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만원 먹고 갑니다"…죽쑤던 개미들 '대박'난 곳 [돈앤톡]

새내기주 최근 수익률 '쏠쏠'
공모가 대비 시초가 200% 넘는 종목도

"박스권·주도주 부재 속 수급 쏠림 심화"
개인 자금 집중적으로 몰려…에코프로머티 순매수 1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상장한 공모주의 수익률이 선방하고 있습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대표적이죠. 이렇다 할 주도업종이 부재한 증시가 박스권 흐름마저 지속하면서 눈에 띄는 신규 상장 업종으로 투자자들의 돈이 몰린 결과입니다. 잘나가는 새내기주의 비결은 '개미(개인투자자)들의 사랑'이었습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전일 종가는 13만1800원입니다. 이 종목의 공모가는 3만6200원으로 공모 청약에 참여한 투자자들이라면 3배가 넘는 수익률을 보고 있단 얘기입니다. 고점(15만4000원)에 팔았다면 4배 이상의 수익률을 거뒀을 겁니다. 공모 청약에 실패해 상장 당일 시초가(4만3000원)에만 물량을 받았어도, 수익률이 무려 200%가 넘습니다. 두산로보틱스도 뒤늦게 빛을 본 종목입니다. 상장 한 달도 채 안 돼 상장 첫날 고가(6만7600원) 대비 주가가 반토막이 났지만, 최근 12거래일 연속 랠리를 지속하면서 단기간 110%라는 큰 폭의 상승률을 이뤘습니다. 전날엔 8만1700원에 거래를 마쳤는데요. 이는 공모가(2만6000원), 시초가(5만9100원) 대비 각각 214%, 38% 높은 가격입니다.

최근 들어선 공모가 대비 시초가 수익률이 높은 신규 상장 종목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달 28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에이에스텍의 시초가는 8만5000원, 공모가(2만8000원) 대비 상승률이 204%에 달합니다. 시초가에만 팔았어도 족히 3배는 먹은 겁니다. 와이바이오로직스, 에이텀, 그린리소스, 한선엔지니어링 등 최근 2주 이내 상장한 공모주의 시초가는 공모가 대비 각각 161%, 216%, 74%, 137%를 웃돌았습니다. 지난 11월 상장한 새내기주의 공모가 대비 시초가 수익률 평균이 53.9%(유진투자증권 통계)였단 점을 감안하면 수익률이 상당했던 겁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새내기주의 이 같은 수익률은 최근 지루한 증시 양상 속 뚜렷한 주도 업종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눈에 띄는 공모주로 매수세가 몰린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습니다. 특히 개인투자자의 순매수 힘이 컸는데요.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에이텀, 한선엔지니어링 등 신규 상장 종목 대부분은 당장 뚜렷한 호재보단 개인투자자의 수급에 의해 주가가 상승했다는 분석입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에코아이 등의 포털 종목 토론방에선 "올해 마이너스 2000만원이었는데 운좋게 5000만원 먹고 갑니다", "15분 만에 40만원 익절, 잘 먹고 갑니다"라는 등의 반응이 나왔습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상장일인 지난달 17일 이래 전날까지 코스피·코스닥 통틀어 개인투자자 순매수 규모 1위 종목에 올라습니다. 같은 기간 에이에스텍, 에코아이, 그린리소스, 에이텀, 한선엔지니어링, 스톰테크, 동인기연 모두 순매수 순위 20위권 안에 들었습니다.

최근 공모 절차를 진행 중인 LS머트리얼즈 역시 개인들의 주목도가 높았습니다. 일반 공모 청약에서 흥행하면서 13조원에 가까운 증거금을 모았는데요. 이는 올해 상장한 기업 중 두산로보틱스(33조1000억원), 필에너지(15조7578억원)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입니다. 청약 건수도 67만6763건으로 두산로보틱스(149만6246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습니다. 개인투자자의 관심이 그만큼 크다고 해석할 수 있겠죠.

다만 새내기주의 수익률과는 별개로 이번 12월 공모 시장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대어급 공모주가 없을뿐더러 상장 기업 수 자체도 예년보다 적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파두 사태'로 한국거래소, 금융감독원 등 감독당국의 심사도 깐깐해졌단 분위깁니다. 거래소에서도 예비심사 청구 승인을 잘 내주지 않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점점 기술평가 방식으로 상장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상장 주관사들 사이에선 '파두 사태'로 기술평가 기업들의 주관을 맡기 꺼려한단 얘기도 들립니다.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거래소가 킥오프 미팅을 앞두고 예심 청구 기업들에 연락을 잘 안 돌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마 갓 기업공개(IPO) 시장에 뛰어든 업체들부터 상장이 어려워지지 않을까 판단된다"고 전했습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