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브로커' 관련 재판에서 브로커 성모(62)씨가 수사 청탁 등을 대가로 관급공사 수주를 시도한 비위 정황이 추가로 노출됐다. 지난 6일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용신 부장판사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성모(62)씨와 전모(63)씨에 대한 속행 공판을 열고 증인신문 절차를 진행했다.
브로커 성씨 등에게 18억여원을 주고 청탁한 가상자산 사기범 탁모(44·구속기소)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는데, 지자체 관급공사 수주 비위를 암시하는 증언도 했다.
탁씨는 "2020년 12월 뇌물을 주러 만난 자리에서 성씨가 창호 업체와 관련해 이야기했다"며 "성씨 말에 따르면 서기관 관련 뇌물 사건을 일을 봐주는 (업체 대표) 자리가 공석이 됐는데, 그곳에 관급공사 일이 많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공석인) 그 자리에 동생(탁씨 동생)을 앉혀 신분 세탁하면, 높은 사람들이 일을 봐주기 편하다는 말을 들었다"며 "'뇌물 사건 봐준 사람이 일을 주면'이라는 맥락의 발언도 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성씨가 뇌물 사건에 관여하며 알게 된 '알짜' 관급공사 수주 행위에 동참할 것을 탁씨 형제에게 제안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해당 뇌물 사건은 전남교육청 서기관급 간부 공무원이 관여된 2020년 적발 납품 비위 사건으로 추정된다. 당시 전남교육청 공무원 A씨는 2017년 2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전남 소재 학교 62곳에 영사용 스크린을 납품하면서 조달청 계약 조건보다 낮은 사양의 전동 암막(전동 롤스크린)을 설치하고 뇌물과 향응을 주고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결국 A씨는 대법원에서 징역 5년에 추징금 4천100만원을 확정판결 받았다.
당시에는 교육청 공무원에게 뇌물을 제공한 납품 업자 등 3명도 함께 기소돼 징역형 등의 처벌을 받았는데, 이들은 전동암막 외에도 다른 물품도 납품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업자 등 일부는 교육청이나 학교 관계자들과 골프 모임 등으로 친분을 쌓으며 뇌물을 주고 납품을 따낸 것으로 나타나 성씨의 로비 수법과 유사성을 띠었다.
법정 증언대로라면 성씨가 공무원 비위 사건 해결에도 관여했고, 그 대가로 관급공사나 납품 수주를 시도했다는 정황이 나온 셈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성씨와 연관 있는 업체 7곳의 수주 내역 자료를 제공해 달라고 전남 22개 시군에 공문을 보내 해당 사건을 내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업체들은 각 지자체로부터 모두 수백억원에 달하는 관급공사 수주 등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광주지검은 고위직과의 친분을 앞세워 브로커로 활동한 성씨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수사·인사청탁, 지방자치단체 공공 조달 비위 등의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