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이어 구리 가격도 하락 전환…경기둔화에 원자재 수요 급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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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미국 경기 둔화에 구리 가격 하락전 세계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점차 확산하고 있다. 국제 원유뿐 아니라 경기 예측 지표인 구리 가격까지 최근 하락 전환했다. 전 세계 경기 둔화로 원유와 원자재 수요가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퍼지면서다.
건설 주택경기 부진도 영향
일자리 및 소비 침체 더 이어질 듯
전문가들은 수요 약세가 앞으로 더 심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고금리와 노동시장 냉각으로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도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美·中 경기 둔화
6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구리 선물 가격은 파운드당 3.7345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구리 선물 가격은 지난달 꾸준히 올랐지만 이달 들어 하락 전환했다. 11월 2일 3.6725달러였던 구리 가격은 12월 1일 3.9315달러까지 올랐다가 이후 하락 전환했다.
구리 가격이 11월에 올랐던 것은 파나마와 페루 등 주요 생산국의 구리 광산에서 광부들의 파업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정책 완화 기대에 따른 달러 가치가 한 때 하락했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12월 들어 분위기는 달라졌다. 무디스가 중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꾸고, 내년 성장률도 4%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구리는 실물 경제의 흐름을 예측하는 지표라는 점에서 ‘닥터 코퍼’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특히 중국은 구리를 포함한 비철금속의 최대 소비국이다. 게다가 올해 들어 헝다(에버그란데)와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의 채무불이행 사태를 중심으로 중국의 부동산 시장도 위기를 맞았다.미국도 주택경기가 악화하긴 마찬가지다. 미국은 최근 모기지 금리가 연 7%를 넘어서면 주택 거래량이 급감했다.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지난 10월 미국 기존주택 매매지수는 71.4(2001년 100 기준)로 전월 대비 1.5% 하락했다. 이는 2001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소비 위축 심화할 듯
디플레이션을 유발한 경기 둔화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중국에선 소비 위축 상황이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11월 연간 최대 쇼핑 축제인 ‘광군제’ 때는 주요 온라인 플랫폼들이 실적 부진을 겪으며 2년 연속 매출액을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에선 인플레이션을 밀어 올리던 노동 시장이 냉각 조짐을 보이고 있다. ADP 전미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11월 민간 부문 고용은 전월보다 10만3000명 증가했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인 12만8000명에 미치지 못한다. 10월 수치 또한 기존 11만3000명에서 10만6000명으로 하향 조정됐다.
임금은 지난해 전년 동월보다 5.6% 올라 전달의 5.7%보다 둔화했다. 이날 수치는 2021년 10월 이후 가장 낮다.미국 주요 은행의 최고경영자(CEO)들도 경기침체 발생 가능성에 대해 잇따라 경고했다. 씨티그룹의 제인 프레이저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상원 은행위원회 참석에 앞서 준비된 발언을 통해 “경기침체가 다가오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사람들이 지출을 줄여가고 있다”며 “신용 점수가 가장 낮은 고객은 201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부채를 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캐나다 중앙은행인 캐나다 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현행 연 5%로 동결키로 했다고 밝혔다. 캐나다 은행은 성명에서 “높은 금리가 명백하게 소비를 억제하고 있다”며 “경기 둔화가 광범위한 범위에 걸쳐 상품 및 서비스 가격의 상승 압력을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