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위기에도 건설주는 승승장구…증권사 "전망 틀렸다" 반성문

건설 업황·주택경기는 침체 지속
나신평 "PF리스크 아직 줄지 않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와 주택 가격 하락 등의 요인에도 불구하고 건설주들이 최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내년 금리인하 기대가 커지며 업황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건설주가 예상 대비 크게 오르면서 일부 증권사는 "예측이 틀렸다"며 '반성문'도 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주요 건설업체들을 담은 'KRX 건설지수'는 지난달 1일부터 전날까지 11.05%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9.54%)보다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올 하반기 들어 시중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건설주가 약세를 보이던 것과 대조된다. KRX 건설지수는 지난 7월 초부터 10월 말까지 11.6% 하락했다. 시중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 PF 금리 역시 덩달아 뛰어 건설업 전망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그러다 지난달 초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자 상승세로 돌아섰다.

특히 주택 사업 비중이 높은 업체들의 주가가 크게 뛰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달 1일부터 전날까지 34.1%, GS건설은 20.7% 각각 뛰었다. HDC현대산업개발에서 주택사업이 매출에 차지하는 비중은 3분기 기준 69.5%에 달한다. GS건설도 3분기 기준 주택사업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70.9%를 차지하고 있다. 대우건설(14.4%), DL이앤씨(12.3%), 삼성물산(12.9%), 현대건설(9.0%) 등 다른 건설사들도 상승세였다.

그동안 증권사들은 건설경기 부진과 PF 위기 잔존 등으로 건설주 투자에 조심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지난달 하나증권, 다올투자증권, NH투자증권은 건설업종 투자의견을 '중립'을 제시했다. 그러나 예상을 넘어선 상승세를 보이면서 일부 애널리스트는 "예상이 틀렸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전날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11월 반성문'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11월 건설업종 투자의견으로 전 종목 중립, 추천종목은 없음으로 제시했으나 결과는 틀렸다"며 "미국 10년물 금리가 이렇게 빠르게 하락할 지 예상하지 못했고 공매도 금지로 인한 쇼트커버 영향도 간과했다"고 했다.

신동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최근 큰 폭의 주가 상승을 시현한 건설주들의 공통점은 올해 시장에서 소외되었던 종목이라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내년도 건설 업황, 주택시장 침체 등을 고려하면 투자자들의 기대가 지나치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건설사업연구원은 지난달 1일 내년도 국내 건설 수주가 올해 대비 1.5% 줄어든 187조3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고금리로 인한 자금조달 위기와 민간 수요 부진 우려가 지속된다는 분석이다. KB부동산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매매가격 전망 지수는 전월 대비 15.4포인트 내린 82.8로 조사됐다. 이는 올해 3월(78.0)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PF 위기가 내년에 본격적으로 현실화할 것이란 우려도 건설주 주가의 변수로 꼽힌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 상무는 전날 열린 언론 간담회에서 "올해 4월 전 금융권이 참여하는 PF 대주단 협약이 가동되면서 연착륙의 기반이 마련됐지만 이후에는 규모와 내용 면에서 유의미한 리스크 감축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