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주는 조끼·달팽이 점액 젤리…롯데가 '찜'한 스타트업들 [긱스]

롯데벤처스의 엘캠프(L-CAMP) 11기, 부산 5기, 미래식단 3기 등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거친 스타트업 15곳이 한 자리에 모인 데모데이가 열렸습니다. 한경 긱스(Geeks)가 지난 7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입으면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는 조끼, 달팽이 점액이 들어간 젤리, 프리미엄 반찬 편집숍..."지난 7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롯데벤처스 데모데이 '라이트업 데이(L-ight up DAY)'엔 롯데가 '찜'한 스타트업 15곳이 출격했다. 이날 행사는 엘캠프(L-CAMP) 11기 스타트업 9곳, 엘캠프 부산 5기 스타트업 2곳, 미래식단 3기 스타트업 4곳 등이 참여했다. 31층 SKY컨벤션에서 열린 피칭엔 총 10개 스타트업이 무대에 올랐다.

행사 전 전영민 롯데벤처스 대표는 환영사에서 "암울한 대외 환경 속에서 다가오는 어두움을 깨부술 수 있는 건 이전에 했던 행동으로는 부족하다"며 "지금까지 해오지 않았던 행동을 통해 과감한 혁신을 시도하는 스타트업들이 오늘의 주인공"이라고 말했다.

유튜브 속 제니가 입은 옷은 뭘까?

처음 무대에 오른 회사는 시각 검색 엔진 스타트업 라이즈이엔엠이었다. 이 회사는 컴퓨터 비전 기술을 이용해 영상이나 이미지에서 AI가 정보를 검색해주는 솔루션을 내놨다. 이를테면 회사의 주력 서비스인 '턴업'은 영상 속에서 연예인들이 입고 있는 옷이나 액세서리를 클릭하면 곧바로 상품 정보를 찾아준다.

김정환 라이즈이엔엠 대표는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를 보면 항상 연예인이 착용한 패션 상품의 정보를 묻는 게시물이 많지만, 답변을 찾는 과정은 만족스럽지 않다"며 "포털 검색 엔진이나 생성형 AI 기반 챗봇은 텍스트는 인식하지만 이미지 검색에 취약한데, 사람으로 치면 '앞을 못 보는 상태'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이런 점에 주목해 턴업을 내놨다. 회사에 따르면 지금까지 턴업의 월 활성 이용자 수(MAU)는 약 3만명, 월간 리텐션(유지율)은 42.1% 수준이다. 연말까지 MAU 5만명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대표는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 디스플레이 광고 전환률이 기존 업계보다 20배 높은 6.72%로 예상돼 향후 광고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며 "패션을 시작으로 가구, 화장품 등으로 카테고리를 넓혀 72조원 규모 글로벌 디지털 광고 시장으로 진입하고, 2026년까지 160억원의 연 매출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뒤이어 무대에 오른 리본굿즈도 커머스 시장에 주목한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는 반품된 상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사업모델을 선보였다. 회사 측에 따르면 국내 e커머스 시장 규모가 200조원이고, 미국소매협회가 집계한 반품률이 20%인 점을 들어 국내 반품 상품 커머스 시장 규모는 40조원으로 추정된다.

이원경 리본굿즈 대표는 "반품 상품은 시장 규모가 크고 일반적인 중고 상품에 비해 상태도 좋지만, 재판매하기 위해 가공하는 데 비용과 자원이 많이 소모돼 그동안 공급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며 "또 온라인에서 판매하려면 저작권 문제 탓에 기존 판매자의 상품 페이지를 재사용할 수 없고, 새로 만들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이를 해결한 반품 상품 전문 쇼핑몰 '리퍼브모아'를 운영한다. 특허 등록한 온라인 상품정보 자동 생성 알고리즘을 통해 저작권 문제 없이 상품페이지도 제작해준다. 이 대표는 "전국 15개 지점에 '그리니'라는 오프라인 매장도 운영 중"이라고 귀띔했다.

콘테크부터 '돌봄' 조끼까지


세 번째 주인공은 콘테크(건설+기술) 스타트업 팀워크다. AI를 활용해 건설현장에서 노동자들이 봐야 할 수많은 종이 문서들을 디지털화했다. 단순히 문서를 PDF로 만든 게 아니다. 도면 이미지를 맵핑해 일종의 '디지털 지도'처럼 만들고, 노션 같은 협업 툴처럼 '팀뷰' 플랫폼 안에서 노동자들끼리 소통하며 작업할 수 있게 했다.

