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zine] 갈대가 있는 풍경 ① 소박함 속의 풍요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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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 갈대밭 그리고 자연과의 조우 충남 서천군은 은근하게 볼거리가 많다. 서해안을 끼고 내륙과 접해있어 다양한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도로를 달리다 보면 수확을 마친 경작지가 많아 곡창지대라는 점을 깨달을지도 모른다.
연말을 앞두고 이곳의 강과 바다, 소나무 숲, 일몰 등을 바라보며 한해를 돌아봤다. ◇ 넘실거리는 갈대의 물결
서천을 처음 가보기로 하고 서울에서 출발했다.
차로 도시를 빠져나오는데 도로 담벼락에 갈색의 담쟁이 잎이 매달린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날은 손이 시릴 정도로 날씨가 꽤 추웠다.
계절은 겨울을 향해 달려가고, 올해의 시간이 연말에 이르고 있다는 점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3시간 정도 지나자 서천에 들어섰다. 국내 4대 갈대밭 중의 하나인 한산면 신성리 갈대밭 인근에 이르자 도롯가에 갈대와 억새가 드문드문 보이기 시작했다. 목적지에 다다르자 파란빛의 금강을 앞에 두고 마치 물결이 이는 듯 키 큰 식물들이 넘실거리는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주차장에는 수십 대의 차가 이미 들어서 있다.
한편에는 인근 주민이 직접 길렀다는 배추, 땅콩 등의 작물을 판매하고 있었다.
◇ 자연스럽고 소박한 풍경 신성리 갈대밭은 충남 서천과 전북 군산이 만나는 금강하구에 펼쳐져 있다.
전체 길이는 1㎞ 정도다.
오른쪽 입구에는 '금강의 숨결 갈대의 향연'이라고 적힌 큰 표지석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탐방로를 따라 걷다 보면 군락을 이룬 갈대의 모습이 자세히 보인다.
키는 3m 안팎에 매우 옅은 갈색의 털들이 줄기 맨 끝에 달려있다.
갈대밭에선 바람에 갈대가 바스락바스락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군데군데에 갈대보다는 키 낮은 억새가 흔들리고 있다.
햇빛에 비친 억새는 은빛으로 반짝거린다.
그 너머에는 금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파란 하늘과 강물의 빛깔, 갈대와 억새의 흔들림이 묘하게 조화를 이뤘다.
현지에서 만나 취재팀을 안내한 나연옥 문화관광해설사는 "주민들이 갈대 이삭이 패기 전 여린 줄기를 잘라 소금물에 삶은 뒤 '갈꽃비'(갈대의 꽃으로 만든 빗자루)를 만들곤 했다"며 "요즘에도 옛 향수를 지닌 몇몇 방문객이 근처 마을에 들러 갈꽃비를 찾는다"고 들려줬다.
갈대밭이라고 하면 왠지 마냥 쓸쓸할 것 같지만, 두런두런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와 방송 드라마 '추노' 등의 촬영지로 유명한 데다 탐방로와 전망대를 오가며 운치 있는 풍경을 감상할 수도 있어 방문객이 많다고 한다.
갈대밭을 배경으로 한 소박한 '갈대 문학 길', 창문 모양의 예쁜 포토존에도 눈길이 갔다.
◇ 푸른 장항송림산림욕장과 맥문동 신성리 갈대밭에서 차로 30여분 거리에는 장항송림산림욕장이 있다.
위로는 푸른 소나무가 뻗어 있고 아래에는 녹색의 맥문동이 잔디처럼 깔려있다.
숲 안내판에는 1954년 장항농업고등학교 학생들이 2년생 곰솔(해송)을 심어 조성한 곳이라고 적혀있다.
바닷가 모래 날림과 바람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위로 곧게 뻗거나 구부러진 곰솔 줄기의 수직감이 보는 사람에게 묘하게 안정감을 줬다.
친숙한 나무이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것 같다.
푸른 잎의 맥문동은 조연이 아니라 1만2천여그루의 나무와 조화를 이루는 주연이 된 듯 아름다웠다.
송림은 맑은 날씨, 청량한 공기와도 잘 어울렸다.
안쪽으로 더 이동하면 높이 15m, 길이 250m의 스카이워크가 보인다.
스카이워크에 올라서니 소나무 위를 걷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앞으로 나아가니 곧 바다가 눈앞에 펼쳐졌다.
◇ 우연한 만남…갯벌과 철새 장항송림산림욕장은 바닷가에 있다 보니 방문객은 자연스럽게 갯벌을 접할 수 있다.
인근에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서천 갯벌'이라고 적힌 큰 표지석이 있다.
서천을 포함해 한국의 서남해안 갯벌 일부를 묶은 '한국의 갯벌'은 2021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취재팀은 이곳에서 다시 30여분 떨어진 비인면 선도리 갯벌체험마을도 잠깐 들렀다.
