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구조개혁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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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재정카드 쓰기 어려운 상황현재 한국 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는 총선을 코앞에 두고 왜 경제가 이토록 주저앉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한국 경제는 침체를 지속하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1% 초반대로 전망된다. 이는 석유파동(1980년 -1.6%), 외환위기(1998년 -5.1%), 글로벌 금융위기(2009년 0.8%), 코로나19(2020년 -0.7%)와 같은 경제위기 기간을 제외하면 1962년 경제개발을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장기적으로 추세가 하락하고 있어 더 문제다. 특히 문재인 정부 5년간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연평균 2.4%로 내려앉았다. 이제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2% 내외로 추정되고 있다. 지금이 위기인가, 위기가 아닌데도 이례적인 저성장인가.
정책 전환 失機 말고 경제 살려야
오정근 바른언론시민행동 공동대표·서울지방시대위원장
흔히 대중국 수출, 특히 반도체 수출 부진을 이유로 꼽고 있다. 그러면 한국 경제는 중국과 반도체 천수답 경제란 말인가. 중국과 반도체만 쳐다보고 있는 천수답 경제 구조를 바꾸려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어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청년들은 대부분 단기 알바고, 노인빈곤율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다.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어려움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OECD 회원국 중 튀르키예만 도입하고 있는 주휴수당 도입, 경직적인 주 52시간제 도입 등 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탓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문제의 근본적 원인인 이들 소주성 정책을 시급히 시정하고 개선해야 한다.국내 투자는 연이어 마이너스 행진인데 기업들은 해외 투자만 늘리고 있다. 높은 법인세율, 갖은 규제, 2020년 12월 9일 입법 폭거 때 통과된 상법 개정안·공정거래법 개정안·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등 기업 규제 3법, 노동조합법 개정안·공무원노조법 개정안·교원노조법 개정안 등 노조 3법은 그대로 온존해 기업들은 국내 투자를 엄두도 못 내고 있다. 부동산 경기도 빈사 상태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이 급증하지만 문 정부 때 부동산 정책의 총체적 부실을 초래한 재건축안전진단 강화, 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상한제, 임대차 3법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정책 전환이 시급한 골든타임이다.
저성장인데도 인플레이션율은 10월 기준 3.8%대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성장률은 낮은데 물가상승률이 높은 스태그플레이션 상태다. 이 경우 정책 수단이 마땅치 않다. 성장률이 낮을 땐 금리를 낮추거나 재정 지출을 늘려서 총수요를 진작하면 성장률이 올라가고 일자리가 창출된다. 현재는 한국과 미국 간의 금리차를 더 늘릴 경우 외국 자본 유출 우려가 크고 대내적으로 금리를 낮추면 인플레이션이 더욱 악화할 우려가 많아 함부로 금리정책을 사용하기 쉽지 않다. 재정도 올 9월까지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3대 세목이 모두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해 관리재정수지는 70조6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경기 진작을 위한 재정정책 운용도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대안은 구조개혁밖에 없다. 규제 혁파, 법인세 인하를 통해 기업 투자 환경을 개선하고 노동개혁을 통해 노동시장 안정을 제고하며 교육개혁을 통해 인적자원 개발을 도모해야 한다. 어려운 과제지만 거시정책 운용이 제약받는 경제 환경에서는 대안이 없는 출구다. 지금 구조개혁을 늦추면 내년 총선까지 경제 회복을 기대하기 힘들다. 총선에 가장 중요한 아킬레스건이 경제다.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물가, 특히 생활물가를 안정시켜야 민생이 숨을 쉴 수 있다. 정부 여당으로서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새 경제팀은 구조개혁과 정책 전환에 실기하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