정욱찬 팀워크 대표는 "건설 노동자들이 매일 12시간씩 일하는 격무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건설 현장은 부실 공사나 사고 같은 잡음이 끊기지 않을 정도로 비효율적이었다"며 "현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진정한 '스마트 건설'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미 16곳의 '톱 티어' 건설사와 43곳의 건설 현장에서 팀뷰 플랫폼을 쓰고 있다. 6만7000여 장의 도면으로 40만 개 이상의 데이터를 만들어냈다. 현장에서 비용 부담이 크지 않도록 월 100만원가량의 요금으로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노동자 20명이 있는 현장이라면 월 5만원 수준이다. 정 대표는 "롯데건설과 협업해 베트남 호치민에 세워질 '투티엠 에코 스마트시티'에 우리 플랫폼 도입을 검토하는 등 해외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김지훈 돌봄드림 대표는 불안감을 없애주는 조끼 '허기'를 선보였다. 그는 "현대인들이 불안감을 자주 겪지만, 이를 해소하기 위한 약물 복용은 비싼 데다가 부작용이 걱정되고, 정신과 상담을 받자니 사회적 인식이 걱정되는 게 현실"이라며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실질적인 솔루션이 없다는 데 주목해 창업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자체 개발한 '심탄도 센서'를 조끼에 부착했다. 조끼를 입기만 하면 AI가 심장의 리듬과 심장박동 세기 등을 측정해 심리 상태를 분석하는 식이다. 이 조끼는 실시간으로 착용자의 위치를 확인해주고, 생체 신호를 분석하고 비상 시엔 알림을 보내준다. 또 불안할 때 조끼가 압력을 통해 안아주는 느낌을 준다. 김 대표는 "우리가 포옹을 할 때나, 무거운 솜이불 안에 들어갔을 때 느끼는 편안함처럼 '딥 터치 프레셔'가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며 "이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 여러 병원과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는 우선 약 2500억원 규모으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건강 관리 기기 시장에 진입하는 걸 목표로 삼았다. 올해 10억원의 매출을 시작으로 2027년에 매출 573억원을 거두겠다는 밑그림을 그렸다.

달팽이 점액으로 만든 젤리

이날 참석한 청중들로부터 인기 투표 1위에 오른 회사는 에이지엣랩스다. 달팽이에서 나오는 점액질인 '뮤신'을 먹는 형태의 건강식품으로 만든 회사다. 뮤신은 피부 보호와 보습에 특화된 성분이다. 그간 '달팽이 크림'처럼 피부에 바르는 형태의 뮤신 활용 화장품은 있었지만, 직접 섭취하는 형태는 없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바르는 것보다 직접 먹는 게 훨씬 흡수율이 높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창업자인 이정석 대표는 달팽이 농장을 운영하는 아버지를 보며 아이템을 떠올렸다. 회사는 뮤신을 활용한 뷰티 브랜드인 '퓨리카뮤신'을 내놨다. 히트를 친 상품은 과일 맛이 나는 뮤신 젤리 제품군이다. 피부 관리에 관심이 많고 구매력이 높은 40대 중반 여성 소비자가 주요 고객이라고 한다.

이 대표는 "롯데중앙연구소 등 계열사와 협업하며 고기능성 여드름 모공케어 화장품이나 펫 헬스케어 제품 등으로 카테고리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부 스타트업 5곳에 이어 2부 첫 순서로 무대에 오른 웹툰 기반 쇼트폼 콘텐츠 제작 회사 투니모션의 조규석 대표는 뼈아픈 실패로부터 창업 아이템을 떠올렸다.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데뷔했지만 흥행에 실패해 빚만 졌다. 조 대표는 "애니메이션은 높은 제작비, 긴 제작 기간, 불확실한 대중성 등 '삼중고' 탓에 성공하기가 매우 어려운 분야"라고 했다.

