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털기' 없었다…모처럼 자질검증 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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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 청문회…수장 공백 끝날 듯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사진)의 인사청문회가 모처럼 신상털기식 의혹 제기에서 탈피해 사법부 현안을 논의하는 정책질의로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첫날부터 현안을 중심으로 법관 자질 검증에 초점을 맞춘 청문회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야당도 ‘초심을 잃지 말아달라’고 덕담을 건네는 등 이례적으로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 진행돼 무난한 국회 임명동의가 점쳐진다.
대법관 퇴임후 로펌 대신 후학양성
부동산·병역 등 신상 흠결도 없어
여야, 무리한 공세보다 현안 질의
조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
조건부 구속영장 도입 긍정 검토"
曺 “영장제도 개선 필요”
5일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장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사법부의 각종 현안에 관한 질문을 쏟아냈다. 더불어민주당은 특히 지난 4일 검찰의 경기도청 압수수색을 비판하며 영장 사전심문이 필요한지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은 판사가 영장을 발부하기 전에 관련자를 불러 대면 심문을 할 수 있는 제도다. 법원행정처는 2월 이 같은 심문이 가능한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조 후보자는 의견을 묻는 진성준·서영교 민주당 의원에게 “최근 문제가 대두되면서 외국에서도 이미 시행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아무나 부르면 수사의 밀행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검사가 신청한 참고인만 부르는 식으로 대법원이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조 후보자는 조건부 구속영장제에 관한 질문에는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도입 의지를 재차 밝혔다. 그는 청문회에 앞서 제출한 서면답변서에서 “피고인을 효과적으로 격리하는 한편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도 충분히 보장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필요성을 언급했다. 조건부 구속영장제는 피의자에게 영장을 발부하되 거주지 제한 등의 조건을 달아 석방하고 조건을 어길 때만 구속하는 방식이다.조 후보자는 재판 지연을 가장 시급하게 해결할 과제로 꼽았다. 그는 “신속한 기일 지정이나 재판인력 구성 개선 등 폭넓은 방안을 두루 살피겠다”고 했다. 다만 정치인 재판 지연에 대한 질문엔 “개별 사건을 두고 의견을 말하긴 어렵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김형동·전주혜 국민의힘 의원 등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재판에 넘겨진 지 3년6개월,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당사자인 송철호 전 울산시장과 황운하 민주당 의원은 3년10개월이 지나서야 1심 선고가 났다”며 “법원의 정치적 편향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조 후보자는 노동사건 전담 법원 도입 필요성에도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그는 “갈수록 법리가 어려워져 지체되는 사건이 많아지고 있다”며 “(전문 법원 도입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70여 일 대법원장 공백 이번엔 끝나나
이날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조 후보자가 대법관 퇴임 후에도 별다른 구설에 오르지 않은 점을 고려해 무리한 신상털기 공세보단 현안 질의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 후보자는 2014년 3월 국회에서 찬성 230표, 반대 4표로 대법관에 임명됐다. 2020년 3월 퇴임 후에는 로펌행 대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후학 양성에 집중했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후보자는 인품도 훌륭하고 (과거 대법관 인사청문회 때) 국회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어 대법관이 됐다”고 덕담을 건넸다.이날 청문회에서 비교적 비중 있게 다뤄진 신상 관련 내용은 “딸과 사위가 근무하는 법무법인 지평이 맡은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다룰 때 이해충돌 문제가 생길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 정도였다. 조 후보자는 “내규에 따라 대법관들에게 의견을 물어 회피하는 것이 타당한지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후보자가 이틀간 청문회 후 국회 동의를 얻으면 70여 일간 이어진 대법원장 공백 사태가 끝날 전망이다.김진성/박시온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