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 낙관론을 부정하는 경제 지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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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기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지고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9월 이후 상승세를 타며 10월 중순에는 5%에 근접했다. 전세계 모든 금융자산 가치평가의 기준이 되는 미 국채 금리의 급격한 상승은 위험자산 가격의 하락으로 이어지며 미국 주요 주가지수들뿐 아니라 코스피를 포함한 주요국 주가지수의 동반하락으로 이어졌다.
채권시장의 불안정성이 높아지자 재무성은 장기채 발행물량 조정을 통해 적극 개입하며 금리 상승세를 진정시키게 된다. 발행물량에 대한 불안감이 어느 정도 진정되면서 채권시장 대기자금은 적극 매수세로 돌아서게 된다. 이에 10년물 금리는 다시 지난 9월의 4.3% 수준으로 회귀하였다. 금리 민감도가 극도로 높아진 주식시장은 금리하락에 힘입어 성장주들을 중심으로 급격히 반등하였다.
이제 투자자들의 관심은 내년을 향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경기 지표들은 인플레이션은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는 반면 높아진 금리에도 고용시장이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으며 이에 가계소비가 예상보다 견고하다는 점을 확인해주고 있다. 미국 경기 연착륙 시나리오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미 기정사실이 되어 가고 있는 느낌이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이제 연준의 금리인하가 어느 시점에 시작될 것인지에 쏠려있다.
필자는 지금과 같이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과정은 경기가 정점을 지나고 침체국면에 접어들기 전 거치는 경기순환 사이클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클리어브릿지인베스트먼트의 제프 슐체(Jeff Schulze)는 최근 전략보고서에서 경기침체 직전에는 거의 항상 경기연착륙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었음을 영업보고서 등에 담긴 연착륙에 대한 경영진의 언급 횟수로 보여주고 있다.
최근 발표되는 경기지표들은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는 동시에 성장세도 둔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매주 발표되는 실업수당 관련 지표에 의하면 신규 청구건수가 서서히 늘어나고 있을 뿐 아니라 지속 청구건수가 큰 폭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나 기업들이 아직까지는 직원 정리에 나서지는 않고 있으나 신규채용은 적극적으로 억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 잠시 활황세를 보였던 고용시장이 작년 가을 나타났던 점진적 둔화세로 다시 접어들고 있는 모습이다. 아직까지 전체 실업 청구건수는 2년전 수준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서 이 지표를 바탕으로 실업률이 급격히 상승하고 경기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예측은 성급해 보인다.
지난 3개월 평균 실업률이 지난 12개월 최저 실업률에서 0.5% 포인트 이상 상승하면 경기는 이미 침체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샴의 법칙에 의하면 현재 실업률은 지난 12개월 최저점에서 0.33% 포인트 상승하여 아직까지 0.5% 포인트라는 임계점에 가까워지고 있으나 넘어서지는 않았다. 그러나 샴의 법칙은 일단 실업률이 상승하기 시작하여 임계점을 넘으면서 큰 폭으로 상승하는 탄력을 가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아직까지 실업률 상승이 임계점을 넘지 않았다는 것이 경기침체가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주지는 못한다.
미국 가계조사(Household Survey)는 월간 취업자수 지표를 제공하고 있는데 기업의 채용을 기준으로 한 급여지표(Payroll)보다 변동성이 심해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자영업자를 포함하고 있어 고용시장의 추세변화를 감지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런데 10월 가계조사에서 취업자수가 35만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시장은 현재의 낙관론보다 휠씬 빠른 속도로 식어가고 있는 것이다.
GDI는 총소득을 의미하므로 GDP 성장률과의 차이는 가계부문에서는 임금 상승률의 하락이나 저축률의 하락에 기인할 수 있다. 기업부문에서는 수익성의 하락이 원인이 될 수 있다. 또한 대외 무역부문에서는 달러 강세 또는 세계경기 불황에 기인할 수도 있다.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미국 가계저축률이 최근 급격히 하락하면서 지출이 수입을 크게 초과하고 있어 현재의 소비가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