넓게 펼쳐진 갯벌에서 조개를 줍는 방문객도 만날 수 있었다.
지붕이 있고 옆면이 노란 갯벌 체험 버스가 운행하고었다.
철새 도래지인 서천은 생태여행의 메카 같은 곳이다.
따라서 철새들의 모습을 관찰하기 좋은 곳이다.
금강하구 주변 도롯가를 지날 때는 수확이 끝난 농경지에 기러기류 무리가 앉아있는 풍경을 봤다.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장항송림산림욕장 주차장 인근 습지에선 우아해 보이는 흰 고니도 목격했다.
금강하구는 철새의 낙원으로 불린다.
매년 오리류와 기러기류 등이 월동하는 곳으로, 물새의 생태에 중요한 곳이라고 한다.
드넓은 갯벌 관람, 다양한 철새 조망은 서천 여행을 떠나기 전 계획하지 않았던 자연과의 조우였다.
예상치 않았기에 풍요로운 볼거리가 더욱 반가웠다.
서천과 군산을 잇는 금강하굿둑, 금강갑문교도 지날 수 있었다.
◇ 마량진항의 일몰 서천을 오가며 두 번의 일몰을 봤다.
첫날의 해넘이는 장항송림산림욕장 주차장 인근 습지에서였다.
습지에 있는 철새를 보기 위해 차를 멈췄는데, 일몰을 앞둔 시간대였다.
근처에선 갈대와 억새가 바람에 흔들리고 건너편에는 옛 장항제련소 굴뚝이 마주 보이는 지점이었다.
이런 풍경을 배경으로 해가 서서히 떨어졌다.
노을빛이 갈대와 잘 어울렸다.
둘째 날에는 일출과 일몰 조망 장소로 유명한 마량진항을 찾았다.
포구가 바다로 길게 뻗어 나와 있는 곳이다.
취재팀은 일몰을 보기 위해 오후에 방문했다.
하늘에 흩어진 구름, 가까운 바다의 작은 섬, 항구에 정박한 선박과 인근의 빨간 등대를 따라 시선이 움직였다.
풍경을 감상하다 보니 꽤 높이 떠 있던 해가 어느새 내려오기 시작했다.
시간이 오후 5시 20∼30분대를 향해 가자 해가 바다 수면에도 빛을 뿌리기 시작했다.
일몰을 지켜보려는 사람들이 어디선가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인사를 나눈 뒤 올 한 해를 돌아보며 지는 해를 봤다.
낙조가 주변을 서서히 물들였다.
풍요로우면서도 내일을 기약하는 자연의 풍경이었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3년 12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
도로를 달리다 보면 수확을 마친 경작지가 많아 곡창지대라는 점을 깨달을지도 모른다.
연말을 앞두고 이곳의 강과 바다, 소나무 숲, 일몰 등을 바라보며 한해를 돌아봤다. ◇ 넘실거리는 갈대의 물결
서천을 처음 가보기로 하고 서울에서 출발했다.
차로 도시를 빠져나오는데 도로 담벼락에 갈색의 담쟁이 잎이 매달린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날은 손이 시릴 정도로 날씨가 꽤 추웠다.
계절은 겨울을 향해 달려가고, 올해의 시간이 연말에 이르고 있다는 점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3시간 정도 지나자 서천에 들어섰다. 국내 4대 갈대밭 중의 하나인 한산면 신성리 갈대밭 인근에 이르자 도롯가에 갈대와 억새가 드문드문 보이기 시작했다. 목적지에 다다르자 파란빛의 금강을 앞에 두고 마치 물결이 이는 듯 키 큰 식물들이 넘실거리는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주차장에는 수십 대의 차가 이미 들어서 있다.
한편에는 인근 주민이 직접 길렀다는 배추, 땅콩 등의 작물을 판매하고 있었다.
◇ 자연스럽고 소박한 풍경 신성리 갈대밭은 충남 서천과 전북 군산이 만나는 금강하구에 펼쳐져 있다.
전체 길이는 1㎞ 정도다.
오른쪽 입구에는 '금강의 숨결 갈대의 향연'이라고 적힌 큰 표지석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탐방로를 따라 걷다 보면 군락을 이룬 갈대의 모습이 자세히 보인다.
키는 3m 안팎에 매우 옅은 갈색의 털들이 줄기 맨 끝에 달려있다.
갈대밭에선 바람에 갈대가 바스락바스락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군데군데에 갈대보다는 키 낮은 억새가 흔들리고 있다.
햇빛에 비친 억새는 은빛으로 반짝거린다.
그 너머에는 금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파란 하늘과 강물의 빛깔, 갈대와 억새의 흔들림이 묘하게 조화를 이뤘다.
