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퇴' 맞은 바이낸스…한국 코인 거래소는 예외일까 [한경 코알라]

국내에도 자성의 계기 돼야

김민승의 ₿피셜
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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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낸스, 철퇴를 맞다

전세계 가상자산 거래량의 절반 가량을 담당하는 세계 최대 거래소 바이낸스가 미국 정부의 철퇴를 맞았다. 미 법무부는 지난 11월 22일 바이낸스가 자금세탁, 은행법 위반 등 여러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고 발표했다. 바이낸스는 미국 정부에 5조원 이상의 벌금을 납부하고 미국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하며, 향후 5년간 미국 정부의 모니터링을 받아야 한다. 이 발표 직후 설립자이자 대표인 자오창펑은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번 조치는 미 법무부와 재무부, 상품선물위원회(CFTC) 등이 공동으로 발표했다.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와 해외재산관리국(OFAC)에 납부하는 약 43억달러의 벌금은 역사상 최대 액수라고 한다. 이후 바이낸스의 거래량은 평소의 25% 수준으로 급감했다. 뉴욕 증시(NYSE)에 상장되어 있는 미국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주가는 급등했다.

시장의 평가는?

가상자산의 가치는 탈중앙화(decentralization), 비허가성(permissionless)에 있고, 이는 국가와 기관, 법과 제도가 강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러한 가상자산 거래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바이낸스를 미국 정부의 여러 기관이 합동으로 제재를 한 상황이지만, 업계의 불만은 크지 않다. 바이낸스 리스크가 제거돼 업계 전체에 호재라는 평이 많다. 가상자산 가격 흐름도 발표 전 잠시 하락 후 즉시 원상복귀됐다. 시장 참여자들과 업계 관계자들의 여러가지 의견들이 있을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올 것이 왔다”라고 받아들인다고 봐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명실상부 ‘1위 거래소’ 바이낸스는 2017년 운영을 시작한 이후 끊임없이 자금세탁, 제재(sanction) 위반, 고객자금 유용 등에 대한 의혹에 휘말렸다. 바이낸스 본사는 명확히 공개된 관할 국가(jurisdiction)나 주소지가 없다. 이는 바이낸스 본사를 직접 규제, 단속, 처벌할 국가의 정부가 없다는 뜻이다. 미국, 영국, 태국 등 각 국가에 정식 등록된 바이낸스의 지사들이 각국 법에 의거해 처벌 또는 퇴출된 사례들이 있었을 뿐이다. 바이낸스의 영업의 합법성을 판단할 관할국의 법과 제도가 없었다. 바이낸스 본사에 제기된 의혹들은 불법(不法)이라기보다는 법이 불비(不備)한 영역, 즉 비법(非法)과 무법(無法) 영역에서 일어난 것들이 많다.

이번 미국 법무부의 조치는 불분명한 규제 체계에도 불구하고 미국 사법당국이 확실하게 미국법상 유죄를 증명할 수 있는 부분을 바이낸스가 인정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번 조치에 언급된 혐의 외에도 아직 수많은 회색 영역들이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시장에 주는 의미는

이제 대한민국 가상자산 시장으로 눈을 돌려보자. 미지의 자산군에 대한 공포, 그리고 그로 인한 곡해와 악마화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그간 국내에서 가상자산 관련 크고 작은 사건들이 많았던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단순 민사소송부터 강력범죄까지 그 유형은 다양하지만, 수많은 사건사고들을 관통하는 두 가지 키워드는 가격 상승과 현금화다. 수천, 수만 퍼센트가 낯설지 않은 가상자산의 가격 상승률과 이를 현금화해 생기는 수십, 수백억 원의 확정수익, 그리고 이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사람들은 수년간 사회적 이슈가 됐다. 이것이 합법적이고 정당한가에 대한 의문은 계속됐다. 그리고 이슈의 중심에는 항상 거래소가 있었다. 한국 원(KRW) 거래 시장은 미국 달러(USD) 시장 다음으로 큰 가상자산 법정화폐 시장이다. 국내 1위 거래소는 바이낸스 다음으로 거래량이 많다. 국내 거래소에서 일어나는 거래들이 글로벌 시세를 좌지우지 하는 경우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가상자산 소식을 다루는 외신들은 올해부터 ‘한국 시장에서 상승을 주도했다’라는 기사들을 자주 내고 있다.
한국 거래소들도 바이낸스와 마찬가지로 법이 불비(不備)된 시장에서 운영돼 왔다. 필연적으로 법의 회색지대, 즉 비법(非法)과 무법(無法)의 영역에서의 영업 활동이 있었다는 뜻이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가입자 수는 1500만 명을 상회한다. 거래소에서 초 단위로 움직이는 가상자산 시가는 투자자의 삶을 윤택하게 하기도, 절망에 빠뜨리기도 한다. 부실 자산 상장과 이유 없는 펌핑, 수많은 '리딩방'의 선동, 프로젝트 사업주체들의 '먹튀' 등은 거래소가 직접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위법 행위는 아니다. 관련 법이 불비(不備)하기 때문이다. 그저 거래소 고객에게 '투자손실'로 돌아갈 뿐이다.

합법과 불법 여부는 사법당국이 판단할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비법과 무법 영역은 도덕과 양심에 의존해야 한다. 외부의 지적이 아닌 내부의 자성(自省)이 필요한 영역이라는 얘기다. 가입고객들의 투자손실을 거래사업자의 이익으로 치환하는 과정을 방조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법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핑계로 올바르지 않은 거래활동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이번 바이낸스에 내려진 미국 정부의 조치가 국내 거래사업자에 자성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김민승 코빗 연구위원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 연구위원은...

코빗 리서치센터 설립 멤버이자 연구위원이다.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생태계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사건과 개념을 쉽게 풀어 알리고,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도록 돕는 일을 한다. 블록체인 프로젝트 전략 기획, 소프트웨어 개발 등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 글은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소개한 외부 필진 칼럼이며 한국경제신문의 입장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