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거 늘어난 N수생, 수능서 고전한 듯

지난달 16일 시행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킬러문항' 배제 기조에도 불구하고 꽤 어려웠던 것으로 드러나 수능에 재도전한 'N수생'들이 예상만큼 높은 점수를 얻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능에서 표준점수 최고점은 수험생 개인의 원점수가 평균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보여주는 점수로, 보통 시험이 어려우면 표준점수 최고점은 상승한다.7일 평가원에 따르면 2024학년도 수능 국어 영역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150점으로, 1년 전보다 무려 16점 올랐다. 역대급으로 어려웠다던 2019학년도와 같았다. 수학 역시 표준점수 최고점이 148점으로, 2020학년도 수학 나형(149점) 이후 가장 높았다.

입시업계에서는 통상 140점대 중후반이면 어려운 시험으로 본다. 국어, 수학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모두 140점대 후반∼150점대를 기록한 것은 드물다.

절대평가인 영어에서 90점 이상을 받아 1등급을 받은 비율 역시 4.71%에 불과했다. 영어 영역에서 절대평가가 도입된 2018학년도 이후 최저치였다.결국 상위권에 들 것이라 예상했던 반수생, 재수생, N수생의 성적이 기대보다 나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킬러문항' 배제로 반수생이 급증했는데, 이들의 수준이 기대치보다 떨어졌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재수생들의 성적대 하락으로 표준점수가 기대치보다 높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평가원이 수험생의 학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평가원은 6월과 9월 등 두 차례 모의평가를 거쳐 수험생 집단의 학력을 가늠하고 이를 수능 출제에 반영해왔다.그러나 올해에는 교육부가 6월 중순 이후 갑작스럽게 킬러문항 배제 방침을 밝혀 6월 모의평가의 의미가 없어졌고, 9월 모의평가 결과에만 의존해야 했다.

문제는 9월 모의평가 이후에 반수생, 재수생, N수생이 대거 합류했다는 점이다. 올해 수능에 응시한 졸업생 등은 15만7천368명으로, 9월 모의평가 때(9만381명)보다 6만6천987명 늘었다. 수능 난이도가 낮을 것이라는 기대에 졸업생 등의 비중이 28년 만에 최고를 기록한 것이다. 이들의 비중은 35.3%로, 1996학년도(37.4%) 이후 최고치였다.

이들이 대거 합류함에 따라 평가원이 평균적인 수험생의 학력 집단을 높여 잡은 것이 화근이라는 분석이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N수생이 얼마나 늘면 어떻게 해야 난이도를 맞추는지 알아야 하는 평가원이 올해 수험생의 실력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실패함으로써 절반의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평가원 관계자는 "9월 모의평가에 응시하지 않고 수능에 참여한 N수생 규모를 추정해서 N수생 학업 수준을 어느 정도로 설정할지 나름대로 분석했다"며 "N수생의 학력을 일부러 높게 잡았다기보다는 적절하게 중난도, 고난도 문항을 배분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박근아기자 twilight1093@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