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IBE] 거리에서 사라진 붕어빵…요즘 뜨고 있는 '新붕세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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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의 한 붕어빵 가게에는 주말을 맞아 구매 행렬이 길게 늘어섰다.
7년째 이곳에서 붕어빵을 팔고 있다는 박기남(56) 씨는 연신 바쁜 손길로 붕어빵 틀을 뒤집었다. 손님 중 삼분의 일은 중화권 관광객으로 슈크림 맛, 고구마 맛 붕어빵이 특히 잘 나간다는 것이 박 씨의 귀띔.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에게 붕어빵은 '꼭 먹어봐야 할 길거리 간식'으로 입소문이 났다.
친구와 함께 붕어빵을 구입한 미국인 간호사 샘 발렌시아(26) 씨는 "일본에서 비슷한 음식을 먹어본 적이 있는데 한국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해 찾아왔다"며 "팥과 슈크림 모두 맛있는데, 팥이 좀 더 전통적인 맛인 것 같다"고 웃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붕어빵의 계절이 돌아왔음에도 거리에서 붕어빵을 찾아보기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GS25가 지난 7월 소비자 68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1%가 붕어빵을 구매하고 싶었지만, 판매처를 찾지 못했던 경험이 있다고 털어놨다.
지난 2019년 개발된 붕어빵 등 길거리 음식 위치 찾기 앱인 '가슴속 3천원'은 현재 약 40만명이 이용 중이고, 붕어빵 애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위치와 가격을 공유하기도 한다.
이는 재룟값이 예년보다 크게 오르면서 인건비도 건지지 못하게 된 붕어빵 노점들이 속속 업종을 전환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격정보 전문기관인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지난 2017년 800g당 3천원이었던 수입산 붉은팥은 올해 6천500원으로 두배 이상 뛰어올랐다.
서울 명동을 비롯한 몇몇 지역에선 '개당 1천원' 짜리 붕어빵도 등장했다.
서민 간식으로 여겨지는 붕어빵은 가격을 올리는 데 한계가 있어 결국 장사를 접는 쪽을 선택한다는 전언이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서 17년째 붕어빵 장사를 하는 서재순(73) 씨는 "재료비와 가스비가 모두 올라 주변 붕어빵 상인들이 다 없어졌다"고 말했다.
대신 백화점과 편의점, 카페, 제과점 등이 새로운 '붕세권'(붕어빵+역세권)으로 떠올랐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붕어빵 맛집으로 유명한 '붕어유랑단'과 손잡고 '전국 붕어주간'을 진행한 롯데백화점이 대표적이다.
이달 7일까지 릴레이 형식의 팝업스토어가 열렸는데 단팥·슈크림 등 '원조' 붕어빵은 물론 지점마다 계란치즈, 콘치즈, 완두, 불닭 만두, 스페셜 피자 등 이색 메뉴가 준비됐다.
건대스타시티점에서 만난 카자흐스탄 출신 미람(34)· 카리나(34) 씨 부부는 "고향의 감자 파이, 잼 파이가 생각난다"며 "커피, 차와 함께 먹으면 잘 어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행사를 기획한 김동현 롯데백화점 푸드 부문 델리·스낵팀 바이어는 "지난해 연말 엔데믹을 맞아 길거리 간식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지난 4월 팝업스토어를 열었는데 고객들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고 설명했다.
김혜지 붕어유랑단 대표는 "외국인 손님이 전체 구매자의 20∼30%를 차지했고, 동영상을 찍어 SNS에 올리는 사례도 많았다"고 전했다. 지난 9월 중순부터 용궁식품 붕어빵을 냉동으로 들여와 매장의 군고구마 기계로 구워 팔고 있는 GS25는 '즉석붕어빵'을 시작으로 '미니붕어빵', '즉석슈크림붕어빵'까지 한 달 간격으로 라인업을 확대했다.
그 결과 지난달 기준 붕어빵 판매량이 전월보다 30% 가까이 신장하며 단숨에 효자상품으로 등극했다.
이디야커피, 메가MGC 커피 등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는 동절기 곁들임 메뉴로 붕어빵을 내놨고, 배스킨라빈스의 11월 신제품 '도라에몽의 팥붕!슈붕!'은 아이스크림을 통해 붕어빵 특유의 맛을 구현했다.
신세계푸드의 '피자 먹은 붕어빵', '고구마 먹은 붕어빵'처럼 냉동상태로 보관하다 에어프라이어나 전자레인지에 데우기만 하면 되는 가정간편식 형태도 인기. 성수동 카페 '차일디쉬'에선 소금빵과 붕어빵을 합친 '소붕빵'을 만날 수 있고, 총 6가지 종류의 붕어빵을 안주로 내놓는 '붕마카세'(붕어빵+오마카세)도 주목받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는 붕어빵을 들고 세계시장으로 진출하려는 노력도 현재 진행형이다.
붕어빵을 떡볶이, 핫도그, 김밥, 김말이, 호떡과 함께 K스트리트푸드 전략 품목으로 선정한 CJ제일제당이 대표주자로 꼽힌다.
수출을 염두에 두고 지난 8월 단팥·슈크림·초당 옥수수로 구성된 '비비고 붕어빵' 3종을 출시, 조만간 글로벌 주요국에 선보일 예정이다.
