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장사"… K팝 시상식까지 '고(GO)재팬' 하는 이유 [김소연의 엔터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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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재팬' 끝…일본으로 눈 돌린 방송·공연'노 재팬'(No, Japan)은 종식된 분위기다. 일본 제품을 사용만 해도 눈총을 받던 이전과는 사뭇 달라졌다.
"일본, 놓칠 수 없는 시장"
국토교통부 항공 통계에 따르면 올해 10월 국제선 여객 수는 659만3000명(출발·도착)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0월(735만2000명)의 90% 수준을 회복했다. 특히 일본 노선 이용객은 186만명으로 2019년 10월(104만7000명)보다 78% 급증했다. 역대급 엔저(엔화 약세), 여기에 지리적으로 가까워 1시간 정도만 비행기를 타면 이동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일본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는 여행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최근 방송가와 공연 업계는 일본을 빼놓고 얘기를 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일 합작 콘텐츠가 잇따라 나오고 있고, 일본 촬영을 논의 중인 프로그램도 여럿이다.
K팝 시상식이 일본에서? "수익이 되니까"
지난달 28일과 29일 양일 동안 진행된 Mnet 아시아 뮤직 어워드(MAMA)는 일본 도쿄돔에서 진행됐다. MAMA는 1999년 Mnet '영상음악대상'으로 첫발을 뗀 후 2009년부터 MAMA라는 이름으로 시상식을 진행해왔다. K팝 시상식 최초로 도쿄돔에 입성해 화제가 된 MAMA에는 8만명의 관객이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MAMA는 '노 재팬'으로 시끄러웠던 2019년에도 일본에서 진행돼 갑론을박이 벌어진 바 있다. 당시 일본 경제 보복 조치 논란으로 인해 한일 관계가 극도로 악화됐고, 이에 따라 전 국민적으로 노 재팬 운동이 진행됐다. MAMA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개최지 정보가 올라온 것만으로도 논란이 불거졌을 정도지만, 올해엔 MAMA가 도쿄돔에서 진행되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의견은 찾아보기 어려웠다.공영 방송인 KBS의 연말 가요 시상식을 이어받은 '가요대축제' 역시 '글로벌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9일 일본 사이타마현에 위치한 베루나돔에서 개최됐다. 한국을 대표하는 방송사인 KBS가 연말에 온 가족이 즐기는 무대를 일본에서 개최한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논란도 있었지만, KBS 측은 "'가요대축제'를 '뮤직뱅크 월드투어- 글로벌 페스티벌 (가제)'로 확대해 국내와 해외에서 함께 개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면서 "동시에 국내 팬들을 위한 더욱 풍성한 K-POP 프로그램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일본에서 한국 방송사가 주관하는 K팝 공연이 진행되는 것에 대해 관계자들은 결국 '돈'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일본에서 진행된 MAMA와 '뮤직뱅크 월드투어-글로벌 페스티벌'의 경우 티켓 가격이 2만2000엔(한화 약 20만원) 정도로 알려졌다. 국내에선 무료 초대권 혹은 몇만원 수준의 티켓이 일본에서는 10배 가까이 뛰는 것. 체류비 등을 고려해도 "남는 장사"라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안 할 이유 없죠"
예능과 드라마에서도 일본 노출이 급증했을 뿐 아니라 인력 교류도 활발해졌다.tvN '무인도의 디바'로 주목받은 채종협은 내년 1월 방영 예정인 TBS 화요드라마 '아이 러브 유'(Eye Love You) 촬영을 위해 현재 일본에서 머물고 있다. '아이 러브 유'는 한국인 유학생과 텔레파시를 가진 여성의 로맨스를 그린 작품. 채종협은 남자 주인공 윤태오 역으로 캐스팅됐다.
현재 방영 중인 MBC 금토드라마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에 출연 중인 이세영은 차기작으로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사랑 후에 오는 것들'에 출연한다고 밝혔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작가 공지영과 츠지 히토나리가 공동 집필한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다. 남자 주인공으로는 일본 배우 사타구치 켄타로가 발탁됐다.
지난 8일 첫 방송 된 '트롯걸in재팬'은 MBN '불타는 트롯맨'의 일본 버전이다. '미스터트롯', '불타는 트롯맨' 등을 론칭한 서혜진 PD가 이끄는 크레아 스튜디오가 한국 오디션 역사상 최초로 트로트 판권을 일본에 판매해 제작까지 나서는 프로그램이다. 일본 최대 방송사인 '후지티비' 자회사 '넥스텝'과 nCH재팬에서 제작되며 '후지티비'와 일본 최대 위성방송 '와우와우', 일본 최대 플랫폼 '아베마'까지 총 3개 채널을 통해 동시 방송된다. 일본은 한국에 비해 제작비나 출연료가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국내 연예인의 일본 콘텐츠 출연이나 일본 제작진과 교류를 이어가는 이유는 일본 내 입지를 넓히기 위한 이유가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 관계자는 "일본은 국내보다 공연문화가 발달 돼 있고, 팬미팅 규모도 차원이 다르다"며 "인지도를 노린 것"이라고 귀띔했다.
일본 시장이 안정적이라는 부분도 교류와 관계를 이어 나가는 큰 부분 중 하나다. 한때 방송가에는 중국 붐이 일었지만, 사드 재배치로 하루아침에 한국 콘텐츠와 인력이 배척된 바 있다. 그에 반해 일본은 꾸준한 시장이었다.
여기에 최근 한국 콘텐츠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면서 K콘텐츠 소비가 증가하는 상황인 만큼 "진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도쿄 신오쿠보의 코리아타운은 방문객이 지속해서 증가해 역대 최대 점포 수를 기록 중이고, 글로벌 OTT 플랫폼의 일본 지역 인기 콘텐츠 상당수가 한국에서 만들어졌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엔화 환율이 낮은 편이지만, 사업 환경이 안정적"이라며 "엔화가 오르면 더 큰 수익이 기대되는 만큼 일본은 놓칠 수 없는 시장"이라고 귀띔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