역도 이들이었다. 마이애미의 변신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디자인 디스트릭트’다. 마이애미 북쪽 해변과 국제공항의 중간쯤 되는 노스이스트 42번가에 자리잡은 이곳은 명품 쇼핑몰과 디자인 가구 쇼룸, 미술관과 레스토랑, 라이프 스타일 숍의 천국이다. 이 모든 점포를 걸어서 10분 안에 만날 수 있다.
이 거리를 만든 사람은 부동산 개발회사 다르카(Darca)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크레이그 로빈스. 10년 전만 해도 우범지대였던 이곳엔 이제 경찰서 대신 에르메스 매장이, 술집 대신 갤러리가 들어서 있다.
디자인 디스트릭트를 돌아보려면 노스이스트 38번가와 39번가 사이에 있는 ‘버키 돔’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 미국의 건축가이자 발명가, 시인, 그리고 멘사의 두 번째 회장이었던 리처드 버크민스터(1895~1983)의 상징과도 같았던 ‘돔’을 첨단 소재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그 주변에 놓인 자그마한 의자와 테이블 하나하나 디자이너와 건축가의 손이 닿은 작품들이다.
○럭루이비통·까르띠에도 참여
‘12월의 아트 마이애미’는 공공 프로젝트가 끌고, 민간이 미는 형태로 움직인다. 세계 최대 명품그룹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는 아트위크 기간인 6일부터 5일간 아트갤러리 팝업 컬처하우스를 열어 크루즈 보글, 글레네이샤 해리스, 아멜리아 브릭스, 해롤드 카우디오 등의 작품을 전시한다.
까르띠에는 7일부터 22일까지 ‘타임 언리미티드’ 전시를 기획했다. 한정판 시계를 전시하고 브랜드 시계 제작 과정을 실감형 미디어로 보여주는 행사다. 리모와는 마이애미 아티스트 TYPOE와 협업해 이 구역에 영구 설치된 맞춤형 샹들리에를 제작했다.
이런 파티에 미식이 빠질 수 없다. 디자인 디스트릭트를 둘러보면 요즘 뉴욕에서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이 된 한국식 스테이크 하우스 ‘꽃(cote)’ 간판이 보인다. 아트위크 때 이곳에선 맛깔나는 음식과 함께 ‘큰손’들이 자신의 컬렉션을 소개하는 ‘아트 애프터 다크’(1인 900달러)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다.
마이애미=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