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찔끔, 손실 뭉텅이"…강남 부자도 외면하는 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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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평균 발행액 2년 새 반토막주가연계증권(ELS) 발행 시장에 ‘한파’가 닥쳤다.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에 대해 불완전 판매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ELS의 위험(리스크) 대비 수익률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퍼지고 있다. 시장금리 상승으로 수익률이 ELS와 큰 차이 없으면서도 원금 보장이 되는 대체 상품이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홍콩 H지수 고점 대비 52% 하락
ELS에는 ‘녹인형’과 ‘노 녹인형’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녹인형은 상품 유지 기간(보통 3년)에 기초자산 값이 녹인지점(보통 설정일 당시의 50%)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거나, 녹인지점 아래로 떨어진 적이 있는 경우 설정일 당시의 70~80% 이상으로 회복된 상태에서 만기를 맞으면 약속한 원리금을 주는 상품이다. 노 녹인형은 별도의 녹인 구간 없이 만기일에 기초자산 값이 설정일의 60~70% 이상이면 약속한 원리금을 준다. 이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손실이 난다.
홍콩H지수는 ELS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는 기초자산 중 하나다. 이 지수는 2021년 2월 17일 고점(12,228.63)부터 지난달 말(5,857.54)까지 52.10% 하락했다. 고점과 가까운 시기에 발행된 상품 중 상당수가 손실 위험에 처했다는 뜻이다.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파생결합사채(ELB) 등 원금 보장이 되는 상품에 투자해도 연 5% 정도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아 6~8% 수익을 주는 ELS의 상대적 매력도가 떨어졌다”며 “ELS보다는 ELB를 찾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ELS로 연 8% 수익을 얻는다고 해도 금융소득세 최고세율을 적용받으면 실질 수익률은 4% 정도밖에 안 된다”며 “손실 리스크를 감안하면 ELS에 투자하는 게 ‘남는 장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 지역의 한 프라이빗뱅커(PB)는 “미·중 갈등이 대두된 뒤에는 중국을 투자 대상에서 배제하고 보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최근 증권가 애널리스트 중에는 중국 증시 반등을 전망하는 사람도 많지만 투자자들의 분위기는 이와 다르다”고 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