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 새벽배송 물류센터는 화물업 아니다"

법원 '택배업 vs 쇼핑몰 일부' 소송서 新산업 손 들어줘

컬리, 산재 업종분류 1심 승소
"독자 의사결정·수익구조 없어
물류센터는 컬리 일부로 봐야"

舊 사업기준과 싸우는 쇼핑몰
쿠팡도 '화물업→서비스업' 소송
승소 무게 실려…대법 판결 주목
사진=연합뉴스
‘새벽배송’ 물류센터의 성격을 둘러싼 소송전에서 온라인 쇼핑몰업계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연이어 승소했다. 법원은 컬리의 물류센터를 육상화물취급업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쿠팡 등의 승소 사례가 누적되면서 법원이 신산업의 물류센터에 대한 전향적 판결을 내놓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박정대)는 컬리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산재보험 사업 종류 변경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공단이 즉각 항소하면서 사건은 서울고등법원으로 넘어갔다.

○“물류센터는 화물업” 처분에 소송戰

컬리는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구매한 식품이나 화장품을 신속하게 배송하는 새벽배송 서비스로 인기를 끌었다. 직매입한 상품을 자체 물류센터에 보관해뒀다가 주문을 접수하면 바로 택배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시간을 단축했다. 영업 특성상 컬리는 ‘도·소매업(전자상거래업)’의 산재보험료율을 적용받아왔다.

근로복지공단은 컬리 본사와 물류센터가 별도의 사업을 운영한다고 보고 지난해 5월 물류센터의 사업 종류를 육상화물취급업으로 변경했다. 컬리는 “물류센터는 본사와 유기적으로 결합한 형태”라면서 “장소는 분리됐지만 판매행위 일부를 나누는 것에 불과하다”며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쿠팡도 비슷한 쟁점으로 소송 중이다. 취급 상품이 방대한 쿠팡은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를 물류센터 운영사로 두고 있다. 육상화물취급업을 적용받자 쿠팡풀필먼트는 공단을 상대로 ‘운수부대서비스업’을 적용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화물 업무는 부수적이란 것이다. 쿠팡 물류센터가 전국 곳곳에 산재해 있어 여러 소송이 진행 중이다.양사가 공단의 사업 종류 처분을 두고 싸우는 이유는 산재보험료 때문이다. 2023년 기준 육상화물업과 도·소매업의 산재보험료율은 0.8%로 같지만, 기업의 산재 실적에 따라 보험료율을 할인해주는 개별실적요율제도가 별도로 운영되고 있다. 3년 동안 업종 변동이 없어야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컬리는 업종이 변경되면서 간접적으로 손해를 본 셈이다. 쿠팡풀필먼트는 2017~2018년 2.8%였던 육상화물업 보험료율을 적용받았다. 같은 기간 운수서비스업 보험료율은 0.9%였다.

○법원, 잇따라 온라인 쇼핑몰 손 들어줘

법원은 회사 측 의견을 수용하는 분위기다. 물류센터의 핵심 가치는 배송 직전 단계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단축하는 것이지 화물 운송 그 자체가 아니라는 취지다.

컬리 사건을 맡은 서울행정법원은 사업 목적이 ‘물품 판매’라는 점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물류센터의 주된 업무는 물품이 도착하면 소비자에게 배송하기 적합한 단위로 분류 및 포장하는 것”이라며 “물품 배송 업무도 외부 업체에 위탁했다”고 했다. 이어 “여타 도·소매업 업체보다 산재 발생률이 높을 수는 있지만, 사업 실태에 맞지 않게 사업 종류를 변경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본사와 물류센터가 하나로 움직인다는 점도 함께 고려했다. 재판부는 물류센터가 △전적으로 본사의 배송 지시를 따르는 점 △수수료를 받는 등 독자적인 수익 구조가 없는 점 △직원 채용도 원칙적으로 본사에서 이뤄지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쿠팡풀필먼트는 인천 물류센터를 두고 최근 승소 판결을 얻어냈다. 지난 3월 대구 물류센터를 다툰 사건에서 패소한 쿠팡풀필먼트는 대법원에서 역전 가능성을 높였다.

올 7월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김대웅)는 “화물의 운송 내지 취급이 주된 업무가 아니며, 쿠팡풀필먼트는 쿠팡 외 다른 화주로부터 물품 운송을 위탁받지도 않는다”고 했다. 재해 위험성도 낮다고 봤다.

박시온/곽용희 기자 ushire90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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