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 유어 베드' 日 사부 감독 "현대사회 왜곡된 모습 표현"

한 여자에 대한 두 남자의 폭력·범죄 이야기…13일 개봉 "등장인물 세 명의 잘못된 행동을 통해 현대 사회의 왜곡된 모습 같은 걸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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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쿠엔틴 타란티노로 불리는 사부(SABU·본명 다나카 히로유키) 감독은 6일 용산의 한 영화관에서 열린 자신의 신작 '언더 유어 베드' 시사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는 13일 개봉하는 '언더 유어 베드'는 일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제작사는 한국의 미스터리픽처스다.

배우들도 한국인이고, 촬영 장소도 한국이다.

이 영화는 예은(이윤우 분)이라는 한 여자를 대상으로 지훈(이지훈)과 형오(신수항) 두 남자가 저지르는 폭력과 범죄의 이야기다. 대학 시절 예은을 짝사랑했던 지훈은 서른 살이 돼 우연히 예은을 다시 만난다.

관상어 가게를 하는 그는 예은의 집에 수족관을 설치해준 걸 계기로 예은의 주변을 맴돌며 감시한다.

지훈은 예은이 남편 형오로부터 심각한 가정 폭력을 당하는 것도 알게 된다.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인 이 영화엔 폭력적이고 잔인한 장면이 많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사부 감독은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하는 스타일이지만, 이 영화의 각본은 본인이 쓰지 않았다. 그는 "처음 각본을 읽었을 땐 매우 충격적이었고 당황하기도 했다"며 "현대 사회의 왜곡된 면에서 오는 고독과 공포 같은 걸 그리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지훈과 형오는 예은에게 폭력과 범죄를 저지르면서도 예은을 사랑한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

피해자인 예은도 폭력과 범죄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부 감독은 예은의 이런 모습에 대해 "SNS도 있는 요즘은 과거보다 목소리를 내기 쉬운 시대지만, 아직도 자기 목소리를 못 내는 여성도 많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누군가가 목소리를 냈을 때 그걸 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며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게) 친절이나 사랑일 수 있는데, 이는 전작에서 코미디로 보여준 것과 연결되는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배우 신수항은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닌 건 사실이다.

무겁고 불편하게 느껴질 것 같기도 하다"며 "영화가 전달하려고 하는 메시지는 잘못된 사랑이 주는 폭력을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부 감독은 "이 영화의 90%는 고정 카메라로 촬영했다"며 "요즘엔 빠른 템포의 영화가 많고 제 영화도 빠르기로 유명하다.

이 점에서 이 영화는 시대를 거스르는 작품인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한국 배우들과 작업한 경험에 대해서는 "한국 배우들은 연기를 잘하고, 리듬감이 뛰어나다.

몸의 동작도 좋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사부 감독은 배우 출신이다.

1986년 코미디 영화 '포 비즈니스'에서 배우로 데뷔한 그는 10년이 지나 첫 연출작 '탄환주자'를 내놨다.

일본 젊은 세대의 현실을 그린 블랙코미디인 이 영화는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주목받았다. 이를 시작으로 사부 감독은 '포스트맨 블루스'(1997), '먼데이'(2000), '드라이브'(2002), '행복의 종'(2003) 등 개성적인 작품을 연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