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 1등 놓치지 않던 딸…30대 의사, 5명 살리고 떠났다

식사 중 두통 느껴 응급실 이송
이후 뇌출혈 진단 받고 뇌사 상태 빠져
5명 환자에 심장·간 등 장기기증
"생의 마지막까지 의사 소임 다할 수 있게"
장기기증으로 5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난 이은애(34)씨 /사진=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제공
대학병원에서 환자들을 치료해오던 30대 의사가 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에 따르면 지난 6일 순천향대 부천병원 임상조교수인 이은애(34)씨가 심장, 폐장, 간, 신장(2개)을 5명의 환자에게 기증했다.이 씨의 건강에 적신호가 온 건 지난 3일. 당시 여의도 근처에서 친구들과 식사를 하던 이 씨는 머리가 아프고 속이 좋지 않아 화장실을 갔다가 구토했다. 이후 어지러움을 느낀 그는 화장실 밖 의자에 앉아 있다가 행인의 도움을 받아 응급실로 이송됐다.

구급차 안에서는 의식이 있었으나 응급실에서 경련이 일어난 후 의식이 떨어졌고 뇌출혈(지주막하출혈)을 진단 받았다. 이후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가 뇌사 상태가 됐다.
장기기증으로 5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난 이은애(34)씨 /사진=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제공
유족들은 아픈 환자를 돌보기 위한 사명감으로 의사가 됐던 고인의 뜻을 잇고자 장기 기증을 결정했다.유족에 따르면 이 씨는 7년 만에 어렵게 얻은 맏딸로, 중·고등학교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다. 모교 최초의 의대생이 된 그는 우수한 성적을 유지하며 의대를 차석으로 졸업했고, 전공의 전공 1등을 하기도 했다.

이 씨의 부친은 "지켜주지 못한 죄스러운 마음에 딸아이 친구들 외에는 주변에 부고를 알리지도 못했다"며 "깨어날 것 같은 실낱같은 희망을 부여잡았지만, 생명을 살리는 일을 업으로 삼은 딸이 생의 마지막까지 의사의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장기 기증을 어렵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