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해양 대통령' IMO 임기택 사무총장, 8년 만에 퇴임한다

주요 유엔기구 세번째 한국인 수장…기후변화 대응 전략 만장일치 합의 성과
"한국 흔들림 없는 지지에 감사"…차기 사무총장 "임 총장 업적 이어갈 것"
유엔 산하 전문기구인 국제해사기구(IMO)의 임기택 사무총장이 연말에 퇴임한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유일한 국제기구인 IMO의 임기택 사무총장은 올해 말로 8년 임기를 마친다.

임 총장은 2016년 제9대 IMO 사무총장에 취임하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이종욱 전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에 이어 주요 유엔기구의 세 번째 한국인 수장이 됐다.

IMO 사무총장직 임기는 기본 4년이지만 1회에 한해 연임이 가능하다. 임 총장은 IMO 총회 마지막 날인 지난 6일 IMO 본부에서 한국 정부 후원으로 열린 퇴임 기념행사에서 "평범한 해양인인 제가 이런 세계적 조직에서 봉사할 수 있어서 매우 영광이었다"며 "흔들림 없는 지지를 보내준 고국 대한민국에도 감사한다"고 말했다.

IMO는 해상안전, 해양오염방지, 해상보안 등에 관한 국제협약을 제·개정하는 유엔 전문기구다.

국제 해운, 물류, 조선, 항만, 에너지 등 해양 분야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IMO 사무총장은 '세계 해양 대통령'으로도 불린다. 특히 조선·해운업 주요국인 한국에는 매우 중요한 국제기구다.

정회원 175개국, 준회원 3개국으로 구성된 IMO에서 한국은 2001년부터 주요 해운국(A그룹) 이사국으로 활동하고 있다.

임 총장의 대표적 성과는 해양 관련 산업 전반에 큰 변곡점이 될 기후변화 대응 전략 수립이다. IMO는 2050년경에 국제 해운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내용의 온실가스 감축 전략 개정안(2023 IMO GHG Strategy)을 지난 7월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2015년 파리협약 이후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서 만장일치 합의가 이뤄진 것은 처음이다.

선박 입출항 신고를 디지털로 해서 항만 당국, 세관, 물류, 선주 등이 정보를 모두 공유하는 항만 정보 통합 관리 체계를 내년부터 강제 시행하고 아덴만 해역 등에서 해적을 안정적으로 관리한 점도 성과로 꼽힌다.

2021년 세계여성해사의 날을 지정하는 등 여성 활동 장려 캠페인을 펼쳐서 IMO 사무국, 대표단을 포함해 해사 분야에 여성 진출을 크게 늘린 점도 주요 업적이다.

사무총장 선거 때 공약인 'Voyage Together'(함께 항해하자)에 따라 회원국의 협약 이행 등을 돕는 공적개발원조(ODA) 사업도 크게 확대했다.
임 총장은 회원국과 사무국을 두루 아우르면서, 혁신적·전략적·효율적인 업무수행 방식으로 지도력을 발휘했다는 평을 받는다.

스외덴 말뫼 세계해사대학(WMU) 맥스 메지아 총장은 연합뉴스에 임 총장에 관해 "예리하고 지적이면서 인간적인 면모를 갖춘 리더였다"고 평가했다.

조선·해양 부문 전문지인 트레이드윈즈의 줄리언 브레이 편집장은 임 총장을 두고 "매력적이고 성과를 내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차기 사무총장인 파나마 출신 아르세뇨 도밍게즈 IMO 해양환경국장은 "임 총장이 일군 업적을 잘 계승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임 총장의 비서실장 출신으로 행정국장을 거쳐 최근엔 기후변화 대응 전략을 담당했다.

임 총장은 1956년생으로 마산고와 한국해양대를 졸업했으며 6년 승선 경력도 있다.

연세대 행정대학원과 세계해사대학원에서 각각 행정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한국해양대 대학원에서는 해사법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4년 선박기술 사무관 특채로 공직생활을 시작해 해양·항만 분야 한 길을 걸었고, 주영국대사관에 6년 근무하며 IMO와 깊은 연을 맺었다.
/연합뉴스