현지에서 만나 취재팀을 안내한 나연옥 문화관광해설사는 "주민들이 갈대 이삭이 패기 전 여린 줄기를 잘라 소금물에 삶은 뒤 '갈꽃비'(갈대의 꽃으로 만든 빗자루)를 만들곤 했다"며 "요즘에도 옛 향수를 지닌 몇몇 방문객이 근처 마을에 들러 갈꽃비를 찾는다"고 들려줬다.
갈대밭이라고 하면 왠지 마냥 쓸쓸할 것 같지만, 두런두런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와 방송 드라마 '추노' 등의 촬영지로 유명한 데다 탐방로와 전망대를 오가며 운치 있는 풍경을 감상할 수도 있어 방문객이 많다고 한다.
갈대밭을 배경으로 한 소박한 '갈대 문학 길', 창문 모양의 예쁜 포토존에도 눈길이 갔다.
◇ 푸른 장항송림산림욕장과 맥문동 신성리 갈대밭에서 차로 30여분 거리에는 장항송림산림욕장이 있다.
위로는 푸른 소나무가 뻗어 있고 아래에는 녹색의 맥문동이 잔디처럼 깔려있다.
숲 안내판에는 1954년 장항농업고등학교 학생들이 2년생 곰솔(해송)을 심어 조성한 곳이라고 적혀있다.
바닷가 모래 날림과 바람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위로 곧게 뻗거나 구부러진 곰솔 줄기의 수직감이 보는 사람에게 묘하게 안정감을 줬다.
친숙한 나무이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것 같다.
푸른 잎의 맥문동은 조연이 아니라 1만2천여그루의 나무와 조화를 이루는 주연이 된 듯 아름다웠다.
송림은 맑은 날씨, 청량한 공기와도 잘 어울렸다.
안쪽으로 더 이동하면 높이 15m, 길이 250m의 스카이워크가 보인다.
스카이워크에 올라서니 소나무 위를 걷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앞으로 나아가니 곧 바다가 눈앞에 펼쳐졌다.
◇ 우연한 만남…갯벌과 철새 장항송림산림욕장은 바닷가에 있다 보니 방문객은 자연스럽게 갯벌을 접할 수 있다.
인근에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서천 갯벌'이라고 적힌 큰 표지석이 있다.
서천을 포함해 한국의 서남해안 갯벌 일부를 묶은 '한국의 갯벌'은 2021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취재팀은 이곳에서 다시 30여분 떨어진 비인면 선도리 갯벌체험마을도 잠깐 들렀다.
넓게 펼쳐진 갯벌에서 조개를 줍는 방문객도 만날 수 있었다.
지붕이 있고 옆면이 노란 갯벌 체험 버스가 운행하고었다.
철새 도래지인 서천은 생태여행의 메카 같은 곳이다.
따라서 철새들의 모습을 관찰하기 좋은 곳이다.
금강하구 주변 도롯가를 지날 때는 수확이 끝난 농경지에 기러기류 무리가 앉아있는 풍경을 봤다.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장항송림산림욕장 주차장 인근 습지에선 우아해 보이는 흰 고니도 목격했다.
금강하구는 철새의 낙원으로 불린다.
매년 오리류와 기러기류 등이 월동하는 곳으로, 물새의 생태에 중요한 곳이라고 한다.
드넓은 갯벌 관람, 다양한 철새 조망은 서천 여행을 떠나기 전 계획하지 않았던 자연과의 조우였다.
예상치 않았기에 풍요로운 볼거리가 더욱 반가웠다.
서천과 군산을 잇는 금강하굿둑, 금강갑문교도 지날 수 있었다.
◇ 마량진항의 일몰 서천을 오가며 두 번의 일몰을 봤다.
첫날의 해넘이는 장항송림산림욕장 주차장 인근 습지에서였다.
습지에 있는 철새를 보기 위해 차를 멈췄는데, 일몰을 앞둔 시간대였다.
근처에선 갈대와 억새가 바람에 흔들리고 건너편에는 옛 장항제련소 굴뚝이 마주 보이는 지점이었다.
이런 풍경을 배경으로 해가 서서히 떨어졌다.
노을빛이 갈대와 잘 어울렸다.
둘째 날에는 일출과 일몰 조망 장소로 유명한 마량진항을 찾았다.
포구가 바다로 길게 뻗어 나와 있는 곳이다.
취재팀은 일몰을 보기 위해 오후에 방문했다.
하늘에 흩어진 구름, 가까운 바다의 작은 섬, 항구에 정박한 선박과 인근의 빨간 등대를 따라 시선이 움직였다.
풍경을 감상하다 보니 꽤 높이 떠 있던 해가 어느새 내려오기 시작했다.
시간이 오후 5시 20∼30분대를 향해 가자 해가 바다 수면에도 빛을 뿌리기 시작했다.
일몰을 지켜보려는 사람들이 어디선가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인사를 나눈 뒤 올 한 해를 돌아보며 지는 해를 봤다.
낙조가 주변을 서서히 물들였다.
풍요로우면서도 내일을 기약하는 자연의 풍경이었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3년 12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