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귀근의 병영터치] 합참의장, 취임후 10개 부대 500여㎞ 종횡무진

경계부대에 간식 챙겨 가고 장병 목에 스카프 매줘…"작전에만 전념하라"
김명수 제44대 합동참모의장(합참의장)은 1989년 해군사관학교 졸업과 동시에 소위로 임관했다. 이후 해군의 주요 보직 등을 거쳐 34년 만에 대장이 됐다.

직전 보직은 해군 작전사령관(중장)이었다.

통상 합참의장 승진 코스는 참모총장(대장)이나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대장)을 거쳐야 했다. 그는 해군총장을 거치지 않고 대장 진급과 동시에 곧바로 합참의장에 올랐다.

최윤희 제38대 합참의장 이후 10년 만에 해군 출신 의장이었지만, 해군총장을 거치지 않고 의장에 발탁된 파격 인사라는 점이 더 눈길을 끌었다.

김 의장 발탁을 놓고 해군의 교육·훈련·인사·정책 등의 집행권을 가진 해군총장을 해보지 않았고, 육·해·공 합동작전 지휘관 경험이 없다는 것 등을 놓고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았다. 그는 이런 시선들을 불식시키려는 듯 지난달 25일 취임하자마자 2주간 내리 10개 부대를 순회했다.

해군의 주요 보직을 맡아 해상작전에는 일가견이 있지만, 육군이나 공군 등 타 군의 작전상황과 장병생활 형편 등에 대해서는 체득할 기회가 적어 이런 행보를 했을 것으로 보인다.

합참의장은 북한 도발 시 육·해·공군·해병대 전력을 동원한 합동작전에 관한 군령권도 행사해야 하는 자리다. 국방정보본부 해외정보부장과 국방부 국방개혁실 국방운영개혁추진관을 잠시 맡았을 뿐 군 생활 대부분을 해군에서 했기 때문에 타 군의 작전과 부대 여건, 장병생활을 파악하는 것은 김 의장에게 급선무였을 것으로 관측된다.

취임 닷새 만에 동부전선을 시작으로, 서·중부전선 여러 부대, 수도방위사령부 방공진지, 사이버작전사령부 등을 순차적으로 방문했다.

부대 단위로 구분하자면 취임 13일 만에 10개 부대를 찾은 것이다.

지난 2주간 휴일이나 야간 시간까지 포함해 동·서·중부전선 부대들을 종횡무진한 거리는 500여㎞에 달했다.

역대 합참의장 중 취임하자마자 경계부대를 이처럼 순회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고 한다.

더구나 정부가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대한 대응으로 9·19 남북군사합의서 일부 조항을 효력 정지한 데 대해 북한의 반발성 무력 도발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군을 지휘해야 하는 합참의장이 자리를 비우기는 더욱 쉽지 않은 일이다.

그는 순시한 지상 경계부대에서 장비 가동 상태를 꼼꼼히 챙기면서도 장병들의 복무 애로사항을 듣는 것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김 의장은 경계부대를 방문할 때마다 서울에서 도넛이나 샌드위치 등 간식을 챙겨 가 장병들에게 나눠주며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아울러 '위국헌신 군인본분, 당신이 대한민국입니다'라는 문구를 새긴 자주색 스카프를 장병들의 목에 걸어주며 격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취임사에서 밝힌 것처럼 "합참이 큰 운동장과 보호막이 돼 줄 것"이라고 약속하며 장병들에게 작전에만 전념하도록 당부했다.

앞으로 서북 도서와 해안 경계부대 등 다양한 작전환경에 놓인 부대들도 찾을 것으로 전해졌다. 합참 관계자는 10일 "김 의장은 취임 직후부터 작전 현장에서 장비를 눈으로 직접 보고 만져보고 장병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싶어 했다"며 "작전 상황에 따른 현장 요원의 피로도가 급증하지 않도록 합참 차원에서 숙고하겠다는 다짐도 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