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투어로 1兆...'걸어다니는 대기업' 된 테일러 스위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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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지가 선정한 '2023 올해의 인물'
월드투어로 8개월만에 1,3兆 벌어
"대체재 없고, 불황에도 수요 탄탄"

지난 3월 17일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스테이트 팜 스타디움.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34)의 목소리와 함께 7집곡 '미스 아메리카나 앤 더 하트브레이크 프린스'의 전주가 흘러나왔다. 곧 이어 스위프트가 등장하자, 7만석 짜리 공연장은 함성으로 가득 찼다.이날 시작해 지난달까지 북미와 남미에서 66차례 연 스위프트의 월드투어 '에라스 투어'는 8개월동안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벌어들였다. 아직 일정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엘튼 존(페어웰 옐로브릭 로드투어·9억 3190만달러)을 제치고 '역대 월드투어 흥행 1위'에 올랐다. 아시아·유럽 등 내년 말까지 예정된 공연까지 더하면 티켓 매출은 2조원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스위프트에게 '걸어다니는 대기업'이란 별명이 붙고, 하버드대·스탠포드대·뉴욕대 등 미국 대학 10여 곳이 스위프트 관련 강의를 개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 언론들은 '스위프트 공연이 열리는 곳은 경제가 살아난다'며 '스위프트노믹스'(스위프트+이코노믹스)란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공연 한 번에 150억원씩 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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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지는 선정 이유로 "예술적·상업적 분야에서 핵융합과 같은 에너지를 분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06년 18세의 나이로 데뷔한 이후 줄곧 '인기 스타'의 길을 걸어왔지만, 특히 올해 '역대급 성적'을 냈다.
◆불황에도 지갑 여는 '팬덤 경제'
스위프트는 그렇게 억만장자가 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음원 판매(4억달러) △티켓 판매(3억7000만달러) △스트리밍 저작권(1억2000만달러) △음반 판매(8000만 달러) 등으로 10억달러 가량을 거둬들였다.스위프트 혼자만 부자가 된 건 아니다. 공연이 열리는 지역의 음식점과 호텔도 돈방석에 앉았다. 스위프트 공연이 몇차례 열리는 공연장 일대 호텔들은 앉은 자리에서 2억달러씩 챙겼다. 이런 식으로 스위프트의 공연은 올해 미국 국내총생산(GDP)을 43억~57억달러(약 5조6000억~7조4000억원) 가량 늘린 것으로 추산됐다. 스위프트는 어떻게 '걸어다니는 대기업'이 될 수 있었을까. 멜리사 커니 메릴랜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체재가 없는데다 가격변화에 대한 수요탄력성이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불황이 닥쳐도, 가격을 높게 잡아도, 스위프트의 음반과 공연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스위프티'(스위프트 팬덤명)들이 많다는 의미다.
'이미지 변신'도 한몫했다. 컨트리 음악을 부르던 데뷔 초에는 팬층이 백인 중장년으로 국한됐지만, 2010년대 들어 팝가수로 변신하면서 10대 소녀들이 따라 붙기 시작했다.스위프트는 '똘똘한 문화 콘텐츠 하나 잘 키우면, 열 기업 안 부럽다'는 걸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K팝 스타들도 마찬가지다. 미국 경제지 포춘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은 매년 36억달러(약 4조7000억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한다. 공연 한 번 할 때마다 외국인 관광객들을 끌어들여 1조2000억원이 넘는 부가가치를 낸다. 걸그룹 블랙핑크도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진행한 월드투어 '본 핑크'를 통해 약 2억6000만달러(약 3400억원)를 벌었다.
이선아/오현우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