조가비 CJ제일제당 커뮤니케이션 PR팀 과장은 "SNS 모니터링 결과 떡, 약과 등 한국 전통 디저트에 대한 언급량이 늘어난 만큼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한입 크기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 소비자 입맛도 사로잡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최낙삼 좋은상품연구소 소장은 "붕어빵이 한국을 대표하는 K디저트로 발돋움하려면 일단 우리나라에서 계절과 관계없이 언제든 사 먹을 수 있어야 한다"며 "쇼츠(짧은 동영상)를 통해 홍보하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연합뉴스
7년째 이곳에서 붕어빵을 팔고 있다는 박기남(56) 씨는 연신 바쁜 손길로 붕어빵 틀을 뒤집었다. 손님 중 삼분의 일은 중화권 관광객으로 슈크림 맛, 고구마 맛 붕어빵이 특히 잘 나간다는 것이 박 씨의 귀띔.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에게 붕어빵은 '꼭 먹어봐야 할 길거리 간식'으로 입소문이 났다.
친구와 함께 붕어빵을 구입한 미국인 간호사 샘 발렌시아(26) 씨는 "일본에서 비슷한 음식을 먹어본 적이 있는데 한국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해 찾아왔다"며 "팥과 슈크림 모두 맛있는데, 팥이 좀 더 전통적인 맛인 것 같다"고 웃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붕어빵의 계절이 돌아왔음에도 거리에서 붕어빵을 찾아보기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GS25가 지난 7월 소비자 68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1%가 붕어빵을 구매하고 싶었지만, 판매처를 찾지 못했던 경험이 있다고 털어놨다.
지난 2019년 개발된 붕어빵 등 길거리 음식 위치 찾기 앱인 '가슴속 3천원'은 현재 약 40만명이 이용 중이고, 붕어빵 애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위치와 가격을 공유하기도 한다.
이는 재룟값이 예년보다 크게 오르면서 인건비도 건지지 못하게 된 붕어빵 노점들이 속속 업종을 전환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격정보 전문기관인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지난 2017년 800g당 3천원이었던 수입산 붉은팥은 올해 6천500원으로 두배 이상 뛰어올랐다.
서울 명동을 비롯한 몇몇 지역에선 '개당 1천원' 짜리 붕어빵도 등장했다.
서민 간식으로 여겨지는 붕어빵은 가격을 올리는 데 한계가 있어 결국 장사를 접는 쪽을 선택한다는 전언이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서 17년째 붕어빵 장사를 하는 서재순(73) 씨는 "재료비와 가스비가 모두 올라 주변 붕어빵 상인들이 다 없어졌다"고 말했다.
대신 백화점과 편의점, 카페, 제과점 등이 새로운 '붕세권'(붕어빵+역세권)으로 떠올랐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붕어빵 맛집으로 유명한 '붕어유랑단'과 손잡고 '전국 붕어주간'을 진행한 롯데백화점이 대표적이다.
이달 7일까지 릴레이 형식의 팝업스토어가 열렸는데 단팥·슈크림 등 '원조' 붕어빵은 물론 지점마다 계란치즈, 콘치즈, 완두, 불닭 만두, 스페셜 피자 등 이색 메뉴가 준비됐다.
건대스타시티점에서 만난 카자흐스탄 출신 미람(34)· 카리나(34) 씨 부부는 "고향의 감자 파이, 잼 파이가 생각난다"며 "커피, 차와 함께 먹으면 잘 어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행사를 기획한 김동현 롯데백화점 푸드 부문 델리·스낵팀 바이어는 "지난해 연말 엔데믹을 맞아 길거리 간식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지난 4월 팝업스토어를 열었는데 고객들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고 설명했다.
김혜지 붕어유랑단 대표는 "외국인 손님이 전체 구매자의 20∼30%를 차지했고, 동영상을 찍어 SNS에 올리는 사례도 많았다"고 전했다. 지난 9월 중순부터 용궁식품 붕어빵을 냉동으로 들여와 매장의 군고구마 기계로 구워 팔고 있는 GS25는 '즉석붕어빵'을 시작으로 '미니붕어빵', '즉석슈크림붕어빵'까지 한 달 간격으로 라인업을 확대했다.
그 결과 지난달 기준 붕어빵 판매량이 전월보다 30% 가까이 신장하며 단숨에 효자상품으로 등극했다.
이디야커피, 메가MGC 커피 등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는 동절기 곁들임 메뉴로 붕어빵을 내놨고, 배스킨라빈스의 11월 신제품 '도라에몽의 팥붕!슈붕!'은 아이스크림을 통해 붕어빵 특유의 맛을 구현했다.
신세계푸드의 '피자 먹은 붕어빵', '고구마 먹은 붕어빵'처럼 냉동상태로 보관하다 에어프라이어나 전자레인지에 데우기만 하면 되는 가정간편식 형태도 인기. 성수동 카페 '차일디쉬'에선 소금빵과 붕어빵을 합친 '소붕빵'을 만날 수 있고, 총 6가지 종류의 붕어빵을 안주로 내놓는 '붕마카세'(붕어빵+오마카세)도 주목받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는 붕어빵을 들고 세계시장으로 진출하려는 노력도 현재 진행형이다.
붕어빵을 떡볶이, 핫도그, 김밥, 김말이, 호떡과 함께 K스트리트푸드 전략 품목으로 선정한 CJ제일제당이 대표주자로 꼽힌다.
수출을 염두에 두고 지난 8월 단팥·슈크림·초당 옥수수로 구성된 '비비고 붕어빵' 3종을 출시, 조만간 글로벌 주요국에 선보일 예정이다.
조가비 CJ제일제당 커뮤니케이션 PR팀 과장은 "SNS 모니터링 결과 떡, 약과 등 한국 전통 디저트에 대한 언급량이 늘어난 만큼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한입 크기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 소비자 입맛도 사로잡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최낙삼 좋은상품연구소 소장은 "붕어빵이 한국을 대표하는 K디저트로 발돋움하려면 일단 우리나라에서 계절과 관계없이 언제든 사 먹을 수 있어야 한다"며 "쇼츠(짧은 동영상)를 통해 홍보하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