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웃기는 삶이지만 詩로는 독자와 함께 울고 싶다"

시집 '별의 길' 낸 개그맨 양세형
"시는 위로이자 행복한 놀이였다"
사진=뉴스1
“남을 웃기는 삶을 살고 있지만 시집에서만큼은 독자들과 함께 울고 싶어요.”

시집 <별의 길>을 출간한 개그맨 양세형(38·사진)은 5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웃찾사’ ‘코미디빅리그’ 등 방송 프로그램에서 활약해온 그가 이번엔 작가로 나섰다. 그는 동심을 떠올리게 하는 쉬운 문체로 최근 3년간 쓴 88편의 시를 시집으로 엮었다.시집은 ‘당차게 올라온 서울, 이별해야 했던 동두천’이란 문장으로 시작한다. 고교 시절 SBS 개그맨 공채 시험에 붙어 홀로 상경한 뒤 20여 년이 흘렀다. 연예인으로서 관객한테 웃음을 줬지만, 정작 본인은 ‘아직도 헐떡이는 서울에서 시커멓게 타버린 가슴을 부여잡고 있다’고 썼다.

그때마다 시는 그에게 위로가 됐다. 그는 시를 쓰는 것이 “어린 시절 혼자만의 행복한 놀이였다”고 말했다. “당신을 생각하고 떠올리는 단어를 적으면 아름다운 시 한 편이 완성된다”고 했다. 표제시 ‘별의 길’의 제목처럼, 시집에선 유독 별에 대한 심상이 자주 등장한다. 무대에 선 스타로서의 자신, 그런 자신을 바라봐주는 관객의 반짝이는 눈빛, 세상을 떠나 ‘하늘의 별’이 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등을 상징한다. 방송에서 보이는 이미지와 달리, 그의 시집이 전하는 내용은 진지하다.

“많은 어른이 겉으로는 힘든 걸 내색하지 않지만, 사실 속으로는 어린아이처럼 울고 싶을 때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시가 제게 위로를 줬듯, 저의 글을 읽는 독자들이 저와 함께 울며 힘을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양세형은 이번 시집의 인세 수익금 전부를 청소년을 돕기 위해 등대장학회에 기부할 계획이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