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불수능'…전과목 만점자 단 1명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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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채점결과 분석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국어·영어·수학 세 과목이 모두 역대급 난도의 ‘불수능’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정 과목이 유독 어려웠던 예년과 달리 국어 수학 모두 표준점수가 급등하고 절대평가인 영어 1등급자 비율도 지난해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지난해 대학별 입학 점수표와 큰 차이가 남에 따라 성적표를 받아든 수험생 등의 대입 전략에 혼선이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깜깜이 지원’ 경향이 심화하고 최저등급을 맞추지 못한 수시 불합격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국어·수학·영어 모두 어려웠다
표준점수 국어 16점·수학 3점↑
국어 만점 작년 370명 → 64명
영어 1등급 비율도 4.71% 불과
합격선 예측불허 '깜깜이 지원'
문과 국·수, 이과 국·과탐이 변수
"영역별 반영비율 꼼꼼히 살펴야"
○국어·수학, 2005학년도 이후 가장 어려워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교육부는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를 발표했다. 영역별 표준점수는 국어 150점, 수학 148점이었다. 국어는 표준점수, 백분위, 등급 등이 현 점수 체제가 도입된 2005학년도 수능 이후 가장 어려웠다고 평가받은 2019학년도와 같았다. 수학 표준점수는 역대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영어도 1등급 비율이 4.71%에 불과했다. 절대평가 도입 이후 가장 낮은 비율이다.표준점수는 개인의 원점수가 다른 수험자의 평균 성적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 보여주는 점수다. 일반적으로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낮으면 만점자가 받는 표준점수는 올라가고, 쉬우면 떨어진다. 입시업계에서는 통상 140점대 중후반이면 어려운 시험으로 본다. 이번 수능이 그동안 어려운 수능의 대표적 예로 꼽히던 2019학년도 수능을 뛰어넘은 역대급 ‘불수능’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상위권 변별력이 높아지면서 만점자 수도 크게 줄었다. 올해 수학 만점자는 612명에 불과하다. 2018학년도(수학 가형 165명, 수학 나형 362명) 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국어 만점자는 지난해 371명에서 64명으로 줄었다. 전 과목 만점자는 자연계열 재수생 단 한 명이다.
○표준점수 상승에 정시 합격선 예측 불가
전문가들은 문과생은 국어와 수학이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역대급 난도를 기록한 가운데 1~4등급 전 구간대에서 지난해보다 점수 격차가 크게 벌어졌기 때문이다. 종로학원은 “국어 1등급 내 점수 차가 지난해 8점에서 17점으로, 수학은 12점에서 15점으로 벌어졌다”며 “상위권 변별력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분석했다.이과생은 국어와 과학탐구 점수가 합격을 가를 것으로 봤다. 특히 과탐Ⅰ과 과탐Ⅱ의 표준점수 격차가 최대 12점(지구과학Ⅰ 68점, 화학Ⅱ 80점)까지 벌어져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메가스터디는 “과탐Ⅰ표준점수 최고점은 지난해 대비 하락한 반면 과탐Ⅱ는 상승했다”며 “서울대 또는 표준 점수를 반영하는 의학계열에서 과탐Ⅱ의 변별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과 강세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수학 영역에서 난도가 높아 표준점수가 높게 나오는 선택과목(미·적분, 기하) 중 이과생 비중이 각각 86.9%, 79.7%이고, 국어 영역에서 어려운 선택과목(언어와 매체)도 이과생 비중이 62.6%에 달하기 때문이다. 통합수능 체제에서는 같은 원점수를 받더라도 더 어려운 선택과목을 골랐다면 표준점수가 높게 나오는데, 이과생들이 국어 영역에서도 어려운 과목을 골라 높은 표준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전문가들은 모든 과목이 변별력이 높아진 만큼 학교별 영역 반영 비율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단순 합산점수가 아니라 목표 대학 환산점수로 지원 대학과 학과를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