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사법입원

보건복지부가 어제 발표한 ‘정신건강정책 혁신 10대 과제’에는 사법입원에 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정부 부처와 의료·법조인 등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토론·공청회를 열어 사법입원에 대한 공론화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사법입원은 자해나 남을 해칠 우려가 있는 중증 정신질환자를 법원 또는 국가 전담 기구의 결정으로 강제 입원시키는 제도다. 미국 대부분 주와 프랑스·독일은 법원에서, 영국·호주 등은 ‘정신건강 심판원’이라는 준사법기관에서 담당하고 있다.우리나라에도 정신질환자 강제(비자의) 입원 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보호자 2명의 신청과 전문의 2명이 일치된 판단을 내릴 때 이뤄지는 ‘보호입원’, 지방자치단체가 결정하는 ‘행정입원’, 전문의와 경찰 동의에 따른 3일간의 ‘응급입원’ 등이 있다. 그러나 의료계와 당국이 소송을 우려해 강제 입원 조치에 소극적이어서 현실적으로 강제 입원의 90% 정도는 가족에 의한 보호입원이다.

하지만 보호입원도 한계가 분명하다. 중증 정신질환자의 상당수가 노부모와 동거하거나 혼자 살고 있어 보호입원 또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가족이 보호입원을 시도할 경우 환자 저항으로 가족과 환자 사이에 심각한 갈등을 빚는 것도 제약 요인이다.

그러다 보니 제때 치료받지 못하거나 치료가 끊겨 사회적 참사로 이어지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서현동 흉기 난동 사건의 범인 최원종은 조현성 인격장애 질환자이나, 최근 3년간 치료받은 적이 없다. 2018년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교수 피살 사건, 2019년 5명의 사망자와 17명의 부상자를 낸 안인득 방화 살인 사건 등도 치료가 중단된 중증 정신질환자의 범행이다.사법입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분명히 있다. 환자·장애인 단체들은 환자 인권을 이유로 비자의 입원 자체를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다른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중대 범죄를 야기할 수 있는 중증 질환자의 제어할 수 없는 충동을 사회적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성 또한 충분하다. 아픈 사람을 방치해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을 막자는 것이 사법입원의 큰 취지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