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시만 27번…낙서인가요? 작품인가요? 둘 다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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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훈의 탐나는 요즘 화가]'낙서'를 예술로 만드는 작가들이 있다. 예컨대 영국 작가 미스터두들이 그렇다. 국내에도 미스터두들 팬이 많아 지난 10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그의 30×30㎝ 소품이 1000만원에 낙찰됐다.
상상 속 동물로 가득 채운 '왁자지껄 세상'
"유쾌한 작품 분위기…보면 기분 좋아져"
해외 전시 줄줄이…다음달엔 뉴욕 그룹전
우리나라에도 낙서로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가 있다. 명성은 아직 미스터 두들에 '살짝' 못미치지만, 독창성 있는 작품으로 빠르게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브라이언 킴스(본명 김남규) 작가다. 그는 전업작가 생활을 한지 3년밖에 안 됐지만 벌써 해외 그룹전에 참여할 정도로 존재감을 키웠다. 올 초부터 11월까지 국내·외 아트페어와 그룹전 참여 횟수만 24회에 달한다.브라이언 킴스 작가는 "아무리 많은 캐릭터를 그려도 같은 모습의 캐릭터는 한 화폭에 딱 한 번만 등장시킨다"며 "작품을 보고 스토리를 상상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게 내 작품의 매력"이라고 말했다.브라이언 킴스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낙서가 취미였다. 몇 시간씩 우두커니 혼자 앉아 끄적끄적 그림을 그리며 시간을 보내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는 성장하며 각종 동물이나 파충류, 곤충 등을 많이 키웠는데 이때의 기억이 작품의 뿌리가 됐다. 지금 그가 그리는 캐릭터를 보면 동물이나 곤충을 닮은 게 많다.
이런 성향을 따라 그는 대학에서 만화를 전공했다. 하지만 대학 졸업 뒤 10년 이상 다른 생업을 하며 살았다. 작품 활동으로 생계를 잇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브라이언 킴스 작가는 "그림과 관계 없는 직종에서 일할 때도 퇴근 뒤 혼자서 그림을 그리는 생활을 이어갔다"며 "머릿속에 있는 걸 그림으로 표현할 때 행복감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난데없이 닥친 코로나19 사태가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이 일이 브라이언 킴스 작가의 생업에 영향을 줬고, 이참에 그는 전업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미술 애호가들의 반응은 금세 왔다.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2020년과 이듬해 서울에서 열린 그룹전에 참여했는데, 이후 그의 작품을 찾는 사람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제 그의 전시 참여 횟수는 연간 수십회에 달한다. 그는 지난해 그룹전과 아트페어에 총 열일곱 차례 나갔다. 올해에는 이미 종료된 스물네 차례와 오는 14~17일 열리는 '어반브레이크 부산', 22~26일 열리는 '서울아트쇼'까지 더하면 모두 스물여섯 차례다.
개인전과 해외 전시도 점점 늘고 있다. 개인전은 2021년 12월 대전 롯데백화점 롯데갤러리에 이어 지난달 부산 로터스갤러리에서 했다. 해외 전시는 지난해 11월 대만에서 열린 아트페어 '아트 가요슝'을 시작으로 올 9월과 11월 각각 일본 '아트페어 아시아 후쿠오카', 독일 베를린의 가치갤러리 그룹전에 나갔다. 내년 1월에는 미국 뉴욕 갈라갤러리에서 하는 한국 작가 그룹전에 나갈 예정이고, 내년 6월께 독일 베를린에서 하는 아트페어에도 참여한다.브라이언 킴스 작가가 그리는 작품 스타일은 다양하다. 대표 작품 라인 '같으면서 다른, 다르면서 같은'은 빼곡히 그린 캐릭터 중간중간에 빨강 파랑 등 튀는 색깔의 캐릭터를 섞어 넣은 작품이다. 이밖에 진한 원색 캐릭터 다수를 겹쳐 그리는 ‘생각의 조각’, 코가 빨간 사람 캐릭터를 그린 ‘라엘킴’도 있다.새로운 스타일의 작품도 계속 창작한다. 그는 지금까지 작품 재료로 아크릴물감을 주로 사용했는데, 최근에는 유화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브라이언 킴스 작가는 "비교적 빨리 굳는 아크릴물감과 달리 유화는 굳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천천히 심사숙고하며 조색(물감을 섞어 새로운 색깔을 만드는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이밖에 오일파스텔, 펜 드로잉 등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라이언 킴스 작가는 "등장인물의 표정이 밝고 색깔이 화사해 보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해준다는 반응을 많이 접했다"며 "사람들이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그림을 그려 두루두루 사랑받는 대중적인 작가가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