그가 주목한 건 웹툰이다. 웹툰은 대중적이다. 영상에 대한 수요도 많다. 움직이지 않는 웹툰 소스를 기반으로 웹툰을 짧은 영상으로 만들기로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쇼트폼 콘텐츠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에 유통한다. 콘텐츠 '업사이클링' 회사인 셈이다. 원작 웹툰 소스를 활용한 덕분에 일반적인 애니메이션에 비해 제작 속도가 최대 8배 빠르고, 비용은 10% 수준으로 줄였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조 대표는 "라프텔이나 카카오페이지 외에도 딜라이브와 MOU를 맺는 등 판로를 다변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모든 제작 공정을 인하우스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것도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이은호 블랙후즈 대표는 추적하지 않고 참여시키는 고객 로열티 솔루션 '웨임'을 소개했다. 블랙후즈는 카카오의 블록체인 자회사 크러스트유니버스에서 분사한 스타트업이다. 이용자별로 탈중앙화된 자신의 데이터에 대한 주권을 갖고, 이를 다른 곳에 제공할 때 적절한 보상을 받게 만드는 게 목표다.

이 대표는 "데이터 이코노미가 트렌드로 떠오를 것"이라며 "6년 내 1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고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으로 도약하는 게 목표"리고 말했다.

골프채 중고거래, 마트 O2O 플랫폼, 반잔 편집숍

박태근 트루골프 대표는 중고 골프용품 시장에 주목했다. 기존 중고거래 시장에서 일어나는 불안감을 어떻게 해소할지 고민하다가 창업 아이템을 떠올렸다. 박 대표는 "인증 중고차 거래처럼 중고 골프 클럽 보증 시스템은 왜 없을까 고민했다"며 "또 판매자가 시세를 조사하고 사진을 촬영한 뒤 중고거래 플랫폼에 글을 작성하는 등의 과정이 너무 복잡한데, 이 시장을 혁신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전문가가 14단계에 걸쳐 골프용품을 상세 진단해주는 서비스를 내놨다. 또 비파괴 엑스레이 시스템을 통해 정밀 검사도 진행한다. 완료된 상품은 보증 마크가 붙는다. 한 달 동안 회사가 워런티를 보장해준다. 회사는 그밖에도 제품 사진을 찍으면 3초 만에 클럽 시세를 조회해주는 서비스와 함께 로젠택배와 협업해 배송과 회수가 모두 가능한 물류 솔루션도 선보였다.

다음으로 무대에 오른 부에노컴퍼니는 경남 김해에 본사를 두고 있다. 이 회사는 전국 마트 할인 정보를 기반으로 소비자와 마트를 연결하는 O2O 플랫폼 '그로켓'이 주력 서비스다. 이선희 부에노컴퍼니 대표는 "마트 할인 정보는 인터넷으로 검색이 잘 되지 않고, 카카오톡이나 전단지로 홍보되곤 한다"며 "고정 마케팅 비용이 평균 월 300만원이나 하는 데다가, 전단지를 대량으로 무단 살포하면 처벌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로켓을 통해 소비자는 할인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고, 마트 입장에서도 홍보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그밖에 전단을 열람할 때마다 이용자에게 현금성 포인트를 주는 리워드 시스템을 도입했다. 또 디지털 전단 제작을 도와주는 솔루션을 SaaS 형태로 마트 측에 제공하기도 한다.

이 대표는 "자체 조사 결과 마케팅 비용은 10분의1 수준으로 줄이고, 고객의 마트 방문률은 204% 증가했다"며 "3년 이내 2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거두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 마지막 피칭 세션은 반찬 편집숍을 운영하는 도시곳간이 장식했다. 요리사 출신인 민요한 도시곳간 대표는 1997년생이다. 반찬가게를 운영하던 부모님을 보고 자랐다. 영세 매장이라 격무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았고, 비위생적이란 인식 탓에 소비자들의 거부감도 있엇다. 그는 파편화된 반찬 가게 운영 방식의 패러다임을 바꾸기로 했다.

60g 등 소량 단위의 포장을 도입하고, 최소 2000원부터 시작하는 합리적 가격을 내세웠다. 다수의 전문 셰프도 보유했다. 민 대표는 "지역별로 상권을 분석해, 이를테면 학원가가 밀집한 곳은 도시락이나 컵밥을, 영유아가 많은 곳엔 아이 반찬을 파는 식으로 매장을 '커스터마이징'한 게 특징"이라며 "매장 인테리어도 고급스러운 느낌이 나도록 꾸몄다"고 설명했다.회사는 이를 바탕으로 전국에 60여 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연간 130만명이 찾는다. 자체 개발한 데이터 관리 솔루션으로 전 매장 실시간 재고 모니터링부터 수요예측 시스템까지 도입했다. 내년엔 오프라인 매장을 100개까지 늘리고, 물류 창고가 필요없는 라스트마일 모델을 구축하는 게 목표다. 민 대표는 "2025년까지 